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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한수진의 SBS 전망대] 장하성 "사내유보금 과세 반대? 김무성 판단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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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 한수진/사회자: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 국가 정책을 설계했던 했던 분이죠, 고려대 장하성 교수. 장하성 교수가 기존의 미국이나 유럽의 관점에서 벗어나 철저히 우리의 시각에서 한국 자본 주의를 분석해보겠다며 새 책을 펴냈습니다. 장하성 교수 하면 워낙 재벌 문제 전문가로, 또 실천적 경제학자로 유명한 분이죠.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액주주운동을 펼친 분이기도 한데요. 고용 없는 성장, 양극화로 치닫는 한국 경제 위기, 과연 어떤 해법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장하성 교수님을 오랜만에 전화로 만나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책이 상당히 두툼한데요. 700페이지가 넘던데요?

▶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몇 년 동안 준비를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떤 동기로 이 책을 쓰게 되셨어요?

▶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앞서 말씀 하신 것처럼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논쟁들이 미국과 유럽의 현상, 이론, 논리 이런 것들이 수입된 논쟁이 많고요. 또 하나는 우리나라가 일종의 이념적 진영 논리로, 다시 말해서 보수파는 자기 기득권 지키려고 하고 진보좌파는 일종의 이념에 매몰되거나 또는 대중 영합적인 논쟁을 자꾸 하기 때문에 철저하게 한국의 현실에 근거한 논쟁을 한 번 해보자 하는 의도였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책 제목이 <한국 자본주의>인데요. 한국의 자본주의, 선진국과 많이 다른가요?

▶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현상적으로 보면 매우 비슷해 보이는데.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원인, 과정, 그리고 현상의 정도가 크게 다른데요. 예를 들어서 하나만 말씀을 드리면, 지금 뭐 피케티 열풍도 있고 한데. ‘미국과 유럽의 경우에는 재분배가 실패했다, 그래서 불평등해졌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재분배 이전에 원천적인 분배가 실패를 한 경우이거든요.

또 하나는, 미국과 유럽은 시장 경쟁이 아주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또 그 시장을 통해서 이루어진 경제 불평등, 양극화의 문제인데. 지금 우리나라는 재벌과 관료가 지배하는 시장이고, 또 기득권이 지배하는 경제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미국하고 불평등이 비슷하게 심한데요. 미국 같은 경우에는 100대 부자 중 70명이 창업자이거든요, 당대의. 그런데 우리나라 경우는 100대 부자 중 74명이 상속받은 부자들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대물림 한 부자들이고요.

▶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그렇죠. 다시 말하면 시장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해진 거죠.

▷ 한수진/사회자:

우리는 애초부터 분배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시장이 작동하지 않아서 생기는 불평등의 문제가 크다, 하는 말씀이신데요. 교수님께서는 양극화의 주요한 원인으로 임금소득의 양극화를 꼽으셨던데요. 국가나 기업은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데,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정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이렇게 진단하셨어요?

▶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국민들의 절대 다수가 노동자거든요. 그래서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가계살림을 꾸릴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지난 10년, 또 그 이전의 기간을 보면, 경제는 성장하고 있는데 가계 살림을 나아지고 있지 않고, 국민들이 왜 경제 성장을 해야 되느냐,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경제성장을 해야 되느냐고 묻는 상황이 되어버렸는데.

예를 들어 통계로 보여드리면, 지난 5년간 경제는 17% 성장했어요. 그런데 임금은 불과 2.5% 늘었습니다. 또 10년간을 늘려 봐도 경제는 한 46% 성장했는데 실질임금은 그의 절반인 23%밖에 늘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가 성장하는데 노동자의 임금은 늘지를 않고, 그렇기 때문에 가계살림이 나아지지 않으니까 결국은 국가 경제 성장하고 가계 살림, 노동자의 삶이 점점 괴리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왜 성장하느냐, 국민들이 묻고 있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네요. 그러면, 늘어난 기업 소득은 다 어디로 간 걸까요?

▶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이게 문제인데요, 경제가 성장했으면 우리가 잘 살게 되어야 하는데. 80년대, 90년대 초까지 보면 경제성장 하는 것과 임금 느는 것, 기업 소득 느는 게 대개 비슷하게 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보면 기업 소득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고.

예를 들어서 기업의 경우에 98년 외환위기 직후에 전체 국민 총소득의 13%를 가져갔는데, 지금 기업이 거의 24%, 거의 10%포인트가 늘었는데. 거꾸로 가계살림은, 예전 98년에는 74%였는데, 지금 61%로 12%포인트나 낮아졌거든요. 다시 말하면 기업이 돈을 벌어서 풀지 않고 회사 내부에 가지고 있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요즘 나오는 이야기가 사내유보금 문제죠?

▶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그렇습니다, 그 사내유보금이 90년대 초만 해도 80% 되었는데요. 지금은 93%입니다. 그러면 기업이 돈을 벌어서 거의 7%만 나누어주고 거의 대부분을 기업이 갖고 있는 거죠. 그래서 기업만 부자가 되고, 노동자나 가계는 나아지지 않는 그런 구조가 되어있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최근에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기업들 사내유보금에 과세하겠다고 밝혔는데, 이건 방향을 잘 잡은 건가요?

