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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靑·김무성,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시기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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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공무원연금 개혁 시간 끌면… 黨과 일하기 힘들다"

靑·黨 친박계 "올해안 마무리를"… 金대표 "野와도 협의, 시간 필요"

김무성 대표 "靑, 내게 정권 차원서 중요한 문제라고 아무도 설명 안했다"

- 19일 黨·政·靑 회의서 불협화음

靑, '빨리'란 단어 잇달아 쓰며 연금 개혁 年內처리 요청…

非朴계 난색 "준비 없는 연금案, 호랑이에 면도날로 덤비는 격"

- 어제 黨內 하루종일 갑론을박

이완구 등 親朴 "年內 처리해야 호랑이 방치하면 民家 덮칠 것"

靑은 "金대표에 여러차례 설명"

청와대가 여당에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연말 안에 마무리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지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연내(年內) 처리는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당·청(黨靑) 간에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시기에 대한 이견(異見)과 갈등이 21일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김 대표는 지난 16일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로 개헌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가 "불찰이었다. 대통령에게 사과드린다"며 거둬들였다. 이에 따라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시기를 두고 청와대와 김 대표 간에 2차 갈등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1일 오전 제주도청에서 열린 제주도 국정감사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 자격으로 참석한 뒤, 오후 4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으로 돌아와 보좌진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이날 오후 2시쯤 “연내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해야 한다”고 한 데 대해, 김 대표는 사무실 앞의 기자들에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진한 기자


새누리당과 청와대에선 이날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처리 시기를 놓고 종일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8시 30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종반 대책 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연말 처리를 목표로 이 문제를 진지하게 야당과 협의할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연말 공무원연금 처리를 원칙으로 야당과 즉시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도 "공무원연금 개혁은 마치 잠자는 호랑이 입을 벌리고 생니 뽑는 것 같은 위험하고 힘든 일이지만 방치할 경우 호랑이가 민가를 덮칠 것"이라며 "당으로선 이번 연말까지 정부에서 마련한 정부안을 토대로 야당과 협상해 국회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날 오후 2시쯤 기자간담회를 갖고 "해마다 수조원 국민 세금이 들어가고, 우리의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상황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은 더 늦출 수 없다"며 "공무원연금 개혁은 반드시 연내에 처리돼야 한다"고 했다. 여당 원내대표단과 청와대가 '연내 처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조선일보

하지만 제주도에서 국정감사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온 김 대표는 다른 얘기를 했다. 김 대표는 오후 4시쯤 기자들과 만나 "연금 개혁은 국민이 내용을 다 알아야 하고 어떤 수준으로 어떤 길로 가야 하느냐 하는 것을 공개리에 토론도 하고 연구도 해야 한다"며 "그런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연내에 해보자고 이야기하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야당과도 진지한 대화를 해서 같이 추진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새누리당 지도부 가운데 주호영 정책위의장도 "정기국회 내 공무원연금 처리는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늘 얘기해왔다. 친박(親朴)계인 이 원내대표와 김 원내수석부대표가 청와대의 연내 처리 입장을 지지하는 반면 비박(非朴)계인 김 대표와 주 의장이 현실론을 들어 연내 처리 난망(難望) 쪽에 서 있는 모양새가 됐다. 이에 따라 공무원연금 처리를 두고 당·청 갈등은 물론 여당 내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9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비공개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도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청와대와 현실론을 주장하는 당 사이에 처리 시기를 두고 적지 않은 불협화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는 당에서 김 대표와 이 원내대표, 주 의장, 정부에서 정홍원 국무총리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청와대에서 김기춘 비서실장, 조윤선 정무수석,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청와대 측 요구로 일정이 잡혔고, 회의 모두부터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연내 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한 쪽도 청와대라고 한다. 청와대 측은 이날 회의에서 '빨리'라는 표현을 잇달아 쓰며 여당 측에 연금 개혁안의 신속한 처리를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청와대 측의 공세에 주 의장이 "정기국회 내 처리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취지로 반박하면서 분위기가 어색해졌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주 의장은 연내에 처리하려면 야당이 연금 개혁에 전향적으로 나와야 하는데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렵고, 공무원 설득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고 한다. 새누리당 측 한 참석자는 "정부와 청와대가 너무 준비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전략 없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호랑이 앞에 면도날 들고 덤비는 격"이라며 "당이 총대를 메라면 메겠지만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자 청와대 측에서 "이러면 당하고 일하기가 어렵지 않겠나"란 불만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대표는 "청와대와 정부가 정부 정책을 그때그때 당에 잘 설명하지 않는다"고 거꾸로 불만을 제기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21일 기자 간담회에서도 "공무원연금 개혁이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권적 차원에서 꼭 이것은 성사시켜야 할 문제다'라고 아무도 (나에게) 이야기해준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김 대표에게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여러 차례 설명했었다"고 밝혔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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