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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기가인터넷·5G가 왔다 … 모든 게 실시간에 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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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올림픽' ITU 부산 전권회의

KT “유선 기가인터넷 서비스 개시”

초고속 100배인 10Gbps도 선봬

SKT “5세대 이통 2020년 상용화”

속도 내려 삼성전자와 MOU 체결

중앙일보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4 ITU 전권회의 개막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개막연설을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하마둔 뚜레 ITU 사무총장, 홀린 짜오 ITU 사무차장, 말콤 존슨 ITU 국장, 프랑소와 랑시 ITU 국장. [부산=청와대사진기자단]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이 또 한번 도약했다. 초고속 인터넷 시대가 열린 지 16년 만에 초고속보다 10배 빠른 기가인터넷 시대가 열렸다. 이동통신은 4세대(G)인 LTE보다 1000배 빠른 5세대(G)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유무선 통신이 모두 메가(Mbps)에서 기가(Gbps)로 이동하는 셈이다. KT는 20일 부산에서 개막한 ITU 전권회의에서 “오늘부터 기가의 속도로 유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기가인터넷인 ‘올레 기가인터넷’을 전국에 상용화한다”고 발표했다. 각 가정에서 기존 초고속 인터넷(100Mbps)보다 10배 빠른 1Gbps의 속도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가인터넷으로 도약은 1998년 두루넷이 케이블TV망으로 10Mbps 인터넷을 공급한지 16년, KT가 기존의 전화 구리선을 활용한 ADSL로 100Mbps 속도의 초고속 인터넷을 대중화한 지 15년 만이다. 20년 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국내에 전화 모뎀 기반 인터넷망이 보급됐을 때와 비교하면 10만 4000배 이상 속도가 빨라졌다. 20년 전이었다면 4기가바이트(GB) 용량의 풀HD 영화를 내려받는 데 38일 이상 걸렸겠지만, 기가인터넷 시대엔 33초면 끝난다.

KT는 이날 기존 초고속 인터넷보다 100배 빠른 10Gbps 인터넷도 함께 선보였다. 이미 시범서비스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경기도 동수원 지역에 있는 유선 인터넷망에 10Gbps 망을 깔고 서비스하고 있다. 10Gbps 환경에서는 4K 초고화질(UHD)보다 4배 더 선명한 8K(해상도 7680×4320) 화질의 파노라마 영상도 실감나게 볼 수 있다. SK브로드밴드도 이날 10Gbps 속도의 기가인터넷 기술을 시연해 보이는 등 유선인터넷 업체들의 기술 수준은 이미 10Gbps까지 나가 있다. KT는 “이날부터 KT 인터넷 가입자의 48.3%가 1Gbps 속도의 기가인터넷망을 이용할 수 있다”며 “10Gbps 인터넷망은 콘텐트 생산과 수요 등을 고려해 보급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동통신 분야에선 SK텔레콤이 5세대 이동통신 시대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맞춰 시범서비스를 시작하고, 2020년에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 세계 이동통신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공개한 5G 기술을 부산ITU에서 구체화했다. SK텔레콤은 전시 부스에서 초고주파 대역을 이용해 기존 LTE의 48배인 최대 3.7Gbps의 속도를 내는 5세대 기술을 시연했다. 3.7bps는 UHD 영화 100편을 동시에 재생할 수 있는 속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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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는 4세대인 LTE(75Mbps)보다 최소 13배(1Gbps), 최대 1300배(100Gbps) 빠른 기가급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이동통신 기술이다. 아직 국제적인 통신규격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미 국내 이통3사는 5세대를 놓고 치열하게 기술 경쟁을 시작했다. 인간과 사물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언제 어디서나 클라우드에서 원하는 정보를 내려받는 시대에서는 기가급 무선 인터넷 기술이 모든 산업에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5세대를 통해 4세대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계획이다. 메가급 무선인터넷인 4세대는 LTE 주파수 여러개를 묶어 데이터가 다니는 길을 넓혀주는 주파수 묶음기술(CA)을 통해 LTE→LTE-A→광대역LTE-A로 발전해왔다. 무선 인터넷 속도가 LTE(75Mbps)의 2배(LTE-A, 150Mbps), 3배(광대역 LTE-A, 225Mbps)까지 빨라졌다. 하지만 주파수를 3개 이상 묶는 것은 무리인데다, 이론적으로도 최대 700Mbps가 한계다. SK텔레콤은 5세대 기술을 개발하는 동시에, 조기에 상용화하기 위해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이날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유무선 인터넷이 기가급 속도로 빨라지면 일상생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무엇보다 교육·문화·의료 분야에서 시공간을 초월하는 서비스가 다양해져 개인의 삶이 더 편리해지고 효율성도 높아진다. KT 관계자는 “화상연결을 통해 의료진과 상담이나 진찰을 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의료기기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면, 원격 수술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홀로그램 공연장에서 실제로 K팝스타의 공연을 보는 듯한 경험을 하는 것처럼, 스포츠 경기장에 가지 않더라도 홀로그램으로 경기를 보고, 회사에선 화상회의를 넘어선 홀로그램 회의로 공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

기가급 인터넷이 무선으로 가능한 5세대가 상용화되면, 더 가파른 변화가 예상된다. 가령, LTE보다 10배 빠른 1Gbps나 1000배 빠른 100Gbps에서는 풀HD 화질 영화도 12.5GB까지 단 1초면 스마트폰에 다운로드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기가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모바일로 초고화질 영상 콘텐트를 시청하고, 동영상을 전송하는 일도 단 몇초 안에 끝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F 영화에서나 나오는 증강현실(AR)에 기반한 영상회의나 자동차 운전, 게임도 모두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기존에 단순 모니터링 수준에 그치던 서비스들도 무선까지 연결된 기가망을 활용하면 실시간·지능형 서비스로 업그레이드 된다. 실시간 교통량을 분석할 뿐만 아니라, 사고도 예측하는 지능형 교통관제시스템이나 건물 내 에너지 사용량을 효율화하는 건물관리시스템이 사회 곳곳에 확산 되는 것이다. 센서들이 생산한 빅데이터는 지능형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이같은 유무선 인터넷 기술의 혁신은 산업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술(IT) 분야 뿐만 아니라, 전통 산업에도 ICT 기술이 반영돼 생산·유통 방식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과거에도 세계 최고 속도의 인터넷망은 새로운 산업의 기반이 됐다. 포털, 커뮤니티, 게임 등 다양한 벤처 생태계는 인터넷망을 기반으로 조성됐고 관련 서비스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한국은 글로벌 ICT 강국으로 도약했다.

박수련 기자

박수련 기자 africasun@joongang.co.kr

▶박수련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africa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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