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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제주로 내려간 서울 맛집 4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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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 신선" 셰프들 제주 상륙작전 어! 청담동 레스토랑이 귤 밭에 있네

중앙일보

제주시 한경면에 있는 샐러드앤미미. 귤 창고를 개조한 식당이어서 큰 창을 통해 주변 귤 밭을 볼 수 있다.


서울 맛집의 제주도 상륙이 시작됐다. 서울의 이름난 맛집이 제주도로 속속 옮겨가고 있다. 제주도에 분점을 낸 식당도 있지만, 서울 매장을 정리하고 아예 제주도에 새로 식당을 낸 경우도 있다. 요즘 유행이라는 ‘제주도 이민 열풍’에 맛집도 가세한 것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제주에 신선하고 질 좋은 식재료가 널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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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는 바다는 물론이고, 산과 들에서 최고의 식재료가 계절마다 나온다. 제주도로 내려간 서울 맛집 중에서 4곳을 골랐다. 현재 제주의 맛 지도를 새로 그리고 있는 화제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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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채소가 어우러진 흑돼지 샐러드 피자(사진 왼쪽)와 바닥에 깔린 고소한 감자 맛이 일품인 딱새우 구운 우동이 샐러드앤미미의 인기 메뉴다.


레스토랑으로 변신한 귤 창고

샐러드앤미미


‘샐러드앤미미’는 귤 창고였다. 창고 외관은 그대로 두고, 내부만 개조해 식당으로 쓰고 있었다. 주변이 온통 귤 밭이었다. 그러니까 귤 밭 복판에 들어선 청담동 풍의 레스토랑이었다.

오전 11시 문을 열자마자 손님이 들어왔다. 여자 손님 두 명이 음식을 주문하고 식당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다. 오픈 키친, 고풍스러운 책장, 직접 만든 귤 잼이 담긴 작은 병 등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이곳이 최근 제주도를 찾는 젊은 여성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로 통하는 이유가 짐작이 갔다.

“제주도에서는 현장에서 생산한 재료를 바로 사용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로컬푸드 문화를 실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서울에서도 유기농 농가와 거래했지만 100%를 만족하지는 못했거든요.”

정희경(54) 대표는 2011년 서울 청담동의 캐주얼 레스토랑 샐러드앤미미를 정리하고 제주도에서 새로 샐러드앤미미를 차렸다. 청담동 식당은 배우 전지현이 단골이었을 정도로 유명했지만, 정 대표는 미련없이 서울을 떠났다.

현재 제주도에는 샐러드앤미미가 모두 세 곳 있다. 한경면 귤 밭 안에 있는 식당이 본점이고, 제주시내와 애월읍에 각각 분점이 있다. 제주도로 옮겼어도 청담동 시절과 달라진 건 없다. 유기농 식재료로 만든 샐러드라는 식당 컨셉트는 물론이고, 메뉴·인테리어 모두 그대로다. 다른 건 식재료뿐이다.

채소는 유기농법으로 생산하는 제주도 농장 4곳과 직거래한다. 배달을 해주지 않아 일일이 농장을 찾아가 재료를 받아온다. 가장 먼 곳은 자동차로 40분이 걸린다. 수산물은 주로 한림항에서 산다.

흑돼지·버섯·토마토·당귀 등 7∼8가지 토핑이 들어간 흑돼지 샐러드 피자(1만9000원)와 딱새우 구운 우동(1만6000원)이 인기다.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3시, 오후 5시~7시30분. 화요일 휴무. 제주시 한경면 연명로 260, 064-799-9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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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꼬이&stay의 아침 상차림. 생선은 정지원 셰프가 매일 새벽장에서 직접 사온다.


제주에 상륙한 일본 가정요리

이꼬이&stay


서울 이촌동의‘이꼬이’는 이른바 심야식당 1세대로 통하는 집이다. 일본의 인기만화 『심야식당』에서처럼 일본 가정요리를 안주 삼아 새벽까지 술을 마실 수 있는 선술집이다. 이꼬이는 2011년 개장하자마자 서울 맛집으로 떠올랐다.

이꼬이의 주인이 정지원(41·여) 셰프다. 술이 좋고 남에게 밥해 먹이는 것이 좋아 식당을 차렸다는 그가 지난 4월 제주도에 이꼬이&stay를 열었다.

2007년 그는 제주올레를 사흘간 걸었다. ‘애순이네’라는 게스트하우스에 들렀는데, 여자 사장이 그를 딸 대하듯이 챙겨줬단다. 그때 45세에 내려와 제주도에서 10년을 살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눈여겨봤던 건물이 매물로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덜컥 사들였다.

“제주도는 계절별로 나오는 식재료가 일본과 무척 비슷해요. 일본 가정요리를 하기에 최적이죠. 서울에선 구하기 힘든 오가피순 같은 재료도 시장에 가면 다 있어요. 매일 시장에 가요. 새벽에는 수산물 경매시장에, 아침 장사 뒤에는 제주민속오일장이나 동문시장에 가요.”

이꼬이&stay는 4층 건물이다. 1층이 식당이고 2∼3층에 객실 8개가 들어있다. 4층에서 정 셰프가 산다. 그는 2주일에 이틀씩 서울을 갔다오는 날만 빼고 제주도에 머문다. 이꼬이&stay는 저녁보다 아침에 더 활기차다. 투숙객은 물론이고 외부 손님까지 와서 아침을 먹는다. 밥과 된장국, 생선구이·해초조림 등 반찬 서너 가지가 나온다.

