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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9·11 테러 현장서 발견된 결혼식 사진 13년 만에 주인 품에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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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스트링커 키프 Linkedin 프로필 캡처


2001년 9·11 테러 당시 무너진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WTO)의 폐허에서 발견된 한 장의 사진이 13년 만에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다. 한 교수의 따뜻한 인간애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도움을 얻어 기적을 만들어냈다.

엘리자베스 스트링커 키프 보스턴 레슬리대 교수는 13년 전 친구로부터 한 장의 사진을 건네 받았다. 막 결혼한 것으로 보이는 신랑, 신부와 친구 4명이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세계무역센터 남쪽 타워가 있었던 자리의 건물 더미 사이에서 나온 이 사진은 발견 당시 찢어진 상태였다.

조선일보

트위터 캡처


버려도 문제 될 것 없어 보이는 사진이었지만, 키프 교수는 이 사진의 주인을 찾아주겠다는 결심을 했다. 키프 교수는 “9·11테러와 관련, 뭔가 의미 있는 일,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를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고 뉴욕 데일리뉴스가 14일 보도했다.

사진 속 인물들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키프 교수는 매년 9월 11일을 전후해 이 사진을 온라인에 게재했지만, 지난해까지는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유니버설 허브(Universal hub)’라는 보스턴 지역 블로그 사이트에 이 사진이 게재되면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게 됐다. 가수 블레이크 쉘톤(Blake Shelton)을 포함해 6만8000여명의 네티즌이 이 사진을 리트윗하면서 지난 12일 결국 사진의 주인이 나타났다.

이 사진의 주인은 세계무역센터 남쪽 타워 77층에서 일하던 프레드 마헤였다. 그는 테러가 발생했을 당시 지하철을 타고 출근 중이어서 다행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의 사무실 칸막이 벽에 붙어 있었던 사진 역시 테러의 모진 참화를 이겨내고 13년 만에 주인을 다시 만났다. 그는 곧바로 키프 교수에게 “사진 속 사람들을 알고 있다. 나도 그 결혼식 현장에 있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마헤는 “9·11 테러가 난 2001년 봄 친구 결혼식에서 찍은 것으로, 내게 큰 의미가 있는 사진”이라며 “누군가가 1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꾸준히 이 사진의 주인을 찾으려고 노력했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진 속 사람들은 모두 살아 있다”면서 “2001년 9월11일은 최악의 인간성을 경험한 날이었지만, 올해 9월12일은 최고의 인간애를 발견한 날”이라고 말했다.

사진 속의 신부인 크리스틴 러레이도는 “결혼 이후 남편과 캘리포니아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면서 “어서 빨리 사진을 6살 난 딸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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