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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JY의 삼성' 속도내나…지배구조에 몰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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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26일 삼성그룹이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등 방산·석유화학 사업부문을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에 증권가는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 IMF 이후 첫 '빅딜'

삼성이 주요계열사를 국내 타 대기업 집단에 넘긴 것은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빅딜'로 삼성그룹은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해 핵심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을 마련했고 2조원에 달하는 실탄도 마련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빅딜은 삼성그룹의 비주력 계열사 매각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의 중요한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해석이다. 특히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삼성종합화학 지분 매각으로 936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매각으로 마련된 자금이 이건희 회장 지분에 대한 증여세 마련과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신사업 인수합병(M&A)에 사용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삼성 같은 대표 재벌 그룹이 재무적 위기가 없는 상황에서도 비주력 사업부를 매각한 사실은 큰 의미가 있다"며 "과거에는 빅딜이라는 이름으로 대기업간 사업부 교환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일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계열사 매각으로 마련된 자금은 새로운 인수합병에 사용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일 것"이라며 "삼성의 이번 '선택과 집중' 전략은 다른 국내 대기업 집단에도 귀감이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전기, SDI, 제일기획 등 삼성株 강세 두드러져

이날 증시에서 삼성테크윈을 제외한 삼성그룹주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잔존 사업구조 재편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나 일단 한화그룹과의 빅딜로 큰 밑그림이 만들어진 만큼, 삼성이 남는 여력을 나머지 계열사들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주에서 빠지게 되는 삼성테크윈이 하한가로 밀린 것과, 전날 MSCI지수 편입에 따른 주가급등이 있었던 삼성에스디에스가 조정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주가흐름이 비교적 견조했다.

특히 삼성전기는 8% 가까운 주가상승률을 보였고 삼성SDI 역시 3%대 상승 마감했다. 이날 오전 한화그룹과 빅딜계획을 발표한 삼성그룹은 이날 오후 삼성전자와 관련한 두 가지 복안도 공개했다.

주가부양을 위해 삼성전자 자사주를 취득하고,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제일기획이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는 1150만주를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투자자문사 한 임원은 "삼성전자가 취득하기로 한 자사주와 제일기획 주식, 그리고 배당확대 계획 등을 보면 전반적으로 한화그룹 빅딜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이번 빅딜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에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이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앞으로 어떤 계열사에 관심이 있을까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개인적으로는 앞으로도 비주력 계열사에 대한 후속 딜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중선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그룹이 최근 계열사에 대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흐름이 주목된다"며 "합병이나 지분변동을 통해 단순화된 지배구조는 다양한 인수합병 기회를 늘릴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재계 사업변천 흐름을 보면 창업주와 2세, 3세 오너들의 사업전략에는 분명히 큰 차이가 있다"며 "한국 기업들 전반적인 모습을 보면 3세로 기업이 승계되면 중후장대형 사업보다는 안정적인 내수 사업에 보다 주력하는 특성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삼성-한화 빅딜, 삼성에 보다 이득

한편 삼성-한화의 빅딜과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겠지만, 전반적으로는 삼성이 보다 이득을 본 거래"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삼성그룹은 삼성테크윈 지분(32.4%)과 삼성종합화학 지분(57.6%)을 한화케미칼 및 한화에너지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테크윈의 합작 자회사인 삼성탈레스와 삼성종합화학의 합작 자회사인 삼성토탈 역시 동시에 양도된다.

한화그룹 입장에서도 크게 손해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일단 방위산업과 석유화학 부문에서 시장점유율과 내부 경쟁력을 한차례 더 올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수장 역할을 삼성과의 관계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증권가는 이번 딜과 관련해 '삼성'에 무게추를 두는 평가를 내놓는 까닭은 이번에 매각되는 회사가 단기적으로 한화그룹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시각에 기인한다.

우선 삼성테크윈의 경우 최근 실적정체 현상이 컸다. 삼성테크윈의 연도별 매출액과 순이익은 △2011년 2조6102억원, 2308억원 △2012년 2조6306억원, 1313억원 △2013년 2조6297억원, 1330억원 등이었다. 올해는 3분기까지 매출액 1조9323억원을 올렸으나 145억원 순손실을 기록해 흑자를 장담하지 못하게 됐다.

올 상반기 삼성종합화학에 합병된 삼성석유화학의 경우 지난해 2조3642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순손실이 421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종합화학은 지난해 205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으나 삼성석유화학의 부진으로 실적부담이 생겼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한화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빅딜로 인한 시너지가 클 수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이번에 인수한 기업들의 경영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숙제를 안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매각 발표 후 삼성테크윈 주식이 급락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주가는 전날보다 5050원 하락해 하한가인 2만8850원까지 떨어졌다. 하한가 매도잔량만 150만주가 넘었고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도물량도 16만주에 달했다.

이에 반해 인수주체인 한화와 한화케미칼은 각각 1.27% 하락한 3만1000원, 0.75% 상승한 1만3500원에 마감했다. 삼성테크윈 주가가 급락한 것은 '삼성'프리미엄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에서 이탈했다는 아쉬움과 인수전후에 있을 수 있는 빅베스 우려감으로 주가약세가 이뤄질 수 있다"며 "방산과 항공기부품 등의 시너지를 보면 한화그룹 편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호재가 될 수 있으나 단기적인 투자심리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테크윈의 경우 삼성프리미엄 소멸로 주가 측면에선 당분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한화그룹이 삼성테크윈 인수를 계기로 방산부문에 보다 큰 역량을 집중할 경우 주가에는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준환기자 abc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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