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랄프 로렌, 아메리카 원주민 헐뜯는 광고 삭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댈러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미국을 대표하는 패션회사인 랄프 로렌이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을 헐뜯어 인종 차별을 유발하는 광고를 게재했다가 즉시 삭제하고 사과했다.

미국 CNN 방송은 랄프 로렌이 최근 연말연시 연휴를 맞아 내놓은 남성 의류 광고가 과거 미국 정부에 의해 자행된 아메리카 원주민의 동화 정책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이를 즉각 지우고 사과했다고 19일(현지시간) 전했다.

랄프 로렌은 한 아메리카 원주민 남성이 고유 복장 대신 랄프 로렌이 제작한 재킷, 셔츠, 넥타이 등 서구식 복장을 착용한 빛바랜 사진 한 장을 광고에 담았다.

이 광고는 이번 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적지 않은 논쟁을 낳았다.

'마지막 진짜 인디언'이라는 웹사이트에 글을 올리는 루스 홉킨스는 "이 광고가 과거 미국 개척 시절 토착민인 아메리칸 원주민을 학살하고 탄압한 미국 이민자들의 행적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을 사는 많은 사람은 인디언 동화 정책 시절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어쩔 수 없이 서구식 복장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메리카 대륙에 이주해 미국을 세운 백인들은 1800년대 중반부터 1900년대까지 '미국화' 정책의 하나로, 인디언에게 영어를 교육하고 자녀를 멀리 떨어진 학교에 보내며 전통적인 원주민의 종교 행사를 불허하는 동화 정책을 시행했다.

이 동화 정책을 따르지 않는 부족은 폭력의 제물이 되기도 했다.

홉킨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해시태그 '보이콧랄프로렌'을 사용해 광고에 반대한다는 것을 이 회사 디자이너에게 알리자고 대중을 설득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랄프 로렌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그간 우리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유산이 지닌 아름다움과 중요성, 그들의 찬란한 역사를 오랫동안 지지해왔다"면서 "이번 광고에서 묘사된 몇 개의 이미지가 아메리카 원주민을 아프게 한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홈페이지에서 지웠다"고 밝혔다.

지난 50년 가까이 미국을 상징하는 운동복을 생산해 온 랄프 로렌은 올해 초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순수 미국에서 제작된 단복을 미국 선수단에 제공하기도 했다.

cany9900@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