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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who] 아프리카서 20년 만에(남아공 데 클레르크 이후 처음) 白人 대통령… 임기는 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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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 '임시 대통령' 스콧]

3년간 부통령職 수행하다가 대통령 사망하자 '90일 대행'

영국 이민 2세로 태어나… 국민들 "영혼은 잠비아人" 신뢰

잠비아의 마이클 사타(77) 대통령이 영국 런던의 병원에서 신병 치료를 받던 중 29일 숨을 거뒀다. 그런데 고인(故人)보다 더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대통령의 빈자리를 채울 가이 스콧(70) 부통령이다. 새 대통령을 뽑기까지 90일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임시 대행에 불과한 스콧 부통령에게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그가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서 20년 만에 나온 '백인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백인이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데 클레르크 대통령(1989~1994년 재임)은 당시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을 펼친 소수 백인 정권에서 선출됐기 때문에, 스콧이 '아프리카 민주 체제하에서는 사실상의 첫 백인 지도자'(영국 가디언)란 평도 나온다. 이 나라 국민은 영국계 잠비아인인 스콧을 "겉모습은 백인이지만 영혼은 영락없는 잠비아인"이라며 신뢰한다고 한다.

스콧은 잠비아가 영국 식민지였던 1944년 남동부 리빙스톤에서 영국 이민 2세로 태어났다. 아프리카의 다른 백인 가정과 마찬가지로 사회·경제적 특권을 누리며 성장했다. 그러나 국회의원을 지낸 아버지 알렉산더 스콧은 영국 식민정치에 반대하는 신문을 창간하는 등 흑인들의 독립운동을 적극 지원했다.

스콧은 영국에 유학했으나, 잠비아가 영국에서 독립한 이듬해인 1965년 '고향'으로 돌아와 재무부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1980년대 고소득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 벤처를 운영하다 1990년 국가농업위원장직을 맡았다. 당시 대기근을 무난히 넘기며 국민의 신망을 얻었고 이듬해엔 국회에 입성했다. 2011년 오랜 정치적 동지였던 사타가 3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되자, 전체 인구의 0.3%(4만명)에 불과한 백인 출신임에도 '부통령 1순위'로 꼽혔고 실제 지명됐다. 그는 부통령 취임 때 "탈(脫)식민 시대를 뒤로하고 인종의 경계를 넘어 새 시대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임시대통령이 되자 "매우 놀라운 소식이지만 한편으론 무척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스콧이 실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행 잠비아 헌법상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부모부터 잠비아 태생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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