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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KB, 남일 아니다' 진행형 '관치'에 금융업계 '벌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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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히면 끝"···당국 눈치보는 금융사들 ]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해임으로 이른바 'KB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여진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해야 할 금융당국이 오히려 일관성 없는 '밀어내기' 징계를 관철시키면서, 금융업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엔 KB였지만 다음은 누구 차례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상당하다.

18일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의 KB사태에 대한 대응에 "객관성을 잃었다"고 입을 모은다. 세간에서 임 회장의 중징계 후 유례없는 '버티기'가 관심을 끌었지만, 과연 KB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 논란 등 징계 사유가 직무정지에 해당할 만큼 무거웠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조사나 징계는 어느 누구나 수긍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번 KB사태에서 들어난 당국의 고무줄 잣대는 객관성을 잃은 것"이라며 "지금처럼 형평성·적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면 누가 금융당국을 신뢰하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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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지적은 임 회장과 앞서 자진사퇴한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징계 수위가 지나치게 무겁다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주 전산기 논란은 애초부터 금감원이 특별검사에 착수한 지 한 달도 안 돼 중징계를 사전 통보한 것을 두고 부실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무리한 제재였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 주 전산기 교체를 비롯한 KB금융 안팎의 각종 사건·사고에 대해 '관리' 책임에 불과한데 중징계는 지나치게 무겁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특히 금융권에선 KB금융에 대한 무리한 징계 행렬이 최수현 금감원장의 각종 위기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 원장은 지난해 3월 취임 후 1년 반 동안 동양그룹의 불완전 단기어음(CP) 판매 사태, 올해 초 카드 3사의 사상 최대 규모 개인정보 유출 등 대형 금융사고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에 직면했었다. 그러나 위기 때마다 KB금융의 사건·사고를 부각시키며 위기를 모면했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주 전산기 사태에서도 당초 최 원장은 무리하게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지난달 초 자문기구인 제재심의위가 '경징계'를 결정하자 차일피일 징계 확정을 미루다, KB금융의 고질적 갈등이 외부로 드러나 여론이 악화되자 유례없는 제제심의위 결정 '뒤엎기'를 통해 다시 중징계를 결정했다. 전형적인 '위기돌파형' 징계라는 지적이다.

금융위 역시 사태 초기에는 금감원의 KB금융에 대한 중징계에 공공연하게 '무리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임 회장이 사퇴를 거부하면서 '책임론'이 당국을 향하자 오히려 직무정지로 징계 수위를 높이고 이사회를 압박해 임 회장 해임을 관철시켰다. 사태의 시작은 두 CEO의 분열이었지만, 징계의 일관성보다는 여론의 비판을 피하려는 감독기관의 '보신주의'가 화를 더 키운 격이다.

이처럼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면서 각 금융사들의 '눈치보기'도 극심하다. 지배구조 뿐만 아니라 영업현장까지 금융당국의 '관치(官治)' 영향력이 뻗치면서, 저금리·저성장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금융권의 자생력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가 금융당국의 기술금융 공세다. 최근 정부 차원의 '보신주의' 지적에 자극받은 당국이 은행들의 기술금융 실적을 주기적으로 공개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권에선 건전성을 감독해야 할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고위험' 대출에 목을 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기술금융 확대의 취지는 십분 이해하지만, 은행별로 상황이 다른데 관련 실적을 공개하면서 '줄 세우기' 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고 생각된다"면서도 "당국이 금융지주사 회장까지 몰아내는 KB사태를 보면, '찍히면 안 된다'는 생각에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금융당국과 KB금융 이사회의 이번 해임 절차는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감독당국이 마치 짠 듯이 칼날을 빼드는 것은 업계에 대한 '마녀사냥'일 뿐이고, 결국 영업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성훈기자 ki03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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