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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시에라리온 대도시에서 4세 남아 에볼라 감염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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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어니스트 바이 코로마 시에라리온 대통령(맨 앞)은 에볼라 대처 미숙을 이유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건부 장관을 해임했다. [사진 =WP]

어니스트 바이 코로마 시에라리온 대통령(맨 앞)은 에볼라 대처 미숙을 이유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건부 장관을 해임했다. [사진 =WP]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주로 시골 마을에서 퍼지던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이 도시에까지 도달해 도시가 공포로 떨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31일(현지시간) 시에라리온의 유일한 소아과센터인 올라듀링병원에서 4살 박이 남자 아이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 병원은 강제로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이 남아가 사망하면서 의료진들 사이에서 공포는 극에 달했다. 아이와 접촉했던 의사와 간호사 30명이 격리돼 보통 에볼라 바이러스 증상이 출현하는 21일 간의 잠복기 이후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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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라리온 의료센터에서 한 유아가 체온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 =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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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에볼라 발발에 의료센터 의료진은 업무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기니, 라이베리아 등 서아프리카발병 4개국의 3000명 이상 감염자 가운데 이미 240명이 의료분야 종사자이기 때문이다.

WP 보도에 따르면 시에라리온의 인구 120만명의 대도시 프리타운은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바이러스 악몽’의 현장이다. 여기서 주민들은 이미 오래전에 악수하는 인사를 버렸다. 포옹 역시 오래전부터 보기 힘들다. 기업들은 플라스틱 양동이에 묽게 희석한 염소를 담궈 밖에다 두고, 출입 시 손을 씻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가정에서 임시로 만든 이런 해법은 손을 따끔거리게 하고 화상까지 입게 한다.

거리 행상이 파는 품목이 하나 더 늘었다. 주로 땅콩, 우산 등을 팔던 데서 의료장갑을 1달러에 팔고 있다.

간혹 스피커를 단 트럭이 도로를 지나면서 “손을 씻으세요. 에볼라는 진짜입니다”라고 외치고 있다. 거리에도 에볼라를 경고하는 배너들이 걸렸다. 라디오 광고는 바이러스는 두통, 열, 구토, 설사를 불러온다고 상세한 증상을 안내하고 있다.

에볼라 공포감은 도시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정부가 근접 접촉을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키면서, 대중교통인 ‘포다 포다’로 불리는 미니버스에선 예전에는 꽉 들어앉았던 승객이 한 줄에 4명으로 제한이 됐다. ‘오카라’로 불리는 오토바이 택시는 밤에 운행이 제한됐다.

은행도 근무시간이 단축됐다. 공공장소에서 모임은 법으로 금지됐다. 외국 축구경기 TV중계를 돈을 받고 틀어주던 작은 영화관은 문을 닫았다. 프리타운에서 유명한 클럽들도 텅 비어있다.

보통 광산업, 제약업, 은행업 임원들이 애용하는 ‘라이트하우스’ 호텔은 기업인 투숙객이 줄면서 현재 객실 점유율이 15%에 불과하다. 이 호텔 총매니저는 호텔 자체 발전기를 돌리는 데 필요한 가스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현재 이 호텔 투숙객은 에볼라 치료를 위해 외국에서 온 의사와 간호사들이 대부분이다.

프리타운을 떠날 재력이 되는 주민들은 도시를 떠났다. 이들은 휴양지나 외국에 나가 바이러스 공포가 가라앉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국제공항에선 국제 항공 노선이 중단되면서 도시 탈출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 곳에서 학교는 보통 9월 9일에 학기를 시작하지만 개학일이 지켜지리라 믿는 이는 거의 없다.

병원도 점차 비어가고 있다. 사람들이 병원에 가면 에볼라에 감염될까 우려한 탓이다. 주민들은 말라리아 같은 가벼운 증세에는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 케네마 지역병원에선 병원 직원 40명이 에볼라로 사망했다.

프리타운의 주요 의료센터인 코나우트병원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의사는 2주전에 사망했다. 이 일이 있기 얼마전 코나우트병원에선 에볼라 치료를 받던 32세 미용사가 전통적인 치유사의 치료를 원했던 가족들이 집으로 데려가 숨을 거뒀다. 결과적으로 가족 모두가 에볼라에 감염돼 사망했다.

코나우트의 에볼라 병동은 감옥처럼 금속 창살이 쳐져 있다. 병실에는 환자 13명에 침대는 12개다. 초기 하루 1~2명 이던 에볼라 진단 환자 수는 요즘 하루 3명 꼴로 늘었다. 연구소에선 조만간 하루 7명이 확진판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에라리온 에볼라응급센터에선 에볼라 환자를 싣는 특수 앰뷸란스를 이용하려면 6주를 대기해야한다.

격리 병실에선 하루에 장갑 200개가 버려진다. 의료 물품은 떨어져가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최근 “에볼라 치료 의료진들 때문에 온몸을 감싸는 슈트가 세계적으로 부족하다”고 전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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