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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맞을때 소리내면 더 때린대”…울산 자살 여고생 가족에게도 피해사실 담은 유서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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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을 괴로워하다 가족과 살았던 울산의 아파트에서 지난 1일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고생 ㄱ양(17·경주 모고교 1년)이 폭력피해 사실을 담은 유서를 가족에게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3일 ㄱ양이 쓴 유서는 모두 2장이며, 그 중 1장은 가족에게 쓴 것이라고 밝혔다.

유서에는 ‘사실 어제(8월 30일) 늦게 온 이유도 애들에게 맞았어 명치랑, 턱, 뺨. 너무 아팠는데 소리 내면 더 때린다고 해서’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ㄱ양은 이어 ‘그리고 오늘 집에 있으려고 했는데 불러서 나갔더니 쭈그려 앉으라면서 때리려고 하기에 나도 머리채를 잡았어. 안 그러면 더 아프고 맞을 것 같아서’라고 썼다.

또 ‘이제 얼굴 들고 다닐 의지도 없고 희망도 없는 것 같아‘라는 내용도 있다. 유서는 ㄱ양이 친구들로부터 폭행을 당해 심한 좌절감을 느꼈고, 삶의 의욕까지 잃은 것을 암시하고 있다. 앞서 ㄱ양은 친구들에게 남긴 유서에서 가해 학생의 실명을 언급하며 폭행피해 사실을 적었다.

유족들은 딸의 죽음이 단순 자살로 위장되는 것을 크게 우려했다. 유가족이 수사기관에 제출하기 위해 김양 친구들을 대상으로 받고 있는 탄원서 내용에는 학생들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외부인이 뭘 물으면 절대 말하지 말라고 선생님들이 말했다’거나 ‘지금 학교에서 우리들에게 여러 가지를 묻고 있는데 (단순 자살)로 몰아가려는 것 같다‘고 쓴 내용도 있다. 한 유족은 “철저한 수사로 아이의 죽음과 학교폭력의 연관관계를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사실관계를 은폐하거나 축소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다만 좋지 않은 일이 학생들 사이에서 퍼져 또다른 나쁜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우려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경북도교육청은 학생들을 상대로 심리 상담을 진행중이고, 학교측은 상담이 끝나는 대로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어 가해 학생들을 징계할 방침이다. 경주경찰서는 3일 이 학교 전 학생(280여명)을 대상으로 추가 피해 사례 여부를 확인하는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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