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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경차의 자격 논란… 수입차 “4㎝ 차이 기준 완화를”·국산차 “현행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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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점 해소냐, 국내 산업 보호냐

‘국내 자동차 산업 보호냐, 경차 모델 다양화를 통한 독과점 해소냐.’

최근 경차 기준을 놓고 국내외 완성차 업계 간 입씨름이 벌어지고 있다. 외국 업체들은 정부에 경차 기준을 좀 더 완화해달라고 요구하나, 국내 업체는 현재 기준 고수를 촉구하고 있다.

‘작은 차’에 대한 관심은 지난달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촉발시켰다. 교황은 당시 성남 서울공항에서 내린 뒤 기아자동차 쏘울을 타고 다녔다. 쏘울이 경차는 아니지만, 국내 중대형차 비중이 높기 때문에 더욱 대비됐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11.8%다. 일본에서 경차가 39.3%인 것과 비교해보면 3분의 1도 안된다. 그 이유로 ‘유럽이나 일본보다 중대형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취향’이 꼽힌다. 또 국내 경차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꼽히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시판되는 경차는 3가지뿐이다. 기아차 레이·모닝과 한국지엠 스파크다. 수입차 모델은 하나도 없다. 수입차 업체들이 경차를 내놓지 않는 것은 가격 때문이다. 국내 경차 가격인 1000만원 안팎으로는 외산 경차를 출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모닝·스파크·레이(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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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국 경차 규격 규정을 손가락 한두 마디 길이 차이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경차는 배기량 1000㏄ 미만이면서 차 크기가 길이 3.6m, 너비 1.6m, 높이 2m 이하여야 한다.

폭스바겐의 업, 피아트의 친퀘첸토 0.9는 너비가 4㎝가량 넓다는 이유로 국내에선 경차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 경우 취득·등록세 면제와 통행료·보험료 할인 등 경차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이에 수입차 업계는 국토교통부가 경차 규격 규제를 완화해주길 원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15일 “불과 4㎝ 차이 때문에 경차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너비 규정이 완화되면 주행 안전성도 높아질 뿐 아니라 다양한 경차가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어 소비자 선택지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산업 보호 측면에서는 경차 규격 규제 완화 등 경차 시장 활성화 방안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차 시장 독과점 문제가 있긴 하지만 경차 규제를 풀어주면 한국 산업계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경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수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소득 양극화로 국내 자동차 수요는 경차와 중대형차로 양분되고 있다. 주력 운용 차량 외에 ‘세컨드 카’로 경차를 구매할 의향이 있는 가구도 10% 이상이라는 조사가 있는 만큼 경차 수요가 늘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비가 국산 경차에 비해 높은 독일·일본 차량이 경차로 인정되면 수입차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본은 배기량 660㏄, 너비 1480㎜ 이하 차량을 경차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 경차 기준을 완화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며 “다만 정부가 중대형차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경차 비중이 20% 이상 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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