▶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아주 저는 반가웠습니다. 제가 책에 그런 정책을 제안을 했는데, 최 장관이 그런 정책을 내놓아서, 시기적으로 다릅니다만 정말 반가웠고요. 결국은 기업이 돈을 유보하면 투자로 이어질 거라고 우리가 기대를 했는데, 결국 투자로 이어졌다면 고용도 늘고 임금도 늘었어야 맞는 거거든요. 지난 10년간 투자는 정체상태이고 임금은 늘지 않았기 때문에 최 장관의 정책이 맞는 거죠, 아주 반가운 정책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이게 제대로 관철될지는 의문인 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같은 경우에는 사내유보금 과세에 비판적인 입장을 이미 밝혔고요. 또 기업들 입장에서도 이미 법인세 내는 데 이중과세다, 하는 반발이 있거든요?

▶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우선은 이중과세라는 게 말이 안되는 게, 우리 지금 한수진 앵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개인소득세 내지 않습니까? 이미 냈는데 소비세 내고 재산세를 또 냅니다, 상속세 내고. 이 행위에 따라서 세금이 매겨지는 것이지, 경제에서 이중과세다, 이건 논리가 맞지 않고요.

또 하나는 개인은 비용을 세금 낼 때, 감해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기업은 비용을 세금 낼 때 감해주는데, 그 이유가 그 돈으로 재투자를 하라는 것이거든요.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당연히 과세를 해야죠. 그리고 이것은 미국이나 외국 선진국에서도 이미 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과거에 했었습니다. 만약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이걸 반대한다면 이건 정말 잘못 내용을 알고, 뭔가 판단을 잘못한 것 아니냐,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그리고 교수님, 지금 기업들 투자 제대로 하게 하려면 규제도 완화해주어야 된다고 해서, 지금 박근혜 정부가 특히 규제완화를 강조하고 있거든요. 규제완화 대폭 하면 기업들 투자 늘어날까요?

▶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규제 중에는 투자를 막고 있는 규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규제를 당연히 풀면 투자가 늘어나겠죠. 그래서 저는 상당히 규제 부분에서 우리가 빨리 좀 서둘러서 해야 될 부분이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하지만.

다른 측면으로 보면,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전체 노동자의 60%가 외국인입니다. 그리고 최근에 보면 투자의 90%가 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다시 말하면 산업 구조를 바꾸는 구조적인 시도를 하지 않고 단순히 규제만 푼다고 해서 투자가 늘거나 고용이 느는 것은 아닙니다. 이건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지금 이 박근혜 정부가 단순히 규제만으로 고용과 불평등의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저는 조금 잘못된 생각이다, 이렇게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자, 그리고 지난 주말에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교수가 한국에 다녀갔는데요. 정말 관심이 대단하더라고요. 교수님 책에서도 피케티 교수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고 있던데요. 피케티 교수의 주장을 쉽게 말하면,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경제 성장 속도보다 빠르다, 그러니까 부유층에 누진세 강화하고 자본세 매겨야 한다는 건데요. 교수님께서는 우리나라에는 맞지 않는 이론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우선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 속도보다 낮습니다. 우리나라는 더 낮고, 지난 30년간을 분석해보면 더 낮기 때문에, 자본을 한 250년간 축적했던 미국과 유럽의 현상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현상을 진단하고 대안을 내는 건 맞지 않다고 보고요.

또 하나 자본세는 피케티 교수, 이분이 소득불평등에 상당한 전문가이시거든요. 그런데 자본세는 피케티 교수는 자기 책에서 스스로 현실성이 없다, 라고 말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왜 이 논쟁을 하는지 저는 오히려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불평등 현상을 지적한 건 당연한 거고요. 또 고소득자에 대한 누진세 이건 저도 당연히 같은 생각이죠.

▷ 한수진/사회자:

교수님의 책 마지막 부분에 보면 ‘정의로운 자본주의가 현실이 될 희망은 민주주의에 달려있다’ 이렇게 쓰셨더라고요. 어떻게 해석을 해야 될까요?

▶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저는 당시 박근혜 후보가 진보 좌파들이 주로 내세웠던 경제민주화를 내세워서 상당히 기대를 했었습니다. 실제로 국민들이 기대를 해서 박근혜 후보를 당선시켰고요. 그런데 정작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취임한 이후에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 민주화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조차 안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문제를 몰라서도 아니고, 그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나 정책이 없어서도 아니고. 결국은 정치하는, 정치의 리더랄지, 정치계가 선거 때만 국민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를 하고, 실제 권력을 쥐었을 때는 그 약속을 적극적으로 지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이 정치구조가 지금의 불평등 구조와 양극화 구조를 해결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냐,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 박근혜 정부는 정의로운 자본주의에 얼마나 근접하고 있다고 보세요?

▶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글쎄요, 지금 벌써 취임한지 1년 반이 지났고, 또 경제부총리로 최경환 장관이 초과내부유보세를 하겠다고 하는데, 새누리당에서 김무성 대표가 이거를 반대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내고 하는 것 보니까, 실천하기 이전에 지금 방향성조차도, 무려 정권이 들어선지 1년 반이나 됐는데, 못 잡고 있는 게 아니냐, 저는 조금 걱정스럽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려대 경영대학의 장하성 교수와 말씀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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