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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문과의 눈물]고교생도 문과 기피… 이과 선호도 2배나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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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심화되는 고교생의 ‘문과 기피’

취업 걱정에 따른 ‘문과 기피’ 현상은 고등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기업의 인문계 전공자 ‘채용 기피’가 대학의 인문계열 학과 통폐합, 고등학생의 ‘문과 기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향신문이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일반고인 ㄱ고교 1학년 한 반 학생 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런 추세가 여실히 드러났다.

경향신문

▲ 문과 선택 학생 29%뿐 “수학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조사 결과 학생들의 이과 선호도가 문과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문과와 이과 중 어떤 계열을 선택할 예정인가’란 질문에 19명(50%)이 이과를 선택했다. 문과를 선택하겠다는 학생은 11명(29%), 예체능을 선택하겠다는 학생은 3명이었다. 5명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해당 계열을 선택한 이유도 문·이과에 따라 달랐다. 이과를 선택한 학생은 취업과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해당 계열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복수응답 가능)’라는 물음에 9명이 ‘취업에 유리해서’, 6명이 ‘대학 진학에 유리해서’라고 답했는데, 모두 이과를 선택한 학생이었다.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공부가 재미있어서’라고 응답한 21명 중 70%도 이과를 선택한 학생이었다.

반면 문과를 선택한 학생 상당수는 수학·과학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38명 중 계열 선택 이유를 ‘수학·과학(문과) 또는 영어·국어·사회(이과) 공부에 어려움을 느껴서’로 꼽은 학생은 11명인데, 이중 10명이 문과를 선택한 학생이었다. ‘어쩔 수 없이’ 문과를 선택한 학생이 적지 않은 것이다.

문과와 이과를 선택한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전공과 취업 관련성이 비교적 높은 학과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과를 선택한 학생 17명(89%)은 기초학문보다는 기계공학·항공정비학 등 전공을 살려 취업할 수 있는 학과를 선호했다. 항공정비학과를 졸업해 항공정비사가 되고 싶다는 한 학생은 “연봉이 안정적이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기계공학과에 진학하고 싶다는 학생은 “취업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문과를 선택한 대부분의 학생도 언론정보학과·교육학과 등 취업 관련성이 높은 학과를 선호했다. 요리사가 되기 위해 제과제빵, 조리학과에 진학하겠다는 학생도 2명 있었다. ‘문·사·철’ 학과를 지망한 학생은 문예창작과를 선택한 1명뿐이었다. 문·이과를 결정하지 못한 학생들도 대학 진학과 취업의 용이성을 중심에 놓고 진로를 고민하는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계열을 아직 정하지 못한 한 학생은 “문과는 대학 가는 게 힘들고, 이과는 수학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서울 ㄱ고교 임모 교사는 “학생들이 취업이 잘되는 학과를 선호하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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