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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마카오 찾은 시진핑 "一國兩制(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사수"… 홍콩·대만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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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 15주년 맞아 방문… 마카오 주둔 軍부대 가서는 "군대는 주권의 상징"]

민주 인사 등 300여명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하며 홍콩 시위 상징인 노란 우산 들고 거리 행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일 마카오의 중국 반환 15주년을 맞아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에 대한 신념과 결심은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외부 세력의 침투와 간섭도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마카오 주둔 중국군 부대를 방문해 "군대는 주권의 상징"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이 집권 이후 처음 마카오와 주둔 부대를 찾아 '일국양제'를 강조한 것은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며 79일간 시위를 벌인 홍콩과 친중(親中) 성향의 국민당이 선거에서 완패한 대만에 '경고장'을 보낸 것이란 분석이다. 시 주석은 마카오에서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과 별도로 만나 "일국양제 원칙과 홍콩 기본법을 준수하라"고 당부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은 "시 주석의 마카오 연설은 홍콩이 일국양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중국공산당에 편견이 있으며, 마음 깊은 곳에 (공산당을 싫어하는) 마귀가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콩이 그 마귀를 쫓아내지 못한다면 더 발전하기 어렵지만, 제대로 된 인식을 한다면 마카오처럼 유쾌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홍콩과 함께 일국양제를 적용하는 마카오는 1999년 반환 이후 카지노 산업 발달로 주민 소득이 대폭 증가해 반중(反中) 정서가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이다. 중국이 '일국양제의 모범'으로 꼽는 곳이 바로 마카오다. 지난해 마카오의 1인당 국민총생산(GDP)은 9만1376달러로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시 주석이 이런 마카오에서 "일국양제는 생명력이 있다"고 강조한 것은 오히려 일국양제에 대한 불안감의 방증이란 관측도 있다. 홍콩 빈과일보 등은 시 주석 방문에 맞춰 2019년 마카오 행정장관 선거의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는 민주화 시위가 마카오에서 벌어졌다고 21일 보도했다. 민주 인사와 시민 등 300여명은 20일 홍콩 시위의 상징인 '노란 우산' 등을 들고 시내를 행진했다. 현재 마카오는 선거인단 400여명이 행정장관(임기 5년)을 뽑고 있다. '도박의 도시' 마카오에서 정치 시위가 일어난 것은 이례적이다.

홍콩·대만에 이어 마카오에서도 반중(反中) 정서가 꿈틀거리는 것은 덩샤오핑(鄧小平)이 1983년 꺼내든 '일국양제'가 30년 만에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 당시 덩샤오핑은 홍콩·마카오 반환을 논의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과 서방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반환 후 50년간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중국 굴기(崛起·우뚝 섬)와 함께 중국의 통치를 강조하는 '일국(一國·한 국가)'이 자치권 보장을 의미하는 '양제(兩制·두 체제)'를 압도하면서, 일국양제가 파열음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경제적 이유도 작용한다. 홍콩은 본토 중국인의 유입으로 집값 폭등과 일자리 감소의 홍역을 앓았다. 마카오는 최근 시 주석의 반(反)부패 정책으로 중국 도박꾼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올해 카지노 수입이 작년보다 20~30% 감소할 전망이다. 도박은 마카오 총수입의 85%를 차지한다. 시 주석은 20일에도 마카오에서 "도박 산업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베이징=안용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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