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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제1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연탄 工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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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2회전 제2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리저 六단 / 黑 김지석 九단

조선일보

〈제10보〉(126~146)=바둑은 땅을 다투는 게임이지만 지배 영토의 크기만으로 승부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포로 1명을 1평(坪)으로 설정함으로써 병졸들의 목숨도 소중히 다루도록 했다. 자칫 곤마(困馬)라도 뜨는 날엔 영토 확장 전략이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이 절묘한 규칙 때문에 바둑은 무작정 울타리만 치고 있어도, 적병 섬멸에만 몰두해도 이길 수 없다. 인간 사회 진짜 전쟁도 영토와 병사가 두 축(軸)이란 점에서 바둑 게임의 이치에 새삼 탄복하게 된다.

바쁜 시기에 126으로 대마의 연결을 돌봐야 하는 백은 가슴이 쓰라리다. 왜 130으로 133자리에 서서 중앙 흑세 창궐을 막지 못했을까. 좌하귀 백이 지닌 약점 탓에 손을 빼면 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참고도는 하나의 예. 병사들의 안전 때문에 적지(敵地) 삭감 기회를 잃은 경우다.

양쪽 백이 약한 돌들을 수습하는 사이 137까지 하중앙에 엄청난 흑집이 들어섰다. 웬 난데없는 '연탄 공장'인가 싶지만 미생마를 거느린 대가(代價)는 이토록 가혹하다. 138부터 144까지는 백 나름대로 최선의 끝내기 수순. 146도 흑이 이 자리에 빠지는 경우와 비교하면 맥점이라고 할 만하다. 뒤늦게 백이 맹추격을 시작했다. 까마득히 멀어진 상대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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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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