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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홍콩 反中 시위] 시위대 "우린 중국人 아닌 홍콩人"… 中 "홍콩 안정 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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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 "오늘까지 행정장관 안 물러나면 廳舍 점거"]

프랑스 혁명기 민중봉기 촉구한 영화 '레미제라블' 테마곡 합창

中은 신중 대응… 경찰 철수… 경제 내세워 홍콩 여론 압박

베이징선 국경절 테러 우려 1만마리 비둘기 항문도 검사

1일 자정쯤 홍콩 센트럴 시위 현장에서 만난 한 대학생에게 "홍콩의 중국인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에 두 가지 제도)' 원칙에 따라 자치권을 누리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대뜸 "우리는 중국인이 아니라 홍콩인"이라고 했다. '홍콩인(Hong Kong People)'은 이번 시위대의 핵심 구호다. 그는 "홍콩인은 2017년 행정장관을 완전한 민주적 방법으로 뽑아 일국양제의 꿈이 실현되기를 기대했다"며 "그러나 일국양제는 이미 끝났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중국이 홍콩·마카오 같은 특별행정구에 약속한 통치 원칙이자, 향후 대만과 통일을 추진할 때 적용할 원칙인 '일국양제'의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 홍콩인이 '일국양제 종언'을 외치며 반중(反中) 시위에 나서자, 대만에서 양안(중국·대만) 통일을 지지하는 비율도 12%에 그치고 있다.

시 주석이 30일 "일국양제와 홍콩 안정을 수호할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진쭝(金鐘)역의 한 시위대원은 "그건 시진핑 생각"이라고 맞받았다. "우리의 뜻(행정장관 완전 직선제)이 관철될 때까지 몇 달이든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했다. 홍콩 8개 대학연합회는 이날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이 2일까지 사임하지 않으면 정부 청사를 점거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시위대는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 '레미제라블'의 테마곡인 '사람들의 노래가 들리는가?'를 번안해 합창하기도 했다. 프랑스혁명기를 그린 영화에서, 권력의 압제에 맞서 민중에게 봉기하라고 촉구한 노래를 따온 것이다.

이날 저녁 시위대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한 연사가 "전 세계 민주 국가는 물론 중국 내 민주 인사들도 우리를 지지하고 있다"고 외치자 "와~" 하는 함성이 거리를 메웠다. 중국의 한 인권변호사는 트위터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중국 민주 인사의 삭발이 잇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홍콩의 반(反)정부 시위가 빈부 격차와 관료 부패에 불만이 팽배한 본토로 옮아 붙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베이징도 들썩이는 조짐이다. 이날 국경절 행사를 보기 위해 10만여명이 군집한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현지 언론들은 "위험 물질을 사용한 테러 가능성 때문에 당국이 행사에서 날린 비둘기 1만 마리의 항문까지 일일이 검사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홍콩 시위대 점령 지역


경찰 병력은 29일 이후 시위대 주변에서 사라졌다. 주동자 수십명이 연행됐지만,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지난 28~29일 경찰이 최루탄을 발포해 시위대와 시민을 불필요하게 자극했다는 판단에서다. 서방 언론이 자유롭게 취재하는 홍콩에서 시위를 무력 진압할 경우 중국은 1989년의 톈안먼 사태에 이어 국가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 그렇다고 시위대에 무기력하게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인다면 소수민족 분규가 잦은 신장·티베트 등에서도 유사한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

국제사회는 이미 중국에 '민주화 탄압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닉 클레그 영국 부총리는 30일 "주(駐)영국 중국 대사를 초치해 홍콩 시위에 대한 영국의 우려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도 1일 워싱턴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게 홍콩 사태를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은 "홍콩은 민주 원칙을 지켜 평화적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경제적 손실'을 내세워 홍콩 여론을 압박하고 있다. 관영 경화시보는 이날 "홍콩은 이번 시위로 400억홍콩달러(약 5조50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홍콩=안용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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