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값진 한우곰탕의 맛!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

서울 문래동 <값진식육>

감칠맛 깊은 소고기 국물의 매력

우리 집은 예전에 국을 끓이면 대부분 소고기로 끓였다. 콩나물국, 무국, 아욱국, 미역국, 토장국 등 거의 모든 국은 소고기가 기본이었다. 소의 부산물인 내장도 사용했다. 가끔 육개장도 집에서 먹었다. 그리고 수시로 곰국을 끓여먹었다. 서울 경기 지방에서는 소고기를 국의 바탕(밑맛)으로 삼았다. 설렁탕, 곰탕, 육개장은 소고기를 기본 식재료로 사용한 전통 국밥이다. 개성탕반이나 무교탕반 같은 고급 국밥이 있었지만 그 맛을 아는 분들은 이제 거의 고인이 되었다. 더욱이 된장찌개나 고추장찌개도 대부분 소고기를 넣었다.

소고기라는 식재료는 정말 매력이 있다. 고소하고 감칠맛이 국물 맛을 풍요롭게 한다. 필자가 아는 모 식당에서는 된장찌개에다 밥을 말아 죽처럼 끓여서 제공하는데 소고기(한우)를 넣었을 때와 안 넣었을 때 맛 차이가 생각 이상으로 크다. 예전에 외식을 할 때 탕반음식은 설렁탕이 주류를 이루었다. 돼지고기는 거의 삶아서 먹었던 것 같다. 좀 나이가 들고 시장통에서 순대국밥을 먹기도 했지만 20년 전만해도 순댓국보다는 설렁탕이나 곰탕이 대세였다.

곰탕을 식당에서 사먹었던 강렬한 기억은 서울 중구의 유명 곰탕집이었다. 10여 년 전에 일부러 강남에서 차를 몰고 서울 중구의 곰탕집까지 갔다. 주차가 안 되어서 유료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그 곰탕집에서 ‘특’을 주문했다. 방짜유기에 담겨 나온 그 집 곰탕은 과연 일품이었다. 특히 깍두기는 늘 맛있어서 꼭 한 번 이상 리필을 했다. ‘특’답게 양이 푸짐했다. 다 먹고 나서 기분 좋은 포만감을 느꼈지만 금방 소화가 되었다. 일부러 멀리서 온 보람이 있었다. 좋은 음식은 잘 흡수가 된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10년 전 가족끼리 남도지방에 맛 투어를 간 적이 있다. 전남 나주의 유명 곰탕집에서 처음으로 나주식 곰탕을 먹었다. 서울에서 먹던 곰탕과는 약간 달랐다. 살코기로만 국물은 냈다. 아주 맛있게 먹었다. 일주일 후 그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아들이 그 곰탕이 먹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 입은 정직한 법. 그래서 필자는 나주곰탕이 서울 사람 입맛에 맞는 음식이라는 생각을 했다. 10년 전에는 서울에 나주곰탕집이 거의 없었다. 서울대 입구에 나주 출신 주인이 나름 제대로 하는 곳이 거의 유일했다. 어느 순간 프랜차이즈 형태로 급속하게 늘었다. 필자 느낌대로 서울사람 기호에 맞는 탕반이라는 점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 것 같다.

조선일보

한우곰탕


반면, 대구 달성군 현풍곰탕은 국물이 진하기로 유명하다. 오래전 서울에서 몇몇 점포를 운영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너무 진한 국물이 약간 부담스러웠다. 혹자는 ‘나주곰탕은 청주요, 현풍곰탕은 탁주’라는 말을 했다. 맑은 국물에 대한 기호가 좀 더 오래가는 것 같다. 필자가 일하는 사무실 근처에 유명 안동 국시집이 있다. 이 국시집을 높이 평가하는데 가격은 국시 한 그릇에 1만원으로 비싸지만 국물 맛은 아주 좋다. 무엇보다 깊은 맛이 있다. 한우 양지머리로만 국물을 내기 때문이다. ‘국물 반 고기 반’ 한우곰탕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 어느 날. 필자는 직원과 함께 서울 문래동 한우식당 , <값진식육>에 갔다. 비싼 한우를 실비가로 저렴하게 파는데 가격에 비해 맛이 좋다. 여기 주인장이 식육에 대한 안목과 구매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거세우에 비해 고소한 암소로 제공한다. 이 집은 한우 구이도 괜찮지만 점심에 판매하는 갈비탕이 아주 인기가 좋다. 한창 점심때는 손님들이 문 앞에 장사진을 친다. 필자가 도착한 시각이 11시 30분이 채 안 되었는데도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이 많았다. 대기 번호표를 받았다. 13번째로 기다려야 했다. 점심때는 거의 대부분 손님이 갈비탕(9,000원)을 주문한다.

