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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정치후원금 '10만원 세액공제'?…전업주부는 왜 못받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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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정치후원금 제대로 알기]]

머니투데이

# '13월의 보너스' 연말정산 시기를 맞은 전업주부 박모씨(31). 조금이라도 환급액을 늘리려 고민하던 차 신용카드 포인트로 정치후원금을 내면 전액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단 얘기를 들었다. 마침 과거 직장에 다닐 때 만들었던 본인 명의 신용카드를 꾸준히 사용해왔던 박씨는 남은 포인트 전액을 정치후원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 대학생 이모씨(22)는 평소 지지하는 정당에서 활약 중인 국회의원 A씨에게 총 10만원을 정치후원금으로 기부했다. 의원 홈페이지나 정당 홈페이지에는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로 환급받을 수 있다'는 안내가 있어 부담도 없었다.

박씨와 이씨는 기부했던 정치 후원금을 올해 연말정산에서 돌려받을 수 있을까.

12월 연말정산을 앞두고 국회 의원실이 보내는 '정치후원금' 독려 문자나 정당 홈페이지등의 안내문을 믿고 후원금을 기부했다 일부 기부자들이 낭패를 보고 있다.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하지 않고 '후원금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라고만 안내하는 경우가 상당수기 때문이다.

22일 국세청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박씨와 이씨의 경우는 세액공제 환급 대상이 아니다.

이들은 현재 소득이 없이 남편 또는 부모님의 '부양가족'으로 등록돼 있다. 세액공제란 급여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있는 사람이 매월 원천징수로 납부한 소득세를 정산할 때 확정된 세금에서 공제해 환급해주는 제도다. 세금을 납부한 내역이 없는 이들은 당연히 돌려받을 세금도 없는 셈이다.

정치자금법과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후원금은 개인의 경우 1회 10만 원을 내면 전액환급(세액공제)을 받을 수 있으며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후원금 전액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연 10만원 이상의 소득세를 납부할 정도의 일정소득이 있어야 한다.

연봉 2000만원~3000만원 가량의 저소득 근로자의 경우 국가에 납부하는 결정세액이 10만원보다 적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결정세액이 7만원일 경우, 10만원을 정치후원금으로 기부했다 해서 3만원을 추가로 주는 것이 아니라 7만원까지만 공제가 된다.

이들의 후원금 납부내역을 남편이나 부모님이 대신 연말정산에 사용할 수도 없다. 정치자금 세액공제는 본인이 납부한 것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종교단체 기부금이나 기타 단체에 제출한 기부금의 경우 배우자나 자녀, 부모, 형제자매 등의 이름으로 기부한 것도 일부 소득공제를 해준다. 그러나 정치자금 기부금과 우리사주조합기부금은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본인 지출분에 한해서만 가능하도록 돼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정치 후원금의 경우 무조건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라고만 안내를 하면 일부 국민들에게는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일부 유권자들은 이 같은 차등적인 세제혜택 때문에 정치후원금을 내고 싶어도 선뜻 내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자신을 전업주부로 소개한 B씨는 "2012년 처음으로 정치후원을 하면서 주부에게는 큰 돈이지만 세액공제를 해준다길래 다 합쳐 20만원 가량을 후원한 적 있다"며 "연말정산 서류를 챙기면서 납세자 본인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정말 씁쓸했다"고 말했다.

그는 "형편상 집에서 가사와 육아를 하고 있지만 이 역할이 작다고 생각한 적 없고 국가가 정치후원금에서 남편과 나를 차별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주부이기 전에 국민인데, 차별을 받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정치후원금 세액공제가 가족 등으로 확대된다면 정치자금 모금의 투명성을 높이고 유권자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유도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교육비나 의료비에 대해서는 그 특성상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에 대해서도 세액공제를 해줄 수 있지만, 정치후원금은 좀 다른 측면이 있어 가족에게도 세액공제를 적용할지 여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만약 국회 차원에서 필요성이 제기된다면 의원 입법을 통해서도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진당에 낸 후원금, 새누리당 당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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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난 1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집회모습/사진=뉴스1


통합진보당이 해산됨에 따라 통진당 소속 의원들에게 개인들이 낸 정치 후원금도 모두 국고로 귀속된다.

