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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주택 수명 느는데… 재건축 정책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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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한 30년으로 10년 단축, 부동산 마지막 빗장 풀어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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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서울 지역 아파트는 지은 지 30년만 넘으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지금보다 재건축 연한을 10년 단축하는 것이다. 무주택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민영주택 85㎡ 이하 청약 가점제도는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는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재건축이든, 청약이든 마지막 빗장까지 모두 풀겠다는 것이다. “아파트 수명이 늘어나는 추세에 역행하는 정책이다” “특정 지역 부자들을 위한 대책이다” 등의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는 당정협의를 거쳐 1일 ‘규제 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 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 방안’(9ㆍ1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마다 준공 후 연도에 따라 20~40년으로 돼 있는 재건축 연한의 상한이 모두 30년으로 줄어든다. 상한을 40년으로 정한 서울 경기 부산 인천 광주 대전 등이 당장 단축 효과를 보고, 앞으로 준공하는 아파트는 30년만 지나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기존 물량은 준공 시기에 따라 단축 기간이 달라진다. 예컨대 서울의 경우 1986년 준공 아파트는 재건축 가능 시점이 2016년으로 변동이 없지만 87년 준공은 2017년으로 2년, 88년은 2018년으로 4년, 91년 이후는 2021년으로 10년이 단축되는 식이다.

이는 영국 128년, 미국 72년, 일본 54년 등 선진국들의 아파트 교체 수명이 우리나라 평균(27년)보다 25~100년 가량 긴 것을 감안하면 세계적인 추세와 거꾸로 가는 대책이라고 볼 수 있다. 내년부터 100세 장수 아파트 인증사업을 하겠다고 밝힌 기존 정부 입장과도 배치된다.

최종 재건축 여부를 가리는 안전진단 기준은 ▦주차장 배관 층간소음 등 생활불편이 클 경우 주거환경 평가비중 확대(15→40%) ▦구조적 결함은 연한 상관없이 재건축 심사 가능 등으로 대폭 완화(본보 8월 21일자 16면)한다. 또 ▦임대주택 의무건설 연면적 기준 폐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재건축 시 85㎡ 이하 의무 확보 연면적 기준 폐지 등 재건축의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결국 재건축 여력과 사업성이 뛰어난 서울 강남이나 양천구 목동 등에 혜택이 집중될 수밖에 없고, 임대주택 공급 축소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약제도 관련 규제 역시 대폭 풀었다. 1순위 요건이 현행 가입 2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고, 전용면적 85㎡ 이하 민영주택에 대한 가점제는 내년부터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 공급 물량의 40% 이내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지자체 상황에 따라 100% 추첨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한 채당 5~10점을 깎던 감점제도는 폐지하기로 했다. 청약시장에 무주택자 만이 아니라 기존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까지 끌어들여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밖에 분당 일산 등 대규모 신도시 건설의 근거가 됐던 택지개발촉진법은 폐지된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디딤돌 대출 금리는 0.2%포인트 내린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부동산 거품의 주범인 재건축 과잉을 조장하고, 주택 수명이 날로 늘어가는 세계적인 추세와도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서민 주거안정 부실, 가계부채 대책은 없고 투기 부양책만 가득하다”고 꼬집었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한국일보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빌딩에서 바라본 목동아파트 3·4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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