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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고대 일본의 미인 병풍 화폭은 신라 무역품 구매요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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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일본 오사카 동쪽에 있는 8세기 옛 도읍 나라의 큰 절 도다이사 경내에는 고대 한반도의 희귀한 유물들을 다수 소장한 것으로 유명한 일본 왕실의 옛 보물창고 쇼소인이 있다. 이 쇼소인에서 1000년 이상 간직해온 숱한 공예품과 문서, 생활용구, 놀이도구 등의 소장품들을 내보이는 정기전시회가 24일 도다이사 입구의 국립나라박물관에서 개막한다. 1946년 이래 매년 열려온 쇼소인전이다.

쇼소인전은 가을이면 일본인들을 설레게 하는 국민 전시로, 올해 66회째다. 현 아키히토 일왕과 왕후가 80살을 맞은 것을 축하해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8세기의 왕실 미술품, 공예품 등 59점이 나올 예정인데, 고대 한반도의 신라와 백제의 문화교류와 인연이 있는 유물들도 전시돼 눈길을 모은다.

8세기 일본 텐표시대의 미인상을 그린 6폭의‘도리게리쓰조병풍(鳥毛立女屛風)은 이번 전시의 대표작인데, 최근 이 병풍 일부인 5번째 화폭은 신라와 독특한 인연을 지니고 있다. 당시 일본 귀족들이 신라 상인들에게 사들일 물품의 목록을 적은 구매요청서 목록지를 화폭의 본지로 재활용한 사실이 최근 일본 학자들의 연구로 밝혀져 화제를 모았다. 이번 전시에는 화제를 모았던 5번째 화폭의 그림이 나오게 된다. 이 병풍은 수하미인도라고도 일컬어지며 그려진 여인상은 쇼무왕의 왕비인 고묘왕후라고도 전해지는데 덴표 문화시대의 풍속을 엿볼 수 있는 당나라풍의 그림이다. 백제 무용가 미마지가 중국에서 배워 일본에 전수해주었다고 전하는 가면무도극의 탈 기라쿠멘 등도 백제 일본의 예술 교류와 관련해 주목되는 유물이다.

쇼소인은 8세기 나라에 도읍한 쇼무왕이 죽자 부인 고묘 왕비가 왕의 유품 600여점을 헌납하면서 만들어진 왕실 보물 창고로 실크로드를 통해 들어온 공예품과 미술품, 약재, 문서 등 고대 동아시아 문화사의 보고로 불린다. 후대 도다이사의 불교의례품과 문서가 추가돼 9000여점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을 소장하고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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