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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불꽃에 눈멀고, 판소리에 귀멀어, 왕의 남자 만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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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토란 같은 문화 축제

중앙일보

부산 불꽃 축제는 해운대의 고층 빌딩과 광안리의 밤바다와 어우러져 더 화려하게 빛난다.


가을 축제는 봄 축제보다 풍성하다. 수확의 계절이다 보니 먹는 축제가 주를 이루거니와, 다양한 종류의 문화 축제도 많이 열린다. 가을 축제의 주인공인 탈춤·판소리·아리랑·도자기·불꽃·유등 등은 봄 축제에서 볼 수 없다. 가을을 더 알차고 풍성하게 해줄 알토란 같은 문화 축제를 소개한다.

만들고 깨고… 재미있는 축제들

‘우리도 접시를 깨자.’ 가수 김국환이 불러 한때 아주머니로부터 인기를 끌었던 유행가다. 여주 도자기축제에 가면 진짜로 접시를 깰 수 있다. 추석명절증후군을 겪고 있는 주부에게 더 할 나위 없이 좋을 듯하다. 오는 20일부터 10월11일까지 축제 홈페이지(yeojuceramic.com)에 접수하면 접시 2개를 준다. 이 접시들을 3m쯤 떨어진 과녁에 냅다 던지면 된다. 쨍그랑 깨지는 소리에 기분이 확 풀린다고 한다. 남자도 접시를 깨뜨릴 수 있다. 축제 기간 동안 모두 3000명이 접시를 깰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참가비 5000원.

도자기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프로그램이 도자기 만들기다. 이번에는 ‘도자 테마 가족대항전’이라는 이름으로 한 가족이 함께 흙을 밟고 주물러 독특한 작품을 만들면 된다. 홈페이지 예약 필수. 만들기 체험은 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에도 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탈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직접 만든 탈을 쓰고 대동 난장 퍼레이드에 참가하면 수많은 사람과 어울려 흥겨운 춤사위를 벌일 수도 있다. 탈춤 따라 배우기 등의 프로그램도 인기가 좋다.

카누를 타고 호수를 누비는 건 어떨까. 오는 25일부터 열리는 강원 4대 호수 물레길 페스티벌에 가면 강원도 춘천 의암호를 출발해 춘천호~소양호~파라호까지 장장 52㎞를 노를 저어 갈 수 있다.

분위기와 향기에 취하는 축제들

깊어가는 가을 밤,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 연인을 위한 축제를 소개한다. 10월1일부터 경남 진주의 밤은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진주 남강 유등 축제 덕분이다. 다보탑·석가탑 등 국내외 유명 건축물을 형상화한 등(燈)뿐 아니라 자유의 여신상, 스핑크스 등 외국의 유명한 볼거리를 등으로 만들어 물 위에 띄어 놓는다.

밤 분위기는 부산 불꽃축제도 좋다. 올해 불꽃축제는 10월24, 25일 이틀만 열리는데, 부산 명물인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수만 발의 불꽃이 해운대와 광안리 밤바다를 불태운다. 전통 불꽃놀이도 있다. 안동국제 탈춤 페스티벌에서만 볼 수 있는 ‘선유줄불놀이’가 그것인데, 1년 중 탈춤 축제 기간에만 선보인다. 올해는 오는 27일과 10월4일 이틀 펼쳐진다. 선유줄불놀이는 하회마을을 휘돌아 흘러가는 낙동강변에 동아줄을 매어 놓고 그 줄에 뽕나무 뿌리로 만든 숯 봉지를 매달아서 불을 붙이는, 조선시대 양반의 신선 놀음이다.

축제에 꽃이 빠질 수 없다. 벚꽃·산수유·매화 등 봄꽃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가을에도 꽃 축제가 열린다. 가을 꽃의 대명사인 국화를 주제로 한 축제가 가장 많다. 인천 드림파크와 전남 함평 엑스포공원 등에서 열린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의 상사화 축제도 있다. 19일부터 전남 영광 불갑사 일대에서 열리는데, 상사화 만발한 꽃밭은 마치 붉은 카펫을 깔아 놓은 듯이 화려하다.

역사와 전통을 배우는 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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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에 가면 각국의 다양한 탈들을 볼 수 있다.


관객 17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명랑’의 무대인 전남 해남군과 진도군 일원에서는 다음달 9일부터 나흘간 명량대첩 축제가 열린다. 명량해전을 재현하고 해상풍물 뱃놀이와 강강술래, 만가 행진 그리고 진도가 자랑하는 씻김굿 공연을 마련했다.

이웃 마을 보성은 차(茶)가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소리의 고장이기도 하다. 애절한 가락의 서편제로 유명한데 보성 소리축제는 이를 전수하기 위한 마당이다. ‘얼쑤~군민 우리 소리 뽐내기’와 전국 판소리 경연대회 등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비슷한 행사는 동편제의 고장 전남 구례에서도 즐길 수 있다. ‘산의 소리, 강의 소리’라는 주제로 동편제 소리축제가 열린다.

강원도 정선에서는 아리랑제가 펼쳐진다. 아리랑 경연대회, 춤사위 등 전통적인 무대가 주를 이루지만 눈길을 끄는 것은 ‘K팝 아라리’다. 정선아리랑의 선율과 가사를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여기에 K팝 특유의 댄스를 더했다. 전 세계 젊은이가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신사동호랑이’ 등 유명한 신세대 작곡가들이 참여했다. 경기도 안성에서는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가 펼쳐진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봤던 외줄 타기 공연뿐 아니라 풍물놀이·탈놀음·창·인형극 등 신명나는 무대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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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석희 기자 사진=각 축제 위원회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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