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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요우커 600만 시대, 이젠 실속 찾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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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인프라 '양에서 질로'

서울과 대형 쇼핑몰 몰리고 개별관광보다 패키지 위주

‘歡迎光臨(환잉광린·환영합니다).’ 요즘 서울 주요 백화점이나 명동 같은 쇼핑가가 요우커(旅客·중국인 관광객)를 붙잡기 위한 환영문구로 붉게 물들고 있다. 아시안게임과 중국 국경절(10월 1~7일)을 앞두고 요우커 방문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백화점·면세점 등이 중국 선양(瀋陽)의 아파트나 수입 스포츠카 등을 내걸고 요우커 유치 총력전에 돌입한 때문이다. 하지만 요우커가 서울과 쇼핑몰로만 몰리고 1인당 국내에서 쓰는 돈이 미국에서 지출하는 액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지역이나 다른 업종에서 느끼는 체감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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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명동에서 만난 리칭(26)은 “한국이 가까워 자주 오긴 하지만 말이 안 통해 아주 먼 나라로 느낀다”고 했다. 그는 “명동이나 백화점에서는 중국어가 통하지만 서울에서도 조금만 벗어나면 말이 전혀 안 통한다”고 말했다. 일본이나 싱가포르 등과 달리 지하철이나 버스 노선 등에 중국어가 없어 어디로 가야 할지 도통 방향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을 네 번이나 왔다는 션시앙에이(26)는 “지하철로 가로수길에 가보고 싶어도 중국어 노선 안내가 전혀 없다”며 “버스만 해도 명동에 명동역·명동입구 정류장 등 비슷한 이름이 너무 많아 30분을 넘게 헤맸다”고 했다. 또 명동에서 마주친 션에이린(23)·지지(25)·쉬롬(29) 등 20대 여행객은 “와이파이가 전혀 잡히지 않는다”며 “한국은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해 인터넷이 잘될 거라 믿었는데 모두 비밀번호가 걸려 있어 교통·숙박·쇼핑 정보를 전혀 찾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요우커는 매년 증가 추세다. 리칭의 말대로 중국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이 크다. 지난해 432만 명에 이어 올해는 600만 명이 찾을 전망이다. 이처럼 늘어난 요우커는 이미 국내 내수시장을 떠받치는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게 사실이다. 산업연구원 박문수 연구위원은 “지난해 432만 명이 방문해 일으킨 생산유발효과만 13조3700억원”이라며 “요우커가 늘면서 쇼핑·숙박 같은 곳에서 새로 창출된 일자리도 12만6000개에 달한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요우커가 세월호 사고 등으로 침체에 빠졌던 내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내국인이 주로 찾는 대형마트나 재래시장이 제자리걸음이나 마이너스 성장을 한 데 반해 요우커가 많은 백화점이나 제주 등이 불황을 피할 수 있었던 건 요우커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요우커의 증가하는 숫자만큼 경제의 체감효과는 높지 않다. 돈을 많이 쓰는 개인 자유관광 대신 단체로 다니는 패키지 관광객 비중이 75%로 절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해 중국 관광객 1인당 순수 지출액은 6200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항공료·숙박비까지 더하면 8000달러가량으로 불어난다. 하지만 국내에서 요우커 1인당 쓴 돈은 2270달러 정도다. 요우커가 큰손임은 분명하지만 미국 등에서 지출하는 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내에서는 언어도 통하지 않고 교통이나 여행지에 변변한 중국어 안내판도 없어 패키지 위주로 다녀 지역이나 다른 업종으로 효과가 확산되지 않는 것이다.

요우커가 많이 찾는 제주도 역시 사정을 살펴보면 속내가 편치만은 않다. 제주에서 식당을 하는 김모(67)씨는 “제주에 오는 요우커는 화교 여행사 4~5곳이 싹쓸이를 하고 있다”며 “요우커를 잡기 위해 가이드한테 손객수수료를 30~40%씩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제주도에서 요우커의 손객수수료는 공공연한 비밀로 일부 숙박업체 중에는 60%를 주는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요우커 1인당 1만원의 매출이 발생하면 3000~4000원은 여행사 가이드에게 넘겨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과 쇼핑으로만 몰리는 요우커를 지역 축제 등으로 확산시키고 일본·싱가포르처럼 더 큰돈을 쓸 수 있는 대형 카지노나 레저시설 등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제주대 서용건(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요우커는 한 해 1억 명 넘게 세계 관광시장에 쏟아져 나와 100조원이 넘는 돈을 쓴다”며 “우리도 방한객 숫자에만 매달리지 말고 실질적인 관광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장정훈·채윤경 기자

장정훈.채윤경 기자 cchoon@joongang.co.kr

▶장정훈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cch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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