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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충남 최남단 서천의 갈대밭으로 찾아가는 양조장 여행 '한산 소곡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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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충남방면으로 계속 달리면 서천 공주고속도로와 만나는 곳이 있다. 동쪽으로는 부여군, 서쪽은 서해, 북쪽은 보령시, 그리고 남쪽은 금강을 경계로 전북 군산시와 접하고 있는 충남의 최남단 서천군이다. 태백산의 오대산에서 갈라져 나오는 차령산맥의 말단 부분이 북부에 살짝 걸쳐있지만, 지역 대부분이 거의 평원화되어 있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평야, 한 시간을 달려도 논밭만 보이는 호남평야와 연결된 전북 군산과의 경계에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곳에 충남의 무형문화재이며 2014 농식품부에서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된 '한산 소곡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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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과의 경계에 있는 서천에는 전국 4대 철새도래지가 있다. 출처 서천군청


한산소곡주가 있는 곳은 서천군 한산면. 백제 부흥운동이 시작된 곳

한산소곡주가 있는 곳은 서천군 한산면. 한산이란 이름은 이 지역을 흐르는 금강으로 유입되는 한산천에서 유래된 말이다. 중앙부에는 단상천, 남부에는 금강이 흐르고 있어 100m 전후의 낮은 산을 제외하고는 비옥한 평야 지대를 이루고 있다. 한산 소곡주는 늘 백제 왕실에서 마시던 술로 알려졌는데,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그 이야기가 나와 있다. 또한, 신라의 삼국통일 후, 백제 부흥운동의 주요 무대 중 유력한 곳이 이 한산면의 건지산성(乾芝山城)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을 토대로 한산 소곡주는 백제 유민들이 그 한을 달래고자 빚어 마셨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백제를 배경으로 한 SBS 대하드라마 '서동요'에 등장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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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모시관. 한산 소곡주와 불과 차로 1분거리에 있다.


원료를 아끼지 않는 압도적인 쌀의 비율. 그래서 앉은뱅이 술

1500년의 역사가 있는 술이라서일까, 한산 소곡주가 이뤄놓은 업적은 화려하다. 일찍이 1970년대에 무형문화재로 지정됨은 물론, 농식품부 식품명인, ISO 품질경영인증 등 그 종목 역시 다양하다. '술맛이 차이 나 봐야 얼마나 차이 나느냐'란 생각이 드는 사람은 이곳을 방문해서 한산 소곡주가 발효되고 있는 거대한 항아리 속을 보면 그 편견이 사라진다. 압도적인 쌀의 양으로 해당 항아리에는 소곡주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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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소곡주의 전수자 나장연 대표. 항아리의 속을 파고 파도 소곡주는 잘 안나온다.


오직 발효되고 있는 주원료인 찹쌀이 발효된 모습만 볼 수 있다. 일반적인 막걸리가 주원료인 쌀보다 비해 물이 3~7배 정도 들어가고, 일본의 고급 사케 역시 물이 1.3배 정도가 들어가는데, 소곡주만큼은 반대로 물의 비율은 0.68배이다. 즉 그 어떤 술보다도 쌀의 양을 최대화하여 그 원료를 아끼지 않는 철학, 그리고 진하디진한 전통주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항아리에서 발효되는 소곡주를 그래도 보고 싶다면 한참 동안 쌀을 파내야 겨우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한참을 파내야 샘물처럼 샘솟는 소곡주의 모습은 조금이라도 전통주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감동이 밀려온다. 참고로 소곡주를 '앉은뱅이술'이라고도 하는데 하도 맛있어서 자신도 눈치채지 못한 채 주저앉아버린다는 구전에서 나온 말이다. 아마도 원료가 가진 모든 성질이 이 소곡주 한잔에 응축되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맛에 민감한 인간이, 그 응축된 맛을 거부할 수 없기에 말이다.

지극히 드문 갓 짜진 신선한 생(生) 약주, 소곡주도 마셔보고 구매할 수 있는 곳

소곡주가 늘 고집하는 것이 하나 있다. 주원료인 찹쌀도 충남의 것으로, 또 누룩의 밀 역시 우리 것으로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고집하는 것이 바로 살아있는 술인 '생(生)'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맑은술인 약주(藥酒) 시장은 생이 아닌 살균 처리한 약주가 대부분이다. 살균처리를 하면 유통기한이 부쩍 늘어나고 관리가 용이해져 유통업체나 판매가 모두가 취급하기 편한 상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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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소곡주의 라인업. 1.8L병부터 350mL까지 다양하다. 모두 생으로 마셔볼 수 있다.


한산 소곡주의 무형문화재 우희열 씨의 장남이자 전수자인 나장연 대표는 소곡주 역시 살균해 판매하면 편할 수는 있으나, 사람의 손맛과 신선함이 살아 있는 생의 맛은 역시 따라갈 수 없다며, 조금 불편하더라도 이 소곡주가 가진 '생'이란 전통은 계속 잇고 싶다고 언급하였다. 단체여행객이 오는 경우에는 직접 밥을 짓고, 소곡주를 빚는 체험 등 오직 한산 소곡주 양조장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도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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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소곡주의 전경. 앞에 보이는 것은 무형문화재 복잡전시관, 뒤에는 양조장이 있다.


언제나 열려있는 상시 전시관이

한산 소곡주 입구에는 언제나 열려있는 상시 전시관이 있다. 바로 서천의 무형문화재를 모아 놓은 복합 전시관이다. 이곳 서천의 자랑인 대목장, 부채장, 바디장, 그리고 소곡주장를 전시해 놓고 있다. 특히 소곡주를 손으로 빚는 경우 어떻게 빚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쉬운 그림으로 나와 있다. 입장은 무료. 기분 좋은 나장연 대표를 만나면 한잔 정도라면 무료로 소곡주를 시음해 볼 수도 있다. 단체로 체험하기에도, 가볍게 들려서 소곡주를 보고 가기에도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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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가 함께 하는 소곡주 빚기 체험. 출처 한산 소곡주.


금강하구와 연결되는 광활한 갈대밭 신성리 갈대밭 등 다양한 자연문화유산이

리아스식 해안인 서해안과 금강하구에 있는 서천군에는 다양한 문화 및 자연 유산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천 8경 중 3경인 한산 모시관, 5경인 춘장대해수욕장이다. 특히 춘장대 해수욕장은 1.5도의 완만한 경사, 맑고 잔잔한 수면으로 한국철도공사에서 선정한 꼭 가봐야 할 우리나라 낭만 피서지 12선"으로 추천으로도 추천되었다. 금강하구와 연결되는 신성리 갈대밭 역시 서천의 명소다. 영화 JSA 공동경비구역의 촬영지기도 했던 이곳은 무려 6만 평에 이르는 대한민국 4대 갈대밭 중 하나이다. 겨울철에는 고니, 청둥오리, 철새들의 군락지로도 유명하며, 이때 찾아드는 철새의 숫자는 약 10만 마리로 추정된다. 서해안 여행을 떠날 때, 또는 백제의 수도 공주와 부여를 여행할 때 꼭 한번 들려본다면 색다른 코스가 될 것이다. 아직 대한민국에는 갈대밭으로 떠나는 전통주 여행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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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리갈대밭. 한산 소곡주와는 차로 약 10분거리에 있다. 멀리 보이는 것은 금강 하구.출처 서천군청


가는길

주소 : 충청남도 서천군 한산면 지현리 66-9
전화번호 : 041-951-0290
홈페이지 : www.sogokju.co.kr

[조선닷컴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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