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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삼성물산 복구비만 수백억…서울시 감독부실도 '도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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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조사결과]서울시 "복구비용 시공사 부담해야"…삼성물산 "최종조사 지켜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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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주호영 정책위의장 등 새누리당 당지도부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석촌동 싱크홀 현장을 찾아 상황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석촌지하차도 '동공'(빈 공간)의 원인으로 지하철 9호선의 부실공사가 지목되면서 복구·보강공사와 민원제기 등 사후조치에 관심이 모아진다.

28일 서울시로부터 의뢰받은 민간조사단의 2차 조사 결과 발표 후 9호선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책임의사를 밝혔지만, 토사량 관리와 지반보강 방식에 대해 "서울시와 사전협의가 있었던 사안"이라고 해명해 결국 명확한 책임규명은 최종 정밀조사 결과 이후 판명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결과에 따라 서울시는 복구부터 보강까지 추가 공사비 전액을 삼성물산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 비용이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데다, 삼성물산이 최종 정밀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어서 합의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공사지역은 충적층(모래와 자갈로 구성된 연약지반)으로 이뤄져 삼성물산이 지반침하를 대비한 현장조치 매뉴얼까지 만들었음에도, 실제 공사에선 조치가 미흡했다는 게 조사단의 지적이다.

토사량도 지하차도 구간에서 공사를 시작한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당초 예측한 굴착량(2만3842㎥)보다 14% 많은 2만7159㎥를 파냈다는 게 조사단의 설명이다. 조사단은 "흙속에 박혀 있던 돌과 부실한 지반공사탓에 TBM(터널이나 구멍 굴착하는 기계)이 계획보다 많은 토사를 굴착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물산은 지반 붕괴를 막기 위해 특수용액으로 터널 주변 지반을 단단하게 만드는 '그라우팅'(grouting·틈새 메우기)을 실시했으나 시공이 완벽하지 않았다고 조사단은 밝혔다.

삼성물산은 수평 그라우팅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면서 처음에는 터널에 42개의 구멍을 뚫어 용액을 주입키로 했으나, 실제론 8개만 뚫어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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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전문가 조사단은 28일 오전 서울시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도로함몰 원인조사·특별관리 대책 발표'에서 "민간 조사위원회 조사결과 석촌지하차도 동공 주원인은 지하철 9호선 실드공사"라고 밝혔다. 조사위는 "석촌지하차도 지하철 공사구간(9호선 919공구)은 지질이 연약한 특성이 있다. 시공사도 현장조치 매뉴얼을 작성하는 등 지하차도 충적층 구간을 관리했지만 실제 공사 중 조치가 미흡해 동공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지반보강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지반 보강은 지상에서 수직으로 구멍을 뚫고 채움재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하차도에 많은 구멍을 뚫어야 하는 제약조건 때문에 채움재 투입이 터널 내부에서 수평방향으로 진행됐고, 이것 마저 충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2014.8.27/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복구비용만 수백억대 예상…모두 시공사 책임인 '턴키' 계약

서울시가 시공사의 책임을 전면적으로 강조하고 나선 이유는 해당 공사 계약이 '턴키'(설계와 시공 동시 진행)로 이뤄져서다.

당장 삼성물산은 지하차도 및 도로 복구, 지하매설물 및 동공 복구, 일대 계측, 지반 보강 등과 함께 인근 주민들의 민원에 따른 보상이 더해질 경우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복구비용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자체적으로도 도의적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수백억원에 달하는 복구·보강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김형 삼성물산 부사장은 "서울시 발표 내용을 존중하며 (삼성물산이) 관리하는 공사구간에서 발생한 문제여서 계약에 따라 책임지고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당시 토사량은 감리단에 보고했고 그라우팅 시공을 축소한 것도 서울시와 협의했으며 당시엔 최선의 공법으로 적정관리했다"고 밝혀 서울시와의 추가적 협상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서울시 관리감독도 문제

이번 공사의 계약방식인 '턴키'는 시공사가 조사·설계부터 기기 조달·건설·시운전 등 모든 과정을 책임지게 된다. 지방계약법도 기술적 원인과 무관하게 시공사가 공사구간에 대한 안전관리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2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공사를 발주한 서울시가 턴키방식을 내세워 시공사에만 책임을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다.

실제 쉴드터널공사 당시 그라우팅 방식을 놓고 서울시와 시공사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단에 따르면 2013년 10월 석촌지하차도 지하에서 흙과 바위를 부수던 '커터'가 마모돼 새 것으로 교체하던 과정에서 터널을 뚫던 굴착기가 작동을 4개월이나 멈췄었다.

커터를 바꾸기 위해선 굴착기 바로 앞에 보이는 지반에 그라우팅을 해야 되는데 커터 교체를 앞두고 삼성물산과 서울시 산하 동부도로사업소가 그라우팅 방법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

삼성물산은 기존대로 지상에서 수직으로 구멍을 뚫어 그라우팅 용액을 주입하는 '수직 그라우팅'을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동부사업소는 굴착기에서 용액을 뿌리는 '수평 그라우팅' 방식을 제안했다. 수평 방식은 석촌지하차도에 손상을 주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직 방식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더 많은 용액이 필요하다.

결국 동부사업소 의견대로 지하철공사 과정에선 한번도 실시되지 않았던 '수평 그라우팅' 방식이 적용됐다. 이 과정에서 지반보강이 철저히 이뤄지지 않다는 게 조사단의 지적이다. 2주면 충분했던 커터 교체도 그라우팅 방식 변경으로 4개월이나 소요됐다.

이후 서울시의 관리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서울시는 이미 지난 3월 공사장 불시 점검을 통해 9호선 석촌지하차도 구간인 919공구에서 그라우팅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보완조치를 요구했었다.

당시 서울시는 석촌지하차도와 이어지는 8호선 석촌역 하부 그라우팅을 원활히 하기 위해 특수용액 주입 구멍의 설치 계획을 보완하고 그라우팅 충진을 위해 구조물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적정 가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었다.

삼성물산이 수평 그라우팅을 처음 시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지적에 따른 그라우팅 작업을 추적 관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가 매달 1회 이상 실시하는 '건설공사장 안전점검' 부실도 도마위에 올랐다. 서울시는 안전, 구조 등 관련 분야 전문가와 함께 시내 공사장 66곳을 지정, 불시에 현장점검을 실시하는데 여기엔 석촌지하차도 구간도 포함됐다.

서울시는 이후 5차례 이상 석촌지하차도 구간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도 지반침하를 확인하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쉴드공법이 적용된 터널공사에선 지반침하 현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현실적으로 동공을 육안으로 확인하기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성대기자 spar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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