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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거취'보다 '양심'택한 이건호행장…깊어진 국민銀 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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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호 국민은행장 "거취 이사회에 맡기겠다…자리 연연하지 않아"

금감원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 KB금융 "경징계도 징계…부담스러워"

뉴스1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2014.9.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이현아 기자 = KB국민은행의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내홍'을 겪고 있는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 자신의 거취를 이사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사회에서 사퇴를 요구할 경우, 그 결정에 따르겠다는 의미다.

이 행장은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를 지적한 것에 대해) 정무적인 판단이 부족했다고 한다면 할말이 없다"면서도 "국민은행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에서 문제를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 "제가 믿는 것은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것과 제 양심에 비춰 떳떳하는 것"이라고 말해 '거취'보다는 '양심'에 따라 판단했음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한발 앞서 거취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 '배수진'을 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대해 이 행장은 "은행장으로 임명될 때도 이사회 거쳐 임명됐고 제 거취도 이사회가 어떻게 판단하느냐갸 중요하다"고 밝혔다.

◇ 이사회에 돌아간 '공'…이건호 행장 거취 '주목'

이 행장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거취를 포함한 모든 결정을 이사회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의 징계 수위 결정 여부에 대해서도 "감독당국에서 최종 결론이 나면 그 제재 수위에 따라 조직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경징계로 결론난 금감원의 징계수위가 중징계로 바뀔 경우 자진 사퇴하겠다는 의미다.

앞서 이 행장은 주 전산시스템을 IBM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 시스템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실 왜곡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사회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금감원에 조사를 의뢰했다.

금감원은 이 행장과 임 회장에 대해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으나, 여섯 차례에 걸친 제재심이위원회에서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 경고'를 내렸다. 하지만 최수현 금감원장이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한 징계수위 확정을 보류함에 따라 두 수장의 거취는 다시 불확실해졌다.

이 행장은 이날 "(사퇴와 관련) 제가 이 자리 연연할 이유 없다"며 "(주 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에서의) 문제를 위해 제가 할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이 행장은 "(거취에 대해 이사회에 결정을 넘긴 것과 관련해) 언젠가 재신임을 물을 수 밖에 없는 일이라고 판단했고 범죄와 관련된 부분 규명되는 시점에서 이사회에 재신임 물으려고 했었다"고 밝혔다.

이건호 행장은 주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 금감원에 수사를 요청한 것에 대해 정무적인 판단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국민은행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에서 행장이 정무적 판단 해야한다면 할말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정무적 판단으로 조용히 넘아갈 수도 있었지만 만에하나 안정성에 문제가 있어 전산시스템 셧다운되는 상황 발생하면 뒷감당 누가 어떻게 하나"고 반문하며 "국민은행의 하루 거래처리건수가 1억건이 넘는데 주 전산시스템이 마비된다면 그야말로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행장의 거취에 대한 발언을 두고 '배수의 진'을 쳤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금감원이 일부 임원에게 중징계를 내리는 등 문제점이 있다고 밝혀진 만큼, 외부인사로 구성된 이사회에서도 이 행장의 사퇴를 요구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전제돼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대해 이 행장은 "조직의 의사결정기구는 이사회이고, 제가 조직에 도움되는지 아닌지는 이사회에서 결정해달라는 것"이라며 "은행장으로 임명될 때도 이사회 거쳐 임명됐기 때문에 제 거취도 이사회가 어떻게 판단하느냐갸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론 지금까지 사외이사들과 주전산기와 관련한 대립된 견해가 있었고, 심각한 범죄라 판단한 부분이 있어서 대립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사회가 제가 합당치 않다고 한다면 그건 존중해야 하는 게 제 의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 행장의 '거취' 발언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종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임영록 회장vs이건호 행장...멀어지는 화합

이건호 행장은 임영록 회장과의 갈등에 대한 우려에 대해 "임 회장과 화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잘못 바로 잡는 과정에서 개인적 비난이나 다른 문제를 삼은 적은 없다"며 "이번 일만 정리돼서 다행히 회장과 제가 남은 임기 같이 할 수 있다면 문제 없다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임 회장 심기가 편할 리가 없다. 특히 이 행장은 이날 주전산기 교체에 임영록 회장이 개입한 것을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거론했다는 사실도 새롭게 언급했다. 국민은행이 검찰에 고소한 3인중 2인이 지주사사람이다.

임 회장은 그 동안 주전산기 교체 문제는 은행과 카드사의 문제로 각사의 이사회에서 결정할 문제라는 식으로 자신과의 연관성을 일축해 왔다. 이 때문에 이 행장의 발언내용(개입 여부)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임 회장의 입지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 회장도 어떤 식으로든 해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KB국민카드의 정보 유출 등과 관련해 제재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고 국민은행의 금융사고와 주전산기 교체 문제 등에 대한 징계수위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행장은 금감원의 경징계 발표가 난 다음날 KB금융 임직원의 화합을 위해 진행한 템플스테이에서 있었던 내부갈등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설명했다.

이 행장은 "행사진행과 관련 행사취지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행사가 진행된 부분이 있었고, 문제가 있다고 임원에게 지적한 것 맞다"면서도 "잘 준비를 다 해서 갔다가 돌아온 것은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신앙심이 깊진 않지만 유아세례를 받은 기독교인"이라며 "템플스테이 못갈 이유는 없지만 종교적인 부분에서 꺼릴 이유가 있었지만 화합 필요하다는 생각에 템플스테이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날 간담회는 KB금융지주와 사전협의 없이 진행돼 아직까지 지주와의 화합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들었다. 이 행장은 "임 회장은 그룹 CEO고, 전 은행의 CEO"라며 "제가 제 입장 설명드리는데 왜 굳이 지주와 협의해야 할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KB금융지주는 이 행장의 이날 발언이 껄끄러운 분위기다. 금감원 제재심에서 징계를 받은 상황에서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긴 커녕, 템플스테이 문제 등이 연이어 터진 상황에 이 행장의 발언으로 집안싸움 소리가 더 크게 밖으로 표출됐끼 때문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경징계라도 잘못이긴 잘못이라고 한 것"이라며 "잘못을 저지른 이상 반성하거나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끝나기가 무섭게 화합의 장인 템플스테이 문제도 불거지는 등 굉장히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 행장이 오늘 기자 간담회 한 것도 부담스럽다"며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좋은 이야기는 안 나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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