그렇지만 필자와 직원은 갈비탕이 아닌 한우곰탕을 시켰다. 갈비탕은 수입육이지만 9,000원이고 곰탕은 한우로 8,000원이다. 우리는 무조건 곰탕이다. 한우살코기기와 뼈로 국물을 냈기 때문이다. 필자는 잘 알고 있다. 갈비탕은 한우만 사용하면 아무리 전문가라도 1만 원 이하로 가격 맞추기 어려운 사실을. 그래서 한우식당마다 점심 갈비탕이 늘 고민이다. 한우 갈비탕은 얼추 1만 2000원 이상은 받아야 단가를 맞출 수 있다. 지방에서 저렴한 한우갈비탕을 먹은 기억이 있지만 냉동육이고 맛과 질 자체는 평가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필자는 구이용 고기에서 한우에 대한 기호가 절대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국물만은 한우로 내는 것을 절대 선호한다. 그래서 다른 손님과 달리 곰탕으로 주문했다. 이 집에서 곰탕은 갈비탕에 비해 10% 정도만 판매된다. 갈비탕 판매가 압도적이다. 일설에 따르면 주로 고깃집에서 갈비탕과 설렁탕, 곰탕을 같이 판매하면 거의 대부분 갈비탕이 많이 나간다고 한다. 워낙 갈비탕 선호도가 강하다. 한국 사람은 역시 고기 뜯어먹기를 좋아한다. 사실 이집 갈비탕은 국물이 담백하고 기술이 좋아서인지 갈비 자체도 부드럽다. 수입산 갈비탕이지만 솜씨가 좋다. 전에 여기 주인장과 이야기를 할 때 베트남쌀국수를 한 적이 있기 때문에 국물을 내는 데는 자신이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탕반(湯飯)은 푸짐해야 한다

반찬은 김치와 깍두기, 파김치로 이어지는 3종이다. 곰탕이 나왔다. 맑은 국물의 곰탕이었다. 정말로 고명이 가득하다. 전언한 유명 곰탕집 보통에 비하면 양이 현저하게 많다. 필자가 요즘에는 그 유명 곰탕집에 거의 안 가는 이유는 점포 이전 후, 예전이 비해 양과 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새벽에 곰탕 보통을 먹은 적이 있는데 우리 같이 건장한 사람에게는 간식 수준이었다. 그래서 그 후 거의 그 곰탕집을 안 간다. 아직도 맛은 훌륭하지만 좀 야박할 정도로 양(고기)은 빈약하다.

곰탕에 들어가는 부위는 거의 사태부위다. 양지머리도 넣는데 그날은 사태를 사용했다. 그날그날 원육 구매 양태에 따라 다소 달라지는 모양이다. 말 그대로 국물 반 고기 반 수준이었다. <값진식육>은 가성비 하나는 제대로 구현한다. 또한 맛도 제대로 구현하는 맛집이다. 손님에게는 좋은 식당이다.

8,000원에 어떻게 이 퀄리티로 만드는지 자못 궁금하다. 방짜유기에 담아내 격조가 있다. 고기의 질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국밥 고기도 암소로 끓이면 더 맛있다는 설이 있다. 거의 수육 수준의 고명이고 담백하며 순한 국물도 흠잡을 데 없다. 김치와 깍두기가 숙성이 잘되어서 국밥 맛을 상승시킨다. 한 그릇을 완벽하게 비웠다. 갈비탕의 위세에 눌려 가려진 메뉴지만 이 식당에서 필자의 최고 식사 메뉴는 곰탕이다. 곰탕 판매가 많지 않아 고기와 함께 뼈로도 국물을 내지만 곰탕이 주력 메뉴로 성장하면 좀 더 수준 높은 곰탕이 가능할 것이다.

조선일보

값진식육 김치 반찬들


식당 안을 보니 생각 이상으로 젊은 여성들이 많았다. 노인분도 여러분 보인다. 노년이 되면 육류를 더 많이 섭취해야 한다. 왜 이 좋지 않은 점포입지에서도 고객이 줄을 서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여성들에게도 가성비 좋은 고깃국은 좋은 점심임이 분명하다.
지출 (2인 기준) 한우곰탕(8000원) = 1만 6000원
<값진식육>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3가 77-43, 02-2634-9288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외식콘셉트 기획자다.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면서 인심 훈훈한 서민스러운 음식점을 사전 취재 없이 일상적인 형식으로 소개한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