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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죽음 부르는 양악, 한국인 떠난 자리에 중국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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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5년전 위밴드수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가수 신해철이 사망하면서 각종 고도비만 수술의 위험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도비만 수술은 초고도 비만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고안된 수술이다. 하지만 외모를 절대적으로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와 병원들의 매출 경쟁이 맞물리면서 질환 치료용이 아닌 미용 수술로 전락하고 있는 상태다. 이 과정에서 사망사고 등 각종 부작용까지 생기고 있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비만수술과 양악수술, 가슴 확대수술, 다이어트 치료제, 미용주사 등 목숨을 위협하고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는 대표적인 미용수술의 현주소를 중점 점검했다.

[[묻지마 미용·다이어트, 목숨 건 아름다움②]양악수술]

#지난 3월 부산의 한 성형외과에서 양악수술을 받은 30대 남성이 수술 후 3일 만에 숨졌다. 이 환자는 4시간에 걸쳐 양악수술을 받았으며 수술 다음날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쉴 수 없다"는 이상 증상을 호소했다. 이후 갑작스럽게 쓰러져 심폐소생술을 받은 그는 상태가 악화돼 대학병원으로 옮기던 중 사망했다. 지난해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부산의 한 성형외과에서 5시간30분 동안 양악수술과 코 수술을 받은 20대 여성이 수술 후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 인근 종합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이 여성은 9일 뒤 사망했다.

양악수술로 인한 사망사고는 매년 예외 없이 반복되고 있다. 4~5년 전 서울 강남의 일부 치과와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시작된 양악수술은 한해 5000건 이상 수술이 진행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최근 수술 횟수가 급속히 늘고 있다.

하지만 수술이 어렵고 위험도 높아 재수술 전문 병원까지 등장했을 정도로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수술 부작용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수술을 꺼리는 한국인의 자리를 중국인이 메우면서 중국인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양악수술, 위턱과 아래턱 잘라 이동시킨 후 고정하는 수술=양악 수술은 치아와 연결된 하악(아래쪽 뼈)과 상악(위쪽 뼈)을 동시에 깎는 수술이다. 양악의 뼈를 잘라 분리해 원하는 만큼 이동시킨 후 이동된 뼈를 다시 고정하는 방법이다.

본래 주걱턱이나 턱 뼈 자체가 돌출된 돌출 입, 안면비대칭, 부정교합, 긴 얼굴 등과 같이 턱의 성장에 문제 있는 경우 이를 치료하기 위해 개발됐다.

부정교합이 심한 사람의 경우 치아가 제대로 맞지 않아 음식을 씹는 데 문제가 생긴다. 이 때문에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에게 양악수술은 건강을 위해 꼭 해야 하는 수술이다.

양악수술은 과거에는 환자 수요가 많지 않고 수술 난이도도 높아 의사들조차 꺼리는 수술로 인식됐다. 상태가 아주 심한 환자에게만 일부 시행돼 실제 수술을 받는 환자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성형외과의 광고 마케팅이 활발해지고 연예인들의 수술수기가 속속 발표되면서 누구에게나 친숙한 용어가 됐다. 국내에서 양악수술은 한해 5000건 정도 이뤄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치료비용은 1000만~1500만 원 정도다. 500억~750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돼 있는 셈이다.

◇한국인 빠진 자리 중국인 메우면서 의료관광시장 먹칠 우려도=환자가 늘면서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양악수술을 하는 얼굴부분은 각종 혈관과 신경이 지나다니는 데다 수술로 인해 코와 기도 등을 건드릴 우려도 높다. 이 때문에 수술 후 안면신경이나 눈물샘에 문제가 생기거나 기도폐쇄, 과다출혈 등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실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2008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미용성형시술 관련 사건을 분석한 결과 턱 안면윤곽은 다른 성형수술보다 수술 후 사망 및 뇌 손상 등을 호소할 우려가 가장 높았다.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 역시 많았다.

수술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이 발생하면서 양악수술 재수술 환자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병원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한 병원 관계자는 "양악 뿐 아니라 눈, 코 등 각종 수술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면서 재수술만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 생기고 있다"며 "이들 병원의 경우 대형 성형외과처럼 광고를 하거나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지만 환자들이 커뮤니티 등을 통해 입소문을 듣고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양악수술의 문제점 등이 언론을 통해 많이 보도되면서 국내 환자가 줄자 수익 감소에 직면한 성형외과들이 중국인 환자로 병상을 채우는 추세다.

중국인 중에서도 수술 피해자들이 하나둘 나오면서 국내 의료관광의 이미지에 먹칠을 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양악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심한 부정교합인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음식을 씹고 삼키는 데 무리가 없는 일반인의 경우 고려할 필요가 없는 수술"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기능적 문제 때문에 수술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면 가격보다 병원의 시설이나 시스템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며 "치과, 성형외과, 대학병원 등 여러 병원을 둘러본 후 수술을 결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bluesk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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