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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낙화암 바위글씨에 붉은 페인트 ‘덧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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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설화 서린 부여 백마강변 자온대·조룡대 등 흉물로 변해

“유람선 업자가 글씨 잘 보이게 ”

백제시대의 여러 유적과 더불어 갖가지 이야기가 전해내려오는 충남 부여군 백마강변 명소들의 바위 글씨가 붉은 페인트로 덧칠돼 경관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21일 현재 페인트로 덧칠된 바위 글씨는 ‘낙화암’ ‘조룡대’ ‘자온대’ 등 세 곳으로 확인됐다. 백제의 멸망을 상징하는 장소인 낙화암은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이 660년 백제 왕성을 함락하자 궁녀 등 수천명이 대피했다가 스스로 백마강으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부소산 서쪽 절벽을 말한다. <삼국유사>에는 ‘사람이 떨어져 죽은 바위’라는 뜻의 ‘타사암’으로 기록돼있다. 낙화암 절벽에는 조선 후기 문신인 우암 송시열(1607~1689)의 글씨로 추정되는 바위 글씨 ‘落花巖(낙화암)’이 새겨져 있는데 이 글씨 위에 붉은 페인트가 덧칠됐다.

경향신문

충남 부여군 백마강변의 바위 글자가 붉게 덧칠돼 흉물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자온대·낙화암·조룡대의 모습(위 사진부터). | 윤재환씨 제공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인 고란사 아래 백마강의 ‘釣龍臺(조룡대)’, 인근 규암리 백마강변의 ‘自溫臺(자온대)’도 마찬가지다. ‘조룡대’는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백마를 미끼로 용을 낚았다는 전설이 <삼국유사>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전하며, ‘자온대’는 백제 왕들이 백마강 건너 왕흥사로 가기 위해 잠시 쉬는 사이 바위가 따뜻해져 ‘스스로 따뜻해지는 곳’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전설이 있다.

윤재환 민학회 총무이사는 “주요 바위 글씨가 붉은 페인트로 덧칠되면서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것은 물론 페인트가 글자 획 밖으로 삐져나오거나 주변에 튀어 있는 등 흉물스럽다”며 행정 당국의 관리부실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여군청 측은 “백마강 유람선 운영자들이 글씨를 더 잘보이게 하기 위해 페인트를 덧칠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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