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월세 공습 '이중고'..주거비 부담 커지고, 월셋값 다시 오르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월세 거래 비중 41.3%..사상 첫 40%대 돌파

주거비 부담…'전세< 월세'.. 약 두배 차

일부 지역과 단지에선 월셋값 상승세

[이데일리 이승현·김성훈 기자] 서울 강서구에 있는 전용면적 85㎡짜리 아파트를 월세로 살고 있는 직장인 이모(43)씨. 그는 매달 들어가는 생활비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원래 보증금 3억6000만원에 순수 전세로 살던 이씨는 전세 재계약을 앞둔 지난 5월, 집주인이 보증금을 2억원으로 낮추고 매달 70만원씩의 임대료를 내라고 요구해 어쩔 수 없이 ‘반전세’(보증부 월세)로 전환했다. 가뜩이나 초등학생 두 아이에게 들어가는 양육비가 만만치 않은데, 월세까지 부담하려니 그야말로 허리가 휠 지경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셋값에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월세로 갈아타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거래된 임대주택 중 월세 비중은 41.3%로, 사상 처음 40%대를 돌파했다. 순수 월세까지 포함하면 실제 비중은 이 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월세 공급량이 늘면서 월 임대료는 조금 내렸지만, 세입자 입장에선 주거 비용이 더 늘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하는 실정이다.

◇주거비 부담 ‘전세<월세’…“월셋값 떨어졌다고요?”

이데일리

전세의 월세 전환으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상당히 커졌다. 이씨의 경우 전세금에서 돌려받게 되는 1억6000만원을 은행 정기적금으로 넣으면 400만원 정도(연 2.5% 적용)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월 이자로 환산하면 33만원으로, 이씨가 매달 내야 하는 월세(7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시민의 주거 실태’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보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경우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은 평균 13.6%에서 32.4%로 2배 이상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 비용이 느는 만큼 다른 생활비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씨도 월세로 돌리고 난 후 생활비와 외식비 등을 줄여야 했다.

월셋값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일단 월세 공급량이 늘면서 월셋값도 하락 추세이긴 하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는 월 임대료가 연 1.1% 내린 데 이어 올해도 1.7%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수도권의 경우 올해 월세가격이 2.2% 빠져 지방(-0.6%)보다 하락 폭이 컸다.

월셋값이 내린 곳은 전세 선호현상이 두드러지는 고가주택 밀집 지역 또는 원룸 공급량이 많은 대학가 인근 등이다. 서울에선 서울 송파구 잠실 인근 아파트 월세가격 하락세가 뚜렷하다. 잠실동 최원호 대성리센츠공인 사장은 “잠실 리센츠·트리지움·엘스 아파트 기준으로 전용 84㎡짜리 월세 물건이 1년 전에는 보증금 1억원에 월 210만원에 나왔는데 지금은 20만원 정도 빠진 190만원 선”이라며 “이 지역은 전세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월세는 떨어지고, 전세는 오히려 1년 새 6000만~8000만원 올랐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셋값 상승에 떠밀린 월세 수요자가 늘면서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다시 월세값이 오르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특히 서울에선 월 임대료가 1년 전과 비슷한 선까지 상승한 지역과 단지도 적지 않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주공3단지 전용 52㎡형의 경우 1년 전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임대료가 15만원 정도 올라 보증금 1000만원에 월 65만원 선이다. 인근 삼성공인 이영분 사장은 “고덕주공 4단지 이주 수요가 고덕 3단지로 옮겨오면서 월셋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재건축 사업이 끝나고 입주할 때까지 월셋값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세의 월세 전환 늦추고, 임대주택 공급 확대해야”

전문가들은 세입자들이 월세의 주거비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은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따라서 월세 세입자에 대한 지원과 함께 월세 전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 시대가 끝나고 월세 시대로 넘어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다만 집주인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전세를 내놓게 해 월세로 넘어가는 속도를 늦춰 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안으로 기업형 임대사업자를 서둘러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천현숙 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장은 “월 임대료가 낮아지더라도 서민들의 부담이 만만치 않은 만큼 월세 가구에 대한 주거 안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가 기업형 민간 임대사업자를 적극 육성해 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