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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인터스텔라’는 그가 있어 가능했다… 과학적 자문 맡은 전 캘리포니아 공대 교수 킵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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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의 ‘대가’인 이론물리학자… 과학과 상상력 연결 영화 속 블랙홀 역동적 표현에 도움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못지않은 활약을 한 인물은 킵 손 전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교수(74·사진)다. 킵 손은 <인터스텔라>에 과학적 자문을 해준 것에서 나아가 책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인터스텔라>가 과학자들로부터 열띤 호응을 받고 역대 SF영화 중 가장 과학적으로 탄탄한 내용으로 구성됐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킵 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놀란 감독은 지난 1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영화의 이론은 현재까지 완벽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향신문

킵 손은 평생을 블랙홀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연구에 바친 이론물리학자다.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천문학자 칼 세이건과 함께 공동연구를 해왔다.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교수직에서 정년퇴직했다. 캘리포니아 공대는 가끔 들러 연구하는 킵 손을 위해 연구실을 그대로 남겨뒀다.

킵 손은 소설과 영화 등에 자문하면서 받은 영감으로 자신의 과학적 연구 성과를 만들어가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킵 손은 외계인의 존재를 다뤄 인기를 끌었던 소설과 영화 <컨택트>에 과학 자문을 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졌다. <컨택트>는 칼 세이건이 1980년대 중반에 쓴 소설이다. 이 소설은 1997년 영화로 만들어졌다.

칼 세이건이 소설을 쓸 때 킵 손에게 중력에 대해 자문했다. 이 과정에서 영감을 얻은 킵 손은 1988년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유명한 논문을 쓰게 된다. 웜홀을 이용하면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이 논문이 나오면서 시간여행에 대한 과학적 이론들이 탄탄해졌다. 그러나 킵 손이 시간여행의 조건으로 제시한 웜홀은 아직 발견되지 않아 당시 논문은 여전히 논쟁 중이다.

정재승 카이스트(KAIST) 교수는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용산CGV에서 열린 <인터스텔라> 시사회에서 “킵 손의 논문은 우주에서 시간여행을 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기술하고 시간여행에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며 “당시 그 논문을 읽고 킵 손이 제시한 조건을 만족시키기가 힘들기 때문에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시간여행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고 말했다.

킵 손은 블랙홀의 ‘대가’이자 웜홀의 개념을 제시한 과학자답게 <인터스텔라>에서 블랙홀과 웜홀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3차원으로 회전하는 블랙홀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기존 영화들은 블랙홀을 2차원으로 표현해왔다. 블랙홀이 3차원으로 표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 속 블랙홀은 역동적으로 회전한다. 빛이 블랙홀 주변을 지날 때 구부러지는 ‘중력렌즈 효과’도 실감나게 표현됐다. 킵 손은 블랙홀을 시각화하는 작업에 참여하면서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중력렌즈 효과에 대한 논문을 집필 중이다. 영화적 상상력이 과학적 상상력을 자극해 과학 발전을 이끌어내는 것을 보면 영화는 과학자들에게 절대 놓칠 수 없는 연구 재료일 수밖에 없다.

<목정민 기자 m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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