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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北의 테러 위협에 꼬리내린 소니… 영화 '인터뷰(김정은 암살 소재)' 개봉 전면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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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의 母회사인 日소니, 北·日 관계 악화도 우려

"해킹에 北이 연루됐다"는 FBI 조사결과 공개 꺼려

美선 비판 여론 들끓어 "北과 사이버戰서 첫 패배"

소니픽처스가 해커들의 테러 위협에 굴복, 김정은 암살을 다룬 코미디 영화 '인터뷰' 상영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소니픽처스는 17일 성명을 통해 "상영관 대부분이 영화를 상영하지 않기로 한 점을 고려해 25일 예정됐던 극장 개봉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 게린 소니픽처스 대변인은 "개봉 시기를 늦추거나 VOD(주문형비디오) 서비스 제공 같은 후속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소니픽처스가 4400만달러(약 480억원)를 들여 제작한 '인터뷰' 개봉을 취소한 직접적 이유는 해커들의 테러 위협으로 극장들이 상영 계획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소니픽처스를 해킹한 자칭 'GOP(평화의 수호자)'라는 단체는 16일 9·11테러를 언급하며 "영화 상영 시간에 극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라. 영화관 근처에 사는 사람은 집에 있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미국 5대 극장체인인 리걸엔터테인먼트와 AMC엔터테인먼트, 시네마크, 카마이크, 시네플렉스가 모두 상영 계획을 백지화했다.

하지만 이번 취소 결정의 이면엔 북·일(北日) 관계 악화와 북한의 테러 위협을 우려한 소니 일본 본사가 깊숙이 관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소니는 소니픽처스의 모회사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소니 본사는 '인터뷰' 제작발표회가 있던 지난 6월부터 북한과의 갈등을 우려, 소니픽처스에 영화의 수위 조절을 요구해왔다"면서 "소니 본사는 '이번 해킹에 북한이 관련됐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하자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제안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소니 본사는 FBI를 통해 이번 해킹이 북한 소행이라는 것을 이미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실제로 FBI는 이번 해킹 배후가 북한이라는 조사 결과를 이르면 18일 발표할 것이라고 AP통신과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이 미 정보 당국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17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해커들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미국·태국·볼리비아 등 7개국을 경유해 사이버 공격에 나섰지만, 해킹에 사용된 프로그램이 최근 한국의 금융 회사들 해킹 때와 거의 비슷하고 일부 프로그램은 한글로 제작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은 '북한 지지자의 의로운 소행'이라며 배후설을 부인하고 있다.

상영 취소 결정이 알려지면서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엔 이번 결정을 '겁쟁이(coward)' '굴복(kowtowing)'으로 표현하는 등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미 영화배우 로브 로우는 소니픽처스를 2차대전 직전 히틀러의 요구대로 체코슬로바키아를 독일 나치 정권에 양보한 네빌 챔벌레인 전 영국 총리에 비유하며 "만일 소니가 2차대전을 했다면 히틀러가 승리했을 것"이라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로우는 또 "이는 해커가 승리한 게 아니라 테러리스트가 승리한 것이고 북한의 독재자가 승리한 것"이라고도 했다. 뉴트 깅그리치 전 미 하원의장은 "소니 때문에 (미국과 북한 간의) 세계 첫 사이버 전쟁에서 패배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매우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극장 개봉뿐 아니라 비디오나 동영상도 제공하지 않기로 한 것은 소니가 북한의 위협에 굴복한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나지홍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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