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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여행] 허생원 행복 찾는 9월, 숨막히는 봉평 메밀꽃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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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이효석 선생님의 ‘메밀꽃 필 무렵’ 주제요?, 그거 ‘친자확인’ 아닌가요?”

서울에서 경제 분야에서 일하다 은퇴한 후 평창 봉평을 귀농지로 택해 소설가 이효석(1907~1942년)과 평창 생태에 대한 연구, 관광객 안내역을 맡고 있는 민종일(70) 문화해설사는 곧잘 관광객에게 질문을 한다. 관광객과 ’봉평‘ 간의 대화를 매개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여고생이 효석기념관을 방문했을때 민 해설가의 질문을 받고 답한 내용은 틀리다 말할 수 없고, 재치라고만 받아넘길 수 없는, 어떤 삭막함을 느끼게 한다.

사실 소설은 허생원이 물레방앗간에서 성서방네 처녀와 만리장성을 쌓지만 그녀가 잠적하는 바람에 이렇다할 여자 경험이 없다가 젊은 장똘뱅이 동이를 만나 그 물레방앗간 인연의 소생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친자확인’이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설에는 열살 남짓한 시절 고향을 떠난 이효석의 향수가 짙게 배어있다. 봉평장, 충주집, 섶다리, 물레방앗간 등…. 작품속에는 이효석의 짧은 봉평생활에서 본 모든 것이 들어있다. 민 해설사는 “고향을 떠난 상실감이 강한 그리움으로 이어지면서 탄생한 작품”이라고 교정해줬다.

베드신은 ‘처음에는 놀라기도 한 눈치였으나 걱정있는 때는 누그러지기도 쉬운 듯해서 이럭저럭 이야기가 되었네.…무섭고도 기막힌 밤이었어’라는 짧은 글로 끝냈지만, 몇 챕터 벌려 쓴 것 이상의 아련함을 준다. 메밀꽃을 묘사하는 대목에서는 ‘갑자기 행복해지는’ 느낌이다.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입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븟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 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그 메밀꽃의 감동은 9월 한달 내내 흰색 메밀꽃이 숨막히게 피는 봉평에서 재연된다. 가을을 재촉하는 코스모스와 백일홍 사이로 고개를 내민 8월말의 메밀꽃은 아직은 꽃뭉치라고 하기엔 빈약하고 붉어야할 줄기는 초록빛이라 전체적으로 옅은 연두빛 병치혼합이지만, 1~2주 후면 봉평은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자, 동이가 끝내 한 가정을 이룬 듯 소담스런 재잘거림으로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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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소설이 나온지 50년간 평창의 메밀 재배면적은 조금씩 늘어나다 효석문화재가 열리기 시작한 1999년이후부터 15년간 5배나 늘었다. 제16회 평창효석문화제는 오는 5~14일 봉평 효석문화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작품속으로 들어가 여행자가 주인공이 되는 ‘소설존’이 여러곳 마련돼 있고, 오솔길 걷기, 당나귀 체험, 마당극, 콘서트, 백일장 등이 열린다. 봉평 최고 미녀 충주댁의 유혹도 만만찮다.

봉평 주변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은 회령봉이다. 대관령이 키 큰 산 사이의 분지라면, 회령봉은 홍천의 운두령, 횡성의 태기령 등 주변의 온 산이 모여드는 중심 봉우리이다. 왕건과 이성계가 기도를 올려 대권을 잡았다는 임실 성수산과 비슷한 형세이다. 때묻지 않은 아름드리 나무들이 빼곡하고 맑은날엔 월악산 영봉, 설악산 대청봉까지 보인다.

또 휘닉스파크 고랭길 입구-초봉-계곡광장-삼구쉼터-중봉-무이밸리 삼거리-최고봉-움치 사거리-정자-이효석문학의숲-이효석생가터로 이어지는 2시간짜리 ‘고랭길 트레킹’도 좋다.

메밀국수는 길고 긴 정(情)을 상징한다. 줄기의 길이는 60~90㎝이고 꽃피는 기간은 포기당 20~30일이다. 발아 가능온도는 0~44℃로 생령력이 강하고, 비만 예방과 피부 미용, 고혈압 예방, 이노작용 촉진, 간세포 재생의 효능을 보인다고 의서는 전한다. 봉평은 사랑과 웰빙, 문학의 고향이다./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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