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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팀장님과 같은 방 쓰면 되겠네”…‘갑’들의 끝없는 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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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서울대공원 공무원들 계약직 여직원 성추행 사실 드러나

노래방 데려가 술 따르게 하면서 허리와 엉덩이에 손대

머리끈 달라며 “OO 묶어버리게” 입에 담기 힘든 성희롱도

서울시 인권보호관, 징계 및 재발 방지 대책 시장에게 권고


“어린 것들이랑 노니까 좋다.” “팀장님이랑 같은 방을 쓰면 되겠네. 오늘이 첫날밤인가?”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대공원의 공무원과 대공원의 용역업체 직원들이 용역업체 계약직 여직원들에게 한 말이다. 갑을 관계라는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공무원들은 ‘갑’의 지위를 이용해 ‘을’과 함께 ‘병’에 해당하는 계약직 직원들을 성추행하고, 입에 담기조차 힘든 말을 쏟아냈다.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27일 이런 사실을 적발해 서울대공원 직원 등을 징계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울 것을 서울시장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조만간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시민인권보호관의 조사 결과를 보면, 대공원의 ㄱ과장은 지난 7월1일 워크숍을 마친 뒤 노래방에서 용역업체 계약직 여직원의 손과 어깨, 허리를 만졌고, 또 다른 여직원에게는 “이렇게 술을 자꾸 따라주면 역사가 이뤄진다. 역사를 만들려고 그러냐?”며 엉덩이에 손을 댔다.

ㄴ팀장은 한 술 더 떴다. 그는 워크숍 장소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술을 마시며 “어린 것들이랑 노니까 좋다”, “(머리끈을 달라며) 고추 묶어버리게”라고 말하며 함께 있던 여직원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

용역업체의 ㄷ실장은 여성이면서도 ‘갑’인 서울대공원 직원에게 잘 보이려고 성희롱을 조장했다. ㄷ실장은 이날 점심식사 자리에서 ㄴ팀장에게 “결혼하셔야지요”라면서 함께 있던 특정 여직원을 거명하며 “어떠냐?”고 했다. 이어 “팀장님이랑 같은 방을 쓰면 되겠네. 오늘이 첫날밤인가? 합방! 2세도 보는 건가”라고 말했다. ㄴ팀장은 “그러면 나야 좋지”라고 답했다. 용역업체의 ㄹ대리도 노래방에서 같은 업체 여직원을 성추행했다.

ㄴ팀장은 성희롱과는 별개로, 직접 고용을 앞둔 시기에 공무직(무기계약직) 전환 예정자들에게 “전환이 다 되는 거 아니다”, “가만히 안 두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서울시는 정규직 전환을 빌미로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폭언·폭행·성희롱 하는 공무원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처벌하기로 했다. ‘비정규직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책’을 만들고, 서울시 경제진흥실장에게 곧바로 신고할 수 있는 전화(02-2133-7878)도 개통하기로 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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