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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한국교회 더 낮고 어두운 곳으로 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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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주의 대표지성 필립 얀시 방한

“교회는 거룩한 사람들끼리만 모이는 장소가 아닙니다. 교회가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들은 교회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거나 아예 교회를 버리는 현상마저 일어날 것입니다.” 세계 복음주의의 대표적 지성이자 영성 작가인 필립 얀시(65)의 말이다. 그는 한국 개신교의 초대로 방한해 분당 창조교회 등에서 예수의 가르침에 담긴 고난과 지혜의 참의미를 설파해 깊은 감명을 주었다. 16일 창조교회에서 만난 얀시는 한국교회가 갖고 있는 잘못된 신앙관을 지적하는 발언도 주저하지 않았다.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채찍이기도 했다.

세계일보

필립 얀시(가운데)가 아내와 자넷 얀시(왼쪽)와 함께 자신의 견해를 밝히며 활짝 웃고 있다. 오른쪽은 통역을 맡은 한윤호 목사.


얀시는 ‘캠퍼스 라이프’ ‘리더스 다이제스트’ ‘크리스채니티 투데이’ 등 유명 저널에서 20년 넘게 저널리스트로 일했다. 그는 평신도이며 한때는 기독교 회의론자였다. 그러나 엄청난 양의 독서를 신앙과 결부해 교리와 교회생활에 근본적 물음을 던지며 기독교 신앙의 핵심을 돌파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자기 중심에서 벗어나 예수의 가르침 중심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진정한 교회 참여자가 됐다. 그는 왕성한 저작 활동으로 일약 세계 복음주의권의 저명한 작가로 자리매김한다. 그의 책들은 35개국 언어로 번역됐고, 2000만권 이상 팔려나갔다. 이미 홍콩과 대만 등 중화권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인기작가 반열에 올라 있다.

“과거 가톨릭의 베네딕토 수도원은 공동체 안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만들어 행했지요. 또 200년 주기로 개혁이 일어나 원래의 비전으로 돌아갔습니다. 교회는 자기만을 위하고 있지는 않은지, 세상에 도움을 주고 있는지 늘 되물어야 합니다. 예수께서는 마지막 만찬 때 제자들에게 ‘너희도 이렇게 살기를 원한다’며 제자의 발을 씻겨주었습니다. 여기에 한국교회의 미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얀시는 한국교회가 가진 자들만 모여서 집단이기를 행하고 외형만 자랑하는 현상을 경계했다. 그는 예수가 제자들에게 ‘내가 이리 가운데 양을 보낸다’라고 한 말을 상기시키며 한국교회가 좀 더 사회의 낮고 어두운 곳을 찾아가 그들에게 빛과 소금이 돼주기를 주문했다.

“바리새인들은 매일 성경을 읽고 의롭게 사는 사람들이었는데 예수께서 왜 싫어했을까요. 자기들끼리만 의인인 양 지냈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있어야 제 맛을 낼 수 있어요.”

구조적인 사회악에 대한 교회의 자세에 대해서도 얀시의 처방은 날카로웠다. 지금 세상이 아무리 악하다고 해도 로마시대와 비교할 수는 없다는 것. 당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악이 존재했으며 매일 살육이 자행됐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은 이러한 사회악에 대해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통해 인간 삶의 원형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로마인들은 아기를 낳아 버렸지만 기독교인들이 데려다 키웠고, 로마인들은 가난한 이들을 짓밟았지만 기독교인들은 사랑으로 돌봐줬습니다. 그것이 로마인들을 감동시켜 소수의 기독교인들이 대로마제국을 굴복시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고통받은 이들과 관련해 얀시는 “(이것이 일어난 원인에 대해) 하나님께서 더 화를 내고 계실 것 같다”며 교회가 해야 할 일은 상당 부분 책임을 느끼고, 하나님께서는 고통받는 가족들 편에 있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얀시는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른 인생의 계절을 지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예수를 만나 소생하는 봄과 같은 계절을 지나고 있고, 어떤 사람은 어려운 겨울과 같은 계절을 겪고 있다”며 “우리가 어떤 계절을 지나든 반드시 새로운 계절이 오기에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교회 안에는 다양한 삶이 존재하는 만큼, 어려움에 처한 이들이 희망의 계절을 맞을 때까지 서로 붙잡아 주고 힘이 돼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얀시는 기독교인의 정치 참여에 대해 “그리스도인들도 정치에 동참하고 의견을 내야 한다”며 긍정적이었으나, 정치인들과는 다른 것이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정치인들은 백인들 레스토랑에 흑인을 못 오게 하는 것을 막을 수는 있어도, 백인들이 흑인들을 사랑할 수 있게 만들지는 못한다”며 “교회가 정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얀시는 기독교의 큰 특징이 ‘은혜’라고 강조한다. “세상은 정의와 공평이란 잣대, 다양한 규칙으로 움직이지만 예수님과 하나님의 나라는 은혜로 움직인다”고 역설해 온 것이다. 그의 많은 저서 가운데 ‘하나님, 제게 왜 이러세요’ ‘하나님, 은혜가 사라졌어요’ 등이 국내에서 출간됐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to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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