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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급증하는 퇴직부채…'GM사태' 남의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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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강국 코리아]의무적립비중 올해부터 70%, 2020년 100%, 전문가들 "중소 비상장사 사외적립기준 충족 못해"]

퇴직급여 사외 적립 비율이 매년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현실화하고 있다.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기업도 앞으로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 대상이 확대됨에 따라 퇴직급여 적립 부담을 피해갈 수 없다. 기업들로선 재무여건상 퇴직급여 사외 적립 비율을 올리기가 부담스럽지만 정부가 2016년부터는 이를 준수하지 않았을 때 과태료 등 불이익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당장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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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을 채택한 코스피200지수 편입 175개사 가운데 지난해 기준 60%인 사외 적립 비율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은 전체의 3분의 1인 57개사로 집계됐다. 사외 적립 비율이 20%조차 미치지 못한 기업도 20개사였다. 대형 상장사보다 재무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과 비상장사의 경우 대다수가 사외 적립 비율을 맞추지 못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부터는 적립 비율이 70%로 올라가 미준수 기업의 숫자와 퇴직부채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퇴직급여 적립 의무는 기업에 재무적인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조사 대상 기업들이 매년 사외 적립액에 투입하는 기여금의 순이익 대비 비율은 2011년 5.8%에서 지난해에는 9.5%까지 늘어났다. 같은 기간 기업들의 퇴직급여 기여금은 2조8630억원에서 3조899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부터 사외 적립 비율이 70%로 높아진 만큼 올 연말에는 기업들의 순이익 대비 기여금의 비중이나 기여금의 절대 액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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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기업들의 퇴직급여 적립 부담을 줄여줄 운용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퇴직급여 운용 성과가 높으면 기업이 이익에서 퇴직급여로 내놓아야 하는 자금이 줄어든다.

저성장·저금리 기조 속에서 DB형 퇴직연금은 분기 수익율이 6분기 연속 0%대에 머물고 있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DB형 퇴직연금의 연간 수익률은 3%대 초반에 그쳐 2%대인 시중 예금 금리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미국의 퇴직급여 대란이 국내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GM과 크라이슬러, 델타항공 등은 DB형 퇴직연금에 가입했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약속한 퇴직급여를 채우지 못해 파산하거나 엄청난 적자를 냈다.

한 퇴직연금 사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현대차처럼 한 분기에 수조원대 이익을 내는 기업들이라면 퇴직급여에 대한 부담이 미미하겠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09년 GM 파산 사태의 경우 노조가 개입해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이뤄졌고 기업이 종신 의료 보장까지 제공해야 했기 때문에 재직기간 동안 퇴직급여 충당금만 쌓으면 되는 국내 기업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퇴직급여 사외 적립 비율이 100%까지 올라가고 퇴직연금 운용수익률 저하가 지속되면 기업들의 재무적 부담이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기업들의 퇴직부채 규모와 사외 적립 비율에 대해 정확한 실태 파악도 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퇴직부채가 공개되는데 부담을 느껴 관련 조사에 미온적이었던게 사실"이라며 "2016년부터 사외적립 비율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명단을 공개하기로 한 것은 현실적 강제성을 높이기 위한 제재 조치"라고 설명했다.

사적연금 활성화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한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사외 적립 비율을 100%까지 높이고 적립 비율 미준수시 제재를 가하는데 대해 기업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반론이 있었지만 퇴직연금 적립이 법적으로 부여된 의무라는 점을 고려해 유예기간을 주고 퇴직급여 사외 적립을 강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기업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퇴직연금을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관행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퇴직부채 문제를 공론화하고 이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을 높이기 퇴직부채 공시제도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성훈기자 searc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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