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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월드리포트] "베이징대 '짐승'에게 유린당했다" 여학생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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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의 명문대로 꼽히는 베이징대학이 요즘 시끄럽습니다. 베이징대에 유학중인 한 외국인 여학생이 베이징대 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해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폭로했기 때문입니다. 피해 여학생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친구들이 ‘베이징청년보’라는 신문사에 제보를 하면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제자를 성 노리개로 삼은 파렴치범으로 지목된 교수는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외교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인 위완리(余萬里) 교수였습니다. 위 교수는 역시 최고 명문으로 불리는 상하이 푸단대학을 졸업하고 사회과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자 마자 베이징대학으로 스카우트 될 정도로 전도유망했던 젊은 학자입니다. 중미외교관계 전문가인 위 교수는 날카로운 국제정세 분석과 준수한 외모를 앞세워 CCTV 등 방송에도 자주 출연하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도 높은 인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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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교수와 제자가 불륜의 나락으로 빠져 든 건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박사 2학기 째를 맞은 올해 초 여학생은 다른 전공 수강 학점을 취득하기 위해 위 교수가 개설한 ‘미국외교연구’란 과목을 선택했습니다. 그것이 비극의 서막이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일면식도 없던 타 전공 박사생을 수업 시간에 눈여겨 본 교수는 마수를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교수는 제자모임이다, 세미나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점찍어 둔 제자와의 접촉 기회를 자꾸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중국의 대학에서도 교수들이 제자들, 특히 박사과정 학생들에 대해서는 학점 부여와 논문 심사, 학술지 공동 게재 등을 통해 상당한 장악력을 갖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학위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는 박사생들에서 교수는 한 마디로 생사여탈권을 쥔 ‘슈퍼 갑’인 겁니다.

제자 입장에서 교수의 모임 소집에 불응하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함께 차를 마시고 밥 먹는 횟수가 늘어갔고 중국판 카톡인 웨이신 친구도 맺었습니다.

학기가 끝난 뒤 여름방학이 되자 교수는 웨이신으로 노골적인 구애를 보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7월 하순 어느 날 대낮에 제자의 기숙사로 찾아 온 교수는 논문 내용과 관련해 자문을 해주겠다며 방으로 제자를 데리고 들어가 강제로 몹쓸 짓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사랑한다. 결혼하자. A급 학술지에 논문을 실어주겠다. 논문을 써 주겠다.” 이런저런 달콤한 유혹과 교수의 권위 앞에서 무장해제 된 제자는 그 뒤로 몇 달 동안 집요한 요구에 속절없이 끌려 다녀야 했습니다. 유부남이란 사실도 감췄던 교수는 나중에 제자가 사실을 알게 되자 별거한 지 오래 된 현재 부인과는 몇 달 안에 이혼할 것이라고 둘러댔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달 제자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자 교수는 돌변했습니다. 당장 뱃속의 아이를 지우라고 윽박지르면서 만약 말을 듣지 않으면 두 사람의 관계를 몰래 찍어 둔 사진과 동영상을 폭로할 수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었습니다.

배신감과 수치심에 자살까지 생각했던 제자는 어렵사리 동료 학생들에게 힘겹게 숨겨 온 비밀을 털어 놓았고 친구들의 지지와 응원에 용기를 얻어 마침내 교수와의 싸움에 나섰습니다. 학교당국과 언론사에 교수와 나눈 웨이신 대화와 사적인 사진 몇 장이 증거로 제출됐습니다.

어제 베이징대학 당국은 교수의 모든 직위와 당적 박탈을 결정했습니다. 학칙에 따라 추가적인 행정처리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교수에 대한 이런 징벌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학생이 받은 상처와 고통은 쉽게 치유될 수 없을 겁니다.

특히 타국으로 유학까지 왔다 변을 당한 이 여학생이 앞으로 얼마가 더 걸릴 지 모를 박사 공부를 계속해 나갈 수 있을 지도 알 수 없습니다. 베이징대 학생들은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은 교수와 제자 간의 불평등한 종속적인 관계에서 비롯됐다며 이에 대한 개선책 마련을 학교 측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베이징대 사건뿐 아니라 교수들이 제자를 개인 비서나 몸종, 심지어 성적 노리개로 취급하는 예는 비일비재합니다. 지난달 푸젠성에서는 여 제자들을 호텔로 불러 성관계를 갖고 호텔 비용은 학교 공금으로 처리해 오던 샤먼대 교수가 피해 여학생들의 방송 제보로 공개 망신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비단 사제간의 성 추문 만이 아닙니다. 연구비 착복, 논문 대필 등 교수들의 부도덕한 자질과 관련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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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의 전당인 상아탑에서 좀처럼 전근대적 악풍이 근절되지 않자 중국 교육부는 지난달 9일, “학생과 성 관련 문제를 일으키거나 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서는 안된다”는 수칙을 포함해 7가지 금칙을 담은 홍7조(紅七條)를 발표했습니다.

중국어 발음으로 교수(敎授)는 ‘쟈오쇼우’로 읽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발음으로 읽히는 단어가 또 하나 있습니다. '규수(叫獸)!' , 즉 짐승이라고 부른다는 뜻입니다. 짐승으로 불리는 교수들이 사라져야 비로소 대학도 바로 설 수 있을 겁니다.

[임상범 기자 doong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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