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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미국내 韓中 매춘여성들은 피해자” NY타임스 대서특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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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시스】노창현 특파원 = 미국에서 매춘으로 체포된 한국과 중국 여성들이 또다른 피해자라는 인식아래 이들을 구제하는 사법 시스템을 뉴욕 타임스가 대서특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23일 메트로섹션 1면에 올린 장문의 기사에서 매춘 여성들을 돕는 퀸즈형사법원의 활동과 아시아 여성들의 인신매매 문제에 대해 상세히 짚었다.

지난 21일 큐가든의 퀸즈형사법원에서 열린 법정의 풍경은 보통의 재판과 다른 모습이었다. 한국과 중국서 온 매춘 여성들은 법원이 지정한 변호사와 통역의 도움 아래 판사와 대화를 했다. 이날 판사는 일본계인 토고 세리타 판사였고 변호사 검사들도 대부분 여성이었다.

뉴욕 타임스는 이 법정이 다음달로 10주년을 맞는 ‘인신매매중재법정(HTIC)이라면서 지난해 미 전역에 걸쳐 시작된 11개의 프로그램의 견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HTIC는 매춘 여성들을 피의자가 아니라 피해자로 간주하며 형사처벌 대신 전문가가 포함된 5∼6인 그룹의 카운슬링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혐의가 취하되고 피의 기록 또한 공개되지 않는다.

다섯 개의 뉴욕 법원이 이 같은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시행 중인 가운데, 세리타 판사는 “이 법정은 인신매매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매춘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들이라는 불운한 여성들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세리타 판사는 “뉴욕시의 5개 법정이 일부 사람들의 생활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장래에 활용할 수 있는 의미있는 창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들어 퀸즈에서 매춘 관련으로 체포된 케이스는 모두 686건에 달한다. 이중 149건이 한인타운이 있는 플러싱 관할 109경찰서에 의한 것이었다.

타임스는 경찰과 사법 시스템이 매춘 피의자들을 범죄로 다루고 있고 대부분 불법체류자인 피의자들도 공포와 수치심으로 자신들이 인신매매의 희생양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주의 ‘반 인신매매법’은 이들은 피해자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사기와 신체적 상해, 여권 등 이민서류 압수, 빚을 지게 하는 등의 강압적인 수법을 인신매매의 범주로 보고 있다.

HTIC 법정에서 검사는 매춘 혹은 호객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들을 비난하는 대신 변호사와 이들에 대한 여러 조건을 협의한다. 퀸즈형사법원의 킴벌리 애프론티 차장검사는 “이 법정의 목적은 검사와 변호사의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팀으로 협력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세리타 판사는 피의자들에 대한 처벌을 최대 6개월 간 유예하고 피의 기록도 공개하지 않는다. 지난 1년 간 그녀는 639건 중 398건에 대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HTIC의 효시는 10년 전 페르난도 카마초 판사가 미국 태생의 10대 소녀들이 매춘으로 법정에 들락거리는 것에 대한 악순환을 개선하기 위해 투옥 등 형사처벌을 대체하는 조건으로 만들어졌다.

현재 뉴욕 법정에 서는 매춘 여성들은 라틴계 여성들과 30∼50세의 불체자 아시아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세리타 판사에 따르면 아시아 여성들은 2010년 27%에서 올해 40%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53세인 세리타 판사는 이들 아시안 여성에게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5살 때 일본 삿포로에서 부모와 함께 이민 온 그녀는 1960년대 말 브루클린의 뵈럼힐 초등학교의 유일한 아시안 학생이었다. 세리타 판사는 “화가였던 아빠가 가져오는 도시락(벤토 박스) 때문에 늘 아이들의 놀림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훗날 법적 도움을 주는 공공서비스에 관심을 갖게 된 그녀는 2005년 블룸버그 시장에 의해 첫 일본계 판사로 임명됐다. 카마초 판사가 피해자들을 위한 멘토링 서비스와 공조했다면 세리타 판사는 아시안여성센터 등 6개의 단체와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타임스는 매춘 혐의로 기소된 중국 푸저우 출신의 한 여성이 미국에 오기 위해 친구와 가족들에게 8만 달러의 빚을 진 사례를 소개하며 빚에 따른 속박이 인신매매에 연루되게 하는 등 아시안 커뮤니티에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X라는 이니셜의 여성은 여행사로부터 6만 달러를 빌려서 미국에 왔다. 공항에서 픽업하는 댓가로 500달러를 지불하는 등 곧 돈이 떨어졌지만 워킹 비자가 없어서 직업을 구할 수 없었다. 중국계 신문 월드저널의 안내광고섹션은 ‘투이나’로 불리는 마사지 광고가 대부분이었다. 한 광고는 모호한 문구와 함께 마사지일을 하면 하루 500달러, 한 달에 수만 달러를 벌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42세의 그녀는 결국 일을 하기로 했지만 성적 서비스를 의미하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녀를 퀸즈 주택가로 데리고 간 남성은 “당신처럼 도와줄 사람이 없이 이곳에 오는 여성들은 모든 이런 일을 한다”고 말했다.

한 달 후 체포된 그녀는 세리타 판사를 만나 카운슬링 세션에 참여하게 됐다. 인신매매와 가정폭력 희생자를 돕는 ‘가족들을 위한 구호(SF)’ 기관이 현재 그녀를 위한 비자 신청과 의료 예약 등을 돕고 있다.

그녀는 “내가 잘못된 길을 간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면 나를 도와주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마워 했다.

역시 불체자인 40세 여성 M은 지난 5월 퀸즈에서 매춘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뉴욕아시안여성센터의 카운슬링 프로그램을 마친 그녀는 맨해튼의 마사지 팔러가 합법적인 곳으로 알고 일을 하게 됐다. 그러나 매춘을 강요받고 구타를 당하며 말을 안 들으면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은 후 ‘가족들을 위한 구호’ 기관에 법적 도움을 청하게 됐다.

M은 플러싱에 정착한 많은 중국계 이민자들처럼 처음 미국 도착 이후 ‘정치적 망명’을 시도했다. 당시 변호사는 총 3500달러가 든다면서 선불로 500달러를 요구했다. 그가 돈을 받고 사라진 후에야 사기당한 것을 알게 됐다.

‘가족들을 위한 구호’ 기관은 “정치적 망명은 추방의 위험 등 아주 드문 경우에 해당되는 것으로 인신매매 피해자들은 T비자를 신청하는 게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 기관은 현재 7개의 뉴욕 로펌들이 관여하는 34개의 무료 이민 컨설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rob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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