숙박료는 2인실 12만원이다. 아침식사가 포함됐다. 숙박하지 않고 아침만 먹으려면 예약해야 한다. 1인 1만3000원. 저녁에는 단품 메뉴를 판다. 딱새우가 들어간 우동샐러드(1만5000원), 삶은 고등어를 으깨 밥에 얹은 소보로 덮밥(1만2000원)이 인기다. 아침 오전 8시~10시, 저녁 오후 6시~10시, 휴무 수요일. 제주시 중앙로 5길 18, 070-8239-9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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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게코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안주는 감자튀김과 치킨텐더다.


제주에서 즐기는 이태원 펍 문화

아일랜드 게코스


“이태원의 게코스 테라스 단골이에요. 제주도에도 같은 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왔어요. 제주도에선 외국 생맥주 파는 데를 못 찾겠더라고요.”

지난 10일 아일랜드 게코스에서 만난 캐나다인 소피아(28). 현재 서울에서 살고 있는 소피아는 고향에서 친구들이 놀러와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온 참이었다. 소피아 일행뿐 아니었다. 펍에는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많았다.

아일랜드 게코스는 서울 이태원의 펍 ‘게코스 테라스’를 제주도에 그대로 옮겨 놓은 술집이다. 99년 문을 연 ‘게코스 테라스’는 서양의 펍 문화를 전파한 주인공으로 통한다. 지금이야 어디를 가더라도 세계 맥주를 흔히 접할 수 있지만, 10년 전만 해도 게코스 테라스가 독보적이었다.

게코스 코리아 정명희(47) 사장은 일찌감치 제주도에 자리를 잡았다. 2005년 서귀포에 펜션을 열었다. 그런데 해가 지고 나면 할 게 없었다. 중문관광단지가 가까운 데도 오후 9시만 되면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았다. 2007년 펜션에서 3.5㎞ 떨어진 곳에 아일랜드 게코스를 연 까닭이다. 현재 정 사장은 서울·부산·제주 등 전국 7곳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일랜드 게코스는 제주에 사는 외국인에게 아지트로 통한다. 정기 모임도 갖고, 육지에서 친구가 찾아오면 여기로 데리고 온다. 그렇다고 한국인이 적은 것도 아니다. 서지연(30) 매니저의 설명이다.

“한국인에게 제주도는 이제 일상적인 여행지이잖아요. 제주도에 올 때마다 생선 회나 돼지고기를 먹는 게 지겨운 거죠.”

제주도산 돼지고기로 만든 독일식 돈가스 슈니첼(1만7500원)과 퀘사디아(1만3500원)·치킨텐더(1만3000원)가 잘 팔린다. 기네스 생맥주(500㎖) 1만1000원. 영업시간 오후 5시~오전 1시, 월요일 휴무. 서귀포시 색달동 2156-3, 064-739-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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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반숙·홍시·오이·채소가 어우러진 비스트로 이안스의 샐러드(왼쪽)와 가지·양파·버섯을 곁들인 돼지고기 오겹살 구이.


달걀 반숙·홍시·오이·채소가 어우러진 비스트로 이안스의 샐러드(왼쪽)와 가지·양파·버섯을
곁들인 돼지고기 오겹살 구이.배 타고 바다로 나가는 셰프

비스트로 이안스


“제주산 식재료로 양식을 만듭니다. 고추장으로 소스를 만들고 중식 재료도 들어가니까 이탈리안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네요. 그렇다고 퓨전은 아니에요. 우리 식재료로 양식 요리를 내는 것이 비스트로 이안스의 컨셉트입니다.”

김이안(37) 셰프가 서울 논현동에 ‘비스트로 이안스’를 차린 건 2009년이었다. 식당 반응은 좋았다. 와인 매니어, 연예인, 잡지 편집장 등 다양한 분야의 미식가가 단골이 됐고, 연말이면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리는 손님도 여럿 있었다. 독특한 메뉴 덕분이었다. 이안스식 보쌈, 이안스식 삼계탕 등 한국 음식을 서양 조리법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김 셰프는 지난 2월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제주도로 내려왔다. 제주도를 추천한 사람은 비스트로 이안스와 바로 붙어있는 펜션 대표 김동현(30)씨였다. 그는 제주도의 유명한 활어횟집 ‘남경미락’ 김상학(58) 사장의 장남이다. 김 셰프가 제주도 이민을 결심한 것도 식재료 때문이었다.

“서울에서 생선을 구하려면 수산시장에 가는 게 고작인데 여기에선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기도 합니다. 바로 그 차이죠.”

남경미락이 제주도에서 쌓은 인맥과 정보 덕분에 김 셰프는 큰 어려움 없이 제주도에 정착했다. 무·달래·완두콩 등 채소는 식당 옆 텃밭에서 직접 기르고, 제주민속오일장과 모슬포 오일장은 꼭 챙긴다. 지금 제주도 비스트로 이안스를 찾는 손님의 절반 이상이 논현동 시절의 단골이다.

메뉴는 철마다 바뀐다. 봄 여름에는 문어 그릴구이, 오분자기 파스타, 돌돔 샐러드가 많이 팔렸고, 가을에는 제주산 돼지 오겹살을 구워 만든 포크벨리세트(4만2000원)가 인기다. 11월부터는 삼치와 방어를 이용한 요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홀 벽 두 면에 통유리 창을 내 산방산과 마라도 떠 있는 바다가 훤히 내다보인다.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2시30분, 오후 5시30분∼9시30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북로 157-20, 064-792-6116.

글=홍지연 기자 jhong@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홍지연 기자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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