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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물이 돈 되는 시대 한발 늦은 한국 기업들 '블루골드 러시'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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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가 석유로 대표되는 ‘블랙 골드’(Black Gold)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 산업이 번성해 ‘블루 골드’(Blue Gold)의 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분석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물 산업 투자는 2025년까지 1,000조원 정도까지 불어나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증가와 도시화, 산업화의 진전으로 물 수요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데다, 환경문제가 부각되면서 좀더 깨끗한 물을 찾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2050년 세계인구가 90억명을 돌파할 경우 농업에 필요한 물의 양만 60%가 늘어나야 한다고 전망했다. 그 만큼 물을 이용하고 관리하는 사업이 번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까지는 정부와 공공기관 위주로 사업이 진행되면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물 사업은 크게 하천유역개발과 상하수도 사업, 해수담수화 등으로 대표되는 대체 수자원 사업 등으로 분류되며 프랑스와 일본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의 강자로 평가 받고 있다. 프랑스의 베올리아와 수에즈 등 세계적 물 기업들은 자국의 수도공급 위탁 운영경험을 바탕으로 수십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코오롱과 두산 효성 삼성 SK 도레이첨단소재 등이 물 사업을 하고 있으며 인프라 건설과 시공, 상하수도 분야, 해수담수화, 필터 제조 등은 경쟁력을 갖췄다. 국내기업 중 유일하게 수직계열화를 이룬 코오롱은 올 7월 수처리 사업확대를 위해 노르웨이 아커솔루션과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등 투자도 늘리고 있다. 하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소재산업과 설계, 운영관리, 자금조달 부문에서는 여전히 선진국에 크게 뒤쳐져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국내기업들의 물 사업 관련 해외수주실적만 살펴봐도 해수담수화 시설부문이 70%에 달해 매우 편중돼 있으며, 수주 지역도 중동이 압도적으로 많다. 우리 기업들이 많이 참여하는 건설분야는 평균이익률이 5% 미만이지만 선진 민간기업들이 집중하는 제조와 운영 부문은 15%에 달해 사업 다각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해외 수처리 운영사업은 대체로 100만명 이상에 대해 상수공급이나 하수처리 시설을 운영했던 경험을 입찰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어 국내 민간기업들은 입찰조차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자체기술 확보도 중요하지만 인수합병(M&A)을 통해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GE나 독일의 지멘스처럼 과감하고 신속한 M&A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급변하는 물 사업에서 생존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물 산업이 공공기관 주도의 소규모 내수사업에서 첨단기술이 동반된 글로벌 사업으로 성장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도 전문화와 대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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