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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 [7부-3] 화촉도우미 20만원, 꽃가루(이벤트) 20만원, 祝歌 50만원… 단계마다 돈,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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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 101쌍의 결혼 비용]

-"항목마다 추가 비용 요구"

웨딩사진 찍는 비용 따로 사진 고르는 비용 따로

-결혼 당일엔 신랑 공략

정신없는 신랑 따라다니며 "이벤트 하나 추가하시죠"

-"평생 한번인데…"에 솔깃

"쓸데없이 돈 쓰지 말자"에서 "좋은 날인데 남처럼 하자"로

스튜디오에서 웨딩 사진 찍고 드레스·턱시도 빌리고 메이크업하는 데 216만원, 예식장 빌리는 데 171만원, 꽃 장식 하는 데 106만원, 신부가 드레스 입고 벗게 도와주는 사람에게 15만원, 양가 어머니 화촉 밝힐 때 옆에 서서 도와준 직원들에게 20만원, 하객들 식사 대접하는 데 1722만원….

취재팀이 신랑·신부·혼주 101쌍을 만나 절차별로 꼼꼼하게 받아 적은 평균 액수다. 서울과 수도권 젊은이가 많아 전국 단위로 알아보면 이보다는 좀 덜 들지도 모르겠다. 취재팀 조사에선 결혼식 날 하루 쓴 돈 총액이 평균 2264만원에 달했다.

여러 사람이 "황당하고 아까운 항목이 많았다"고 했다.

조선일보

"꽃 장식 필요 없다고 해도 웨딩홀 직원이 '필수 항목이라 이거 안 하면 예식장 빌려줄 수 없다'고 했어요." (지현정·가명·31)

"몇 시간 걸려 웨딩 사진 찍었더니, 스튜디오 직원이 '이 중에서 잘 나온 거 고르려면 20만원을 더 내라'는 거예요."(김은정·가명·31)

"예식장 직원이 결혼식 10분 전에 와서 도우미를 쓰라고 했어요. '어머니들이 화촉 밝히다 실수하면 어쩌냐'면서…."(양영미·가명·33)

단계마다 돈

요컨대 단계마다 돈이고 항목마다 돈이었다. 하나둘 쌓여 전체 비용이 불어났다.

취재팀이 만난 신랑·신부 중엔 연봉이 8000만원 넘는 고소득자도 한 명 있었다. 하지만 절대다수는 둘이 합쳐 월 250만~500만원 벌었다. 두사람의 반년치 월급에 맞먹는 돈이 하루 호사에 들어갔다.

그 부담은 당연하듯 양가 부모의 어깨로 갔다. 안 그래도 돈 대기 벅찬 양가 부모는 '결혼식 비용만이라도 청첩장 뿌려서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중견기업 직원 서지원(가명·28)씨는 "원래는 축의금을 안 받고 싶었다"고 했다. 축하하러 와주는 것만도 고마우니 폐 끼치지 말자고 생각했다. 1년 전 결혼 날짜 받을 때만 해도 그 생각이 확고했는데, 결혼식을 한 달 앞둔 지금은 "그냥 남들처럼 하겠다"고 했다.

"신혼집도 구하고 살림살이도 사야 하는데 결혼식에 들어가는 모든 게 너무 비싸요. 드레스 빌리는 거나 사진 촬영도 그렇고, 식사도 밖에서 먹는 뷔페보다 훨씬 못한데 1인당 4만~5만원씩 하고…. 어른들 앞에서 '축의금 받지 말자'는 말이 안 나오죠. 안 받을 수 없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당사자와 하객이 다 같이 괴로운 결혼문화가 굳어져 간다.

"이벤트 하나 추가하시죠"

조선일보

이들 101쌍 중에 애초부터 '안 쓸 돈도 쓰겠다'고 작정하고 덤빈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들 "처음엔 아끼려 했다"고 했다. 생각보다 더 쓰게 만든 원인이 뭘까. 101쌍은 "어딜 가나 매사에 추가 비용이 있다"고 했다.

지난 2월 결혼한 최원규(가명·27·공기업 직원)씨는 결혼식 당일 예식장 직원 때문에 당황했다. 안 그래도 하객들에게 인사하느라 정신없는데, 직원 한 명이 최씨를 졸졸 따라다니며 계속 물었다.

"계약서엔 없습니다만, 꽃가루 이벤트 안 하실래요? 분위기 좋습니다." "계약서엔 없습니다만, 화과자 좀 안 사실래요? 하객들 식사하며 드시라고요."

경황이 없어 "알아서 하라"고 했는데 계산서를 받아보니 원래 계약보다 50만원이 더 비쌌다. 최씨는 "신랑들은 이런 걸 잘 모르니까, 결혼식 당일은 주로 신랑을 노린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

스스로 무너진다

꼭 업체 탓일까. 101쌍 얘기를 잘 들어보면, 남 탓하기 어려운 측면도 컸다. 지난봄 결혼한 학원강사 조영민(가명·39)씨가 "'결혼식에 돈 써봤자 소용없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처음엔 안 쓰려고 했는데, 막상 준비하기 시작하니 옆에서 하는 말에 나 자신이 너무 쉽게 흔들렸다"고 했다.

가장 힘센 말이 '평생 한 번'이었다. 진부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자기 일이 되니 달랐다. '쓸데없는 데 돈 쓰지 말자'는 생각이 '좋은 날 너무 아끼지 말자'는 생각으로, '그냥 할 건 하자'는 생각으로 확확 변했다.

"결국 호텔에서 한 것도 아닌데 그날 하루 7000만원을 썼어요. 우리 집이 부자도 아닌데…."

[정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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