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BOOK] ‘권력은 총구에서 나왔다’… 박정희 vs 마오쩌둥]

머니투데이

반신반인(半神半人). 한 쪽은 신이고 다른 쪽은 인간인 인물을 지칭할 때 쓰는 단어다. 신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칭송하는 수식어로 사용된다. 한국과 중국의 근현대사를 살펴봤을 때 반신반인으로 불리는 지도자 두 명이 있다면? ‘권력은 총구에서 나왔다’의 저자는 박정희와 마오쩌둥을 든다.

한국 사회에서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린다. 산업화 세력은 그의 경제개발 업적을 미화하지만 민주화 세력은 정당성 없는 그의 통치를 부정한다. 양쪽으로 치우친 생각들은 박정희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불가능하게 했다.

이 책은 한국과 중국의 독재 정치 역사를 살피고 지도자들의 리더십을 분석했다. 유신체제의 박정희, 문화혁명의 마오쩌둥과 개혁개방의 덩샤오핑을 함께 비교해 박정희라는 인물을 재평가했다. 저자는 다른 지도자들과 비교하는 방법을 택함으로써 박정희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시도했다.

언론사에서 홍콩 특파원과 국제부 기자를 거치고, ‘친디아’, ‘중화경제의 리더들’ 등 서적을 낸 저자는 특히 중국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대륙으로 취재를 다닌 그는 “중국인들이 경제적인 부를 안겨준 덩샤오핑보다 수천만 명을 굶겨 죽인 마오쩌둥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중국인들은 “덩샤오핑은 돈을 벌게 해줬지만 마오쩌둥은 체면을 살려주었다”며 마오쩌둥에게 더 높은 존경을 표현한다. 돈은 언제라도 벌 수 있지만 한번 깎인 체면은 영원히 회복할 수 없으며, 중국의 자주 확보를 위해 노력한 마오쩌둥이 아니었다면 역사는 잘못 쓰여 바로 잡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저자는 덩샤오핑처럼 박정희도 한국 국민들이 잘 먹고 살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덩샤오핑이 중국 땅에서 일제를 몰아내기 위해 젊음을 바쳤을 때 박정희는 일본군으로 침략 전쟁의 첨병 노릇을 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권력의 정당성 면에서도 차이점이 드러난다고 본다.

저자는 한국·중국 독재자 3인의 리더십을 각 4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마오쩌둥이 △정통성 △지적 능력 △자주 △폭력이라면, 덩샤오핑은 △화합 △권위 △유연 △보편이다. 박정희는 △가난 극복 △실력과 소탈 △마이웨이 △폭력이다.

이 책은 한 나라의 지도자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정통성과 정당성이라고 강조한다. ‘박정희를 반신반인으로 불러도 되는가’에 대한 답은 독자의 몫이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왔다=박형기 지음. 알렙 펴냄. 336쪽/ 1만6000원.

양승희기자 forgood@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