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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천재 패션 디자이너 고티에, 기성복 손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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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수석 디자이너 맡기도

중앙일보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장폴 고티에(62·사진)가 기성복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고티에는 1980~90년대 프랑스를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다. 그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최대의 패션전문 일간지 WWD에 보낸 서한에서 “이제 오트쿠튀르(고급 맞춤복)에 전념하면서 패션계의 다른 활동도 개척해 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 파리에서 열릴 ‘2015 봄·여름 패션쇼’가 고티에 기성복의 마지막 무대가 될 전망이다.

WWD는 “고티에의 천재적인 창의성이 수익에 이바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고 철수 배경을 진단했다. WWD에 따르면 브랜드 ‘장폴고티에’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약 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 중 절반 정도가 향수·안경·선글라스 로열티와 기성복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패션 산업에서 80~90년대는 고티에 같은 걸출한 디자이너의 전성시대였다. 명품·패션 전문 거대 그룹과 손잡은 디자이너 일부는 2000년대까지 살아남았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못했다. 고티에는 WWD에 “요즘 패션 트렌드가 너무 정신없이 빠르게(frenetic) 변하는 탓에 나 같은 디자이너는 상업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선 더 이상 창의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충분한 시간도 자유도 없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고티에는 재능을 알아본 패션 디자이너 피에르 카르댕(92)에게 발탁돼 패션계에 정식 입문했다. 76년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냈다. 85년에 남성용 치마를 내놓는가 하면 90년 팝가수 마돈나의 콘서트 의상으로 고깔 모양 ‘콘(cone) 브래지어’를 디자인하며 당대 패션계를 주름잡았다. 해군의 간편복을 연상케 하는 깃 없는 가로줄 무늬 티셔츠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2003~2010년 프랑스 브랜드 ‘에르메스’의 수석 디자이너를 맡기도 했다. 2004년엔 바게트 빵으로 드레스를 만들어 전시회를 열었다. 2012년 프랑스 칸영화제에 패션 디자이너로는 처음으로 본선 심사위원을 맡아 화제가 됐다.

강승민 기자

강승민 기자 quoiqu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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