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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TF탐사] ‘무늬만’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 ‘속 빈 강정’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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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프는 '블랙프라이데이'와 '블랙프라이스', '블랙프라이스데이' 등에 대한 다수의 상표권 등록을 마쳤거나 진행해 논란이 됐다./특허청 캡처


2014년 겨울,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검은 금요일’에 열광했다. 올해 유통가 핫 키워드역시 ‘블랙 프라이데이’였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 연말 쇼핑 행사에 국내 소비자들은 너도나도 지갑을 열었다. 해외 직구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국내 유통가들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유통업계는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국내 쇼핑 축제를 열고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각종 문제점이 쏟아져 나왔다.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데는 성공했지만, 마음을 열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더팩트>가 블랙 프라이데이의 화려함 속 어두운 이면을 파헤쳐본다. <편집자주>

[더팩트 | 황원영 기자] 미국의 전통적인 세일시즌인 ‘블랙 프라이데이’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11월 마지막 목요일 추수감사절 다음 날부터 이뤄지는 미국 연말 쇼핑 시즌이다. 하지만 국내서는 단순한 상술로 이용돼 각종 잡음을 만들어냈다. 전통이나 의미는 찾아볼 수 없이 단순히 기업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자 소비자들은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지난 10월부터 국내 포털사이트와 유통가를 뜨겁게 달궜다. 인기가 많았던 만큼 각종 문제점도 나타났다.

소셜커머스업체 위메이크프라이스(위메프)가 전 세계에서 고유명사로 사용되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특허청에 상표 등록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위메프는 블랙 프라이데이와 블랙 프라이스, 블랙 프라이스데이 등 다수의 상표권을 사무용품, 인쇄물, 출판물은 물론 컴퓨터와 스마트폰 및 관련 소프트웨어, 온오프라인 티켓 및 할인쿠폰 판매대행, 관광 및 여행 등 전반에 걸쳐 등록했다.

이에 블랙 프라이데이 상품명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고유명사를 상표등록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영업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반면 위메프는 위메프박스의 해외직구 배송 서비스 사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상표권 등록을 했을 뿐이라고 맞받아쳤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블랙 프라이데이를 통해 각종 할인행사를 벌인 업체들은 본격적으로 손을 잡고 12일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를 진행했다. 해외 직구에 눈 돌린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잡겠다며 아이폰6와 루이비통 가방 등을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하자 소비자가 몰려들었다.

이날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에 참여한 기업은 11번가, 현대H몰, 롯데닷컴, 엘롯데, CJ몰, AK몰, 갤러리아몰, 롯데슈퍼, 하이마트쇼핑몰, 스파오 등 10개 업체다. 여기에 ABC마트 등 개별적으로 블랙 프라이데이 열풍에 올라탄 기업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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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진행된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는 11번가와 현대H몰 등을 포함해 다수의 업체들이 참여했다./ 11번가 제공


하지만 판매 수량이 적어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다. 11번가에서 판매된 루이비통 에바클런치 백은 수량이 단 10개에 불과해 판매시작 20초 만에 품절됐다. 11번가가 매시간 발행한 할인쿠폰은 매시간 60초도 안 돼 모두 마감됐으며 아이폰6, 폴 스미스 목도리, 캐나다 구스 패딩 등 반값 할인에 들어간 제품도 5분 이내에 모두 팔렸다. 생수와 휴지 등 할인에 들어간 생필품 역시 물량 부족 사태를 겪었다. 일각에서는 ‘미끼상품’이라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11번가가 대표 품목으로 내세운 아이폰6는 준비한 물량이 48대, 캐나다구스는 36벌에 불과했다. 특히 아이폰6의 경우 시간대 별로 특정 신용카드사의 50% 할인쿠폰이 있어야 가능했기 때문에 소비자 구매가 제한적이었다.

사람들이 일시에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도 종종 발생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추가 금액 논란도 일었다. 유명 브랜드 옷을 20만 원대로 할인해 판매한다고 밝힌 모 쇼핑사이트는 추가 금액 20만 원을 받아 실 판매가가 40만 원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할인쿠폰 역시 일정 금액 이상 구매했을 때만 이용할 수 있거나 최대 할인가가 1만 원으로 제한돼 사실상 ‘놀랄만한’ 할인 행사는 아니었다는 평가다.

블랙 프라이데이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는 “사실 블랙 프라이데이는 기존에 없던 행사다. 각 업체들마다 급하게 이벤트를 기획하고 물량을 확보하느라 제대로 된 행사를 진행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불만이다. ‘대한민국이 반값이 되는 날’이라는 홍보 문구와 다르게 할인품목이 제한적이었으며 주로 비인기 상품이나 이월상품에 한정됐기 때문이다.

한 소비자는 “초시계까지 켜놓고 엄청난 경쟁을 펼쳤지만 결국 쿠폰도 한 장 받지 못했다”며 “일부 품목만 제외하면 사실상 평소 진행되는 세일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름은 블랙 프라이데이였지만 미국에서 실제 진행되는 블랙 프라이데이와 비교해 실속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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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진행됐지만 적은 물량과 허울뿐인 세일 쿠폰, 잦은 서버 다운 등으로 소비자의 불만을 샀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화면


서버가 다운되고 품목이 제한되면서 각종 논란이 일자 이와 같은 상황을 두고 일부 네티즌이 ‘12·12사태’라고 빗대어 불렀다. 이에 일각에서는 역사적 사건으로 접근해야하는 12·12사태를 쇼핑 행사에 대입한 것에 비판을 가하고 나서기도 했다. 12·12사태는 1979년 전두환과 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이 육군참모총장 등을 강제로 연행하고 권력을 장악한 군사 반란이다.

블랙 프라이데이에만 약 13억 원씩 매출을 올린 유통업체들은 황금 같은 기회를 가만히 넘어갈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효과는 있었다. 오픈마켓은 평소 대비 2배에서 10배에 이르는 트래픽이 몰렸다.

11번가는 순간 트랙픽은 8배 상승했고 올해 최고 하루 거래액과 접속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롯데닷컴은 한 주전과 비교해 매출 실적이 87%나 늘었다고 밝혔다. 이날 하루에만 추산 매출이 1500억 원에 달한다. 당초 업계가 예상했던 1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각종 논란과 불편에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활짝 열었다는 것은 그만큼 ‘세일’ 행사에 목말라 있었다는 것을 증빙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광군제, 영국의 박싱데이 등 국내 유통시장에도 우리나라만의 쇼핑 축제가 마련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를 지나치게 모방한 점, 준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점,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친점 등은 고쳐 나가야할 것”이라며 “특히 해외 직구 시장이 커지자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유통업계가 단순히 시선 끌기 식의 마케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실속있는 세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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