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김현주의 일상 톡톡] 수능 수험생과 어머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D-20.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이제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고3 수험생을 둔 부모라면 달력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들춰보게 되는 때다. 밤늦게까지 공부한다고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마음이 짠하고, 푹 자겠다며 일찍 잠자리에 들면 또 불안하다. 이래저래 좌불안석이다. ‘겨우 보름 남았는데, 저한테 맡겨놔야지’ 했다가도 ‘무슨 소리! 마지막까지 뒷바라지를 해야지’ 싶어 주먹을 불끈 쥐게 된다. 전문가들에게 남은 기간동안 부모가 수험생 자녀들에게 해줘야 할 것들을 물어봤다.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해져 있는 수험생들의 마음을 헤아려 편하게 해주고, 수능시험 당일 최상의 컨디션을 낼 수 있도록 생활리듬을 바로잡아 주는 일이 부모 몫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맘때쯤 되면 부모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는 수험생 자녀들이 적지 않다. 또 ‘미쳐 버리겠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등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이때 부모가 “너 왜 그래?” “시험이 얼마나 남았다고 그런 소리를 하니!” 이렇게 대응하는 것은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격이다.

전문가들은 “이는 그만큼 불안하다는 신호이니 부모는 자녀의 상황을 받아들여주고, 감정을 읽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녀가 어떤 얘기를 하든지 눈을 맞춘 채 고개를 끄덕이면서 귀담아 들어주고, 같이 걱정을 해주라”고 덧붙였다. 즉, 부모는 아이가 ‘잘 보고 싶은데 걱정’이라고 하소연 한다는 것을 알아채고 다독여 줘야 한다.

◆ 수험성 부모가 먼저 마음 다스려야

공부하는 아이보다 더 힘들다고 하소연 하는 부모들도 많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빈둥거리는 자녀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기 위해 이를 악 다물어 턱이 다 아프다는 엄마들도 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잔소리는 하지 않아도 표정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아이들이 느끼게 된다”면서 “부모가 먼저 마음을 다스려 편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자녀의 상황을 인정하고, 자녀의 마음을 알아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수능시험 당일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게 하기 위해 부모들이 꼭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아침밥을 챙겨 먹이는 것이다. 새벽에 집을 나서는 고3 수험생들 대부분이 아침을 거르고 있다. 아침을 먹지 않으면 최소 8시간 이상 공복 상태로 있게 된다. 그러면 우리 몸은 생존 모드로 전환하게 마련이고, 뇌의 활동력이 떨어져 그동안 공부해 저장했던 것을 제대로 꺼낼 수 없다.

세계일보

식품업계 관계자는 “뇌의 활동에 도움이 되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풍부하면서도 소화가 잘 되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아침을 준비해주는 게 좋다”며 “밥과 고깃국·계란찜·장조림, 견과류를 곁들인 멸치조림, 생선·두부구이 등이 무난하다”고 전했다. 이어 “아침식사 때는 물론 수능시험 당일 도시락에는 기름에 튀긴 것이나 기름기가 많은 것, 김밥 등은 소화가 잘 안 되므로 피하고, 졸음을 유발할 수 있는 인공조미료도 넣지 말라”고 덧붙였다. 밥을 도저히 못 먹겠다는 아이들에게는 소화가 잘 되고 먹기도 쉬운 소고기죽·해물채소죽 등 죽을 차려 준다. 아이가 죽이 ‘찜찜해서 싫다’고 한다면 죽 대신 두유와 과일로 셰이크를 만들어 주거나 수프를 끓여 준다.

◆ '수능 실패=인생 실패?' No

한편, 수능은 수험생들에게 해방과 좌절이란 극단의 결과를 안긴다. 만족스러운 성과를 받아 든 수험생의 환한 얼굴에 대비되는 초라한 성적표는 그래서 자기 자신에 대한 한없는 절망을 느끼게 한다. 때문에 매년 수능 이후 되풀이되는 수험생들의 안타까운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선 늘 수험생을 옆에서 지켜보며 응원하는 가족의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자녀를 다그치며 학업에만 몰두하게 했던 부모라면 특히 수능 이후 자녀가 가질 상실감과 괴로움을 잘 다독여 수능 실패를 인생의 실패로 연결 짓지 않도록 현명하게 응원해야 한다.

수능시험 실패를 자살로 몰고 갈 정도의 큰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는 청소년이라면, 평소 학업성적에 대해 큰 부담감을 안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좋은 성적이 곧 자신의 가치를 나타내고 미래의 성공과 행복을 얻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래서 부모의 기대 수준이나 자신의 목표치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면 부모나 주변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지면 부모나 주변과 거리를 두게 된다.

세계일보

또 스스로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청소년이라면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적이어서 작은 실수나 실패를 용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로 인해 작은 실수에도 괴로워하고 다른 일들을 새롭게 시도하는 데 겁을 내게 된다. 이로 인한 지나친 스트레스는 수능시험 긴장감으로 이어져 오히려 시험을 망칠 수 있다. 그리고 그 실망은 죽고 싶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미칠 수 있다. 악순환인 것이다. 특히 경쟁만을 강조하는 사회에선 더욱 더 자살을 충동적으로 선택하게 한다.

◆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욕심이 '禍' 부른다

어쩌면 자녀를 위한 부모의 본격적인 역할은 수능 이후에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자녀의 실망을 잘 받아줘야 한다. 자녀에게 ‘수능 성적이 좋지 못하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니?’라고 물어보자. 그리고 그 대답을 들어보자. 이때 수능 성적이 좋지 못한 것을 마치 인생을 망친 것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조언해야 한다. 수능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 본격적인 삶은 이제 시작이란 것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 사람은 누구나 학교 공부 외에 다른 재능을 통해 훌륭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부모가 먼저 믿고 있어야 하며 그 신념을 자녀에게 일깨워야 한다. 자녀가 스스로 의지가 있다면 앞으로 공부든 다른 직업이든 얼마든지 더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줘야 한다.

세계일보

무엇보다 성적이 나쁘다고 스스로 사랑 받고 존중 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거나 자책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성적과 별개로 그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임을 아이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부모도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자녀가 원하는 장래희망이나 재능에 대한 고려 없이 자신의 기대와 욕심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만약 그렇다면 자녀는 스스로 동기를 찾지 못한 채 부모의 뜻에 이끌려 마지못해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 그로 인해 부모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생각해 스스로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자존감 역시 낮아진다. 따라서 자녀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도록 유도하고, 스스로 공부를 할 동기를 찾아줘야 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