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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북한 인사이드] 자생적 市場 확산되는 北… 개인 공장·유통업체 창업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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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생활수준 전반적 향상… 노동자 월급 수십배 뛰기도]

주민 시장활동 받아들인 北 - 中·유럽에 경제 자문하고

자본주의 경영 방식도 배워 기업 자율성 주고 생산성 높여

쌀 등 생필품 가격도 안정 "이제 굶어 죽는 사람은 없어"

최근 북한 당국이 기업의 경영 독자성을 허용하고 개별 주민의 창업 및 영리 활동을 묵인하면서 북 주민의 소득·생활수준이 일정 부분 향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급 체제 붕괴 이후 주민들에 의한 자생적 시장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일부 北 주민, 수만달러 모아 창업

대북 소식통은 "최근 함경북도 청진에서 장사하던 주민 최모씨가 중국과 북한 내 가족·친구들로부터 자금 3만달러를 모아 직물공장을 창업했다"며 "형식적으로는 청진의 정부 산하 기업소 명의를 빌렸지만, 사장인 최씨가 직접 직원 채용을 하고 원료·자재 구입과 생산·판매, 수익 분배까지 직접 하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이 공장은 직원 10여명에게 매달 평균 300위안(약 50달러)을 월급으로 주고, 기업소에는 월 수익의 30%를 상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최근 "평양326전선공장 노동자들이 올해 3월 이전보다 월급을 수십~100배 받았다. (북한 돈으로) 최고 34만원(약 40달러)을 받은 직원도 있다"고 전했었다.

유통과 운송 시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북 소식통은 "함흥에 사는 전주 A씨가 최근 인민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농수산물 유통업체를 차렸는데, 수익이 상당한 규모"라고 했다. 그동안 북한에선 개별 상인이 소규모로 유통업에 종사해 왔지만, 대규모 유통센터를 만들어 운영하기는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남도 출신의 한 탈북 인사는 "내륙인 평성 지역에는 중국에서 소형 트랙터를 구입해 개인 텃밭 농사일을 대신 해주거나 농자재를 날라주고 돈을 버는 운송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기업 자율성 허용

조선일보

북 당국은 최근 잇따라 기업의 경영 자율성과 농민의 자율권을 확대하고, 주민의 시장 활동을 허용하는 조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희 한국정책금융공사 박사는 "북한의 상당수 기업이 최근 독자적 자율 경영 체제로 바뀌면서 과거와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농업 부문에서도 과거 집단적 분조 단위 생산 활동을 축소하고 농민의 농작물 자율 처분권을 확대하면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고 했다.

북한 당국이 석탄 수출로 번 외화로 식량 수입을 늘리고, 식량 비축 창고를 열어 쌀 공급량을 확대함에 따라 쌀 등 생필품 가격이 안정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경제 문제에서 자력갱생 정책으로는 한계를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북한은 중국·유럽에 자문을 하고 싱가포르 등에 관료들을 보내서 자본주의 경영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쌀 가격도 안정… 주민 소득·생활수준 나아져

이에 따라 북 주민의 소득이 늘고 생활수준도 올라가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쌀 가격은 최근 들어 최저 수준인 1㎏당 5000원(1달러 안팎) 수준으로 떨어져 유지되고 있다. 대북 소식통은 "주민의 50% 이상이 쌀밥을 먹고 있고, 굶어 죽는 사람은 거의 없어졌다"고 했다. 함흥시 주민들에게는 세대별로 매월 오리 1마리, 아이들에게는 요구르트와 우유가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최근 북이 농업·경공업 부문에 힘을 쏟고 있는 데다 작년 식량 증산과 대외무역 확대로 경제가 호전된 것 같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간부들에 대한 감시·통제로 중간 착복 현상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김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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