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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who] 쿠바 간첩 잡은 전직 쿠바장교… 19년만에 풀려난 '미스터리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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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스파이였던 트루히요

조선일보

"그의 희생은 소수에게만 알려졌지만, 이 사람이 제공한 정보로 쿠바 스파이들을 체포할 수 있었다."

17일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발표장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석방 소식을 전했던 미국의 정보요원은 1995년 쿠바에서 체포된 롤란도 사라프 트루히요(51·사진)라고 미 비즈니스위크가 보도했다. 쿠바 정보요원 3명을 풀어주는 대가로 석방을 약속받은 미국 정보 요원 두 명 중 하나다. 기자회견장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 내 미국 정보요원 중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우면서도, 실명은 언급하지 않아 미 언론들은 그를 '미스터리 맨'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쿠바 태생으로, 주로 '롤리'라고 불린 그는 쿠바 정보국 암호 제작 부서에서 중위로 근무했다. 미국 내 쿠바 스파이들이 단파 라디오를 이용해 본국과 암호를 주고받을 때였다. 뉴욕타임스는 "롤리가 언제부터 CIA에 협력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그가 제공한 암호 관련 정보로 미국 정보기관이 쿠바 스파이들을 대거 체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쿠바를 떠날 계획을 세웠던 롤리는 1995년 평소처럼 출근했다가 체포됐으며 간첩 혐의로 기소, 재판에서 25년형을 선고받았다.

미 정부는 롤리의 체포 뒤에도 그가 제공했던 정보를 바탕으로 ▲1998년 미 플로리다주(州)에서 현지 망명객들을 대상으로 간첩 활동을 한 '쿠바인 5인방' 검거 ▲2002년 미 국방정보국(DIA)에서 16년 동안 스파이로 활동한 정보분석가 애나 몬테스 체포 ▲2009년 30년간 스파이로 일한 미 국무부 직원 마이어스 부부 체포 등의 굵직한 사건 등을 해결했다.

쿠바의 공무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아바나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평소에는 그림과 시(詩)를 즐기는 등 평범한 모습으로 가까운 가족들도 그의 정체를 몰랐다고 한다. 그의 가족들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도 "롤리가 19년 가까이 독방에 수용돼 있으면서도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롤리는 '완벽한 스파이'"라며 "그의 이야기는 냉전 후 미국과 쿠바 사이 펼쳐진 스파이 대 스파이 드라마의 한 대목"이라고 했다.

[양모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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