통진당에 후원금을 낸 '진성당원'들로서는 서글픈 노릇이지만, 최다 의석을 보유한 '보수정당' 새누리당은 '진보정당' 해산으로 금전적 이득을 가장 많이 얻게 된다. 통진당 해산으로 인해 기존 정당들은 의석 수에 따라 국고보조금을 추가로 받게 되기 때문이다.

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관위는 지난 19일 통합진보당의 국고보조금 잔액을 포함한 의원 개인후원금 전체에 가압류를 신청했다.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할 경우 개인후원금은 소속 정당에 인계하지만, 정당이 해산됐기 때문에 국고에 귀속한다는 게 선관위의 입장이다.

통진당 후원금 국고귀속의 근거는 정치자금법 21조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후원회 지정권자가 후원회를 둘 수 있는 자격을 상실할 경우 잔여재산을 처분해야 한다. 후원회 지정권자가 당원일 때는 해산 당시 소속 정당에, 당원이 아닐 경우엔 공익법인 또는 사회복지시설에 인계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통진당의 경우 지정권자인 의원이 의원직을 박탈 당했고 정당도 해산돼 국고에 귀속된다"고 설명했다.

국고로 귀속되는 통진당 개인후원금 규모는 최소 5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파악된다. 선관위가 올 초 공개한 '2013년 국회의원 후원회 후원금 모금액 현황'에 따르면, 통진당은 지난해 개인후원금으로 8억6924만원을 모금했다.

의원별로는 △이석기 1억4658만원 △김재연 1억4560만원 △이상규 1억5072만원 △김미희 1억4903만원 △오병윤 1억2182만원이다. 올 초 의원직을 상실한 김선동 전 의원은 지난해 1억 5749만원을 모금했다. 1인당 개인후원금은 1억4487만원으로 민주당 1억2912만원, 새누리당 1억2694만원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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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의 개인후원금이 많은 이유는 지지자들의 소액 후원이 많기 때문이다. 통진당은 당비를 내는 당원이 당의 의결권을 가지는 '진성당원제'를 택했다. 창당시 '최근 6개월간 1회 1만원 이상 납부한 당원'은 투표권을 행사하는 진성당원 자격을 부여했다. 통진당의 진성당원들은 보통 한달에 5000~1만원씩을 후원금으로 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통진당의 개인후원금이 국고로 귀속되면서 이들 진성당원들이 낸 돈은 결과적으로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의 활동비로 쓰이는 셈이 된다. 국고로 귀속된 후원금은 국고보조금의 재원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3개 정당은 통진당이 받던 국고보조금을 나눠받게 됐는데 새누리당은 3억8000만원, 새정치연합은 3억1000만원, 정의당은 730만원을 더 지급받는다.

통합진보당 당원 최모씨(30)는 "개인의 정치적 지향에 따라 특정 정당에 후원한 금액을 국가가 가져가고, 심지어 원치 않는 정당의 정치적 활동에 소요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정의당 의원들 정치후원금 1·2위 '석권' 이유가…

박원석(1억9517만원), 심상정(1억9403만원), 유기홍(1억9397만원), 이상직(1억8090만원), 김영주(1억7769만원), 김윤덕(1억7470만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올초 공개한 '2013년 국회의원 후원회 후원금 모금액' 순위다. 정의당 의원이 1,2위를 차지했고, 3,4,5위는 당시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에게 돌아갔다. 새누리당은 10위권내 권성동(1억7043만원·6위), 주호영(1억6697만원·10위) 의원 2명만이 이름을 올렸다.

법안 통과율 등에선 힘을 못 쓰는 군소정당이 정치후원금 모금액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는 이유로는 지지자들 특유의 결속력이 꼽힌다.

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980명의 후원자가 1억9500만원의 후원금을 보냈다"며 "1인당 평균 10만원이 안 되고, 가장 고액 후원금이 100만원이다. 소액 다수 노동자 시민이 후원금을 보내줬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이 내려진 통합진보당도 소속 의원들의 지난해 1인당 정치후원금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앞지른다. 특히 이석기 전 의원이 내란선동 혐의로 재판을 받는 등 당이 위기에 몰리자 오히려 후원이 더 몰렸다. 이 의원은 2012년 3243만원, 2013년 1억4658만원을 모았다. 김재연 전 의원은 2012년 230만원, 2013년 1억4560만원을 모금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정치후원금은 지원할 의사가 얼마나 있는지, 얼마나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지가 관건"이라며 "극렬 지지를 하는 소수가 몰려있는 쪽이 어딘지에 따라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노조를 지지기반으로 두고 있는 정당이 적극적 지원을 받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 의원도 지난해 철도노조 파업 당시 KTX민영화저지특위 위원장으로서 노조 곁을 지키며 지지를 받았다.

국회 한 여당 관계자는 "일일이 전화로 후원금을 독려해야 하는 쪽이 있고, 노조에서 조직적으로 후원금을 내는 쪽이 있다"며 "여당에선 후원금이 너무 많이 들어오는 것을 꺼려하는 의원도 있지만, 군소정당은 세를 과시하기 위해 더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의 후원금은 지난해 3461만원에 그쳤다. 김무성 의원은 한도액인 1억5000만원을 정확히 지켰다.

美·英·日 정치자금 기부, 한도는 없지만 투명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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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 등 선진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정치자금의 모금과 사용에 대해 엄격하게 제한한다. 그러나 우리와 달리 정치자금 규모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투명성을 높이는 쪽으로 집중돼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의 경우 선거자금 규제가 점차 완화되는 추세다. 개별 정치인들은 일반 시민 또는 이익집단으로부터 직접 기부 또는 슈퍼팩(연방선거법상 자금규제 제한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후원단체) 등을 통해 기부받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하드머니'라 부르는데 한 사람에게 줄 수 있는 한도는 2600달러를 넘지 못한다. 당초 연간 '하드머니'로 지출할 수 있는 돈도 총액한도가 있었지만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 같은 제한 규정을 삭제키로 결정한 바 있다.

'소프트머니'는 기업이나 단체가 정치인 개인이 아니라 지지하는 정당에 제공하는 후원금이다. 직접 기부는 불가능하지만 '정치활동위원회'(PAC)를 통해서는 가능하다. 기부한도액은 없지만 투명성 제고를 위해 모든 회계보고 내용을 인터넷으로 상시공개하도록 돼 있다.

영국은 후보자 중심이 아닌 정당 중심으로 기부금을 엄격하게 관리한다. 법에 등록된 정당만 선거인 명부에 등록된 개인과 정치단체, 회사, 노동조합, 단체 등으로부터 연간 500파운드 이상의 기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해진 정치자금 기부 한도액은 없지만 모금액의 일정 한도를 넘으면 선거관리위원회에 모두 보고해야 한다.

프랑스는 선거가 실시되는 달의 1년 전부터 후보자의 선거자금 모금은 선거자금후원회와 재정대리인을 통하지 않고서는 모금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때 받은 수입금은 출처별로, 지출액도 항목별로 기재한 선거비용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일본도 정치자금 투명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정치자금 모금 창구를 한정하고, 이들로 하여금 회계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것. 한국이 후원회를 통해 기부금 모금 창구를 한정한다면 일본은 정치단체를 통해 기부금을 모금한다. 우리나라가 정당의 기부금 모금을 금지한 것과 달리 일본은 정당이 정치자금 모금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정치단체의 모금 한도는 별도로 정해지지 않았다.

한편 최근에는 일본 내부에서도 최근 정치자금 내역 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각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와 정치권이 정당의 정치자금 수입지출 등을 기재한 정치자금수지보고서 원본을 인터넷에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배소진 이현수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기자 shyun8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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