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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독]KB 템플스테이, 이건호 행장 먼저 귀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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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지난 21일 경기도 가평 백련사에서 열린 KB금융그룹의 템플스테이 행사에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왼쪽)이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KB금융 제공


'화합과 소통'을 내세웠던 템플스테이가 결국 또 다른 불화의 씨앗만 남겼다. 지난 22~23일 경기도 가평 백련사에서 열린 KB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들과 임원들의 '템플스테이' 행사에서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1박2일의 일정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백련사를 떠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27일 금융권 한 관계자는 "KB금융의 템플스테이는 첫날 사찰예절·스님과의 대화·참선 등에 이어 둘째 날 새벽부터 정오까지 예불·108배·명상 등의 일정이 예정돼 있었지만, 이 행장이 행사진행의 절차상 문제를 놓고 이의를 제기하다 먼저 떠났다"며 "이튿날 일정은 이 행장을 제외한 CEO와 임원들만 참가했다"고 말했다.

당초 KB금융의 템플스테이는 지난 21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 행장 모두 징계 수위가 경감된 만큼, 그간의 내분 양상을 극복하고 화합하자는 의미에서 마련됐다.

임 회장도 템플스테이 일정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나 "임원들과 함께 한마음으로 바로잡는 일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 행장 역시 "회장님과 지금도 어색하지 않고, 전에도 어색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화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갈등봉합에 대한 세간의 기대는 빗나갔다. 행사 취지였던 화합의 의미를 담아 KB금융은 당초 모든 참석자의 잠자리를 한 곳으로 정했다. 그러나 지주사에서 임원들의 불편 등을 이유로 임 회장에게 홀로 쓸 수 있는 방을 배정했고, 나머지 계열사 대표와 임원들은 그대로 한 방을 쓰도록 했다. 이에 이 행장이 "행사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계열사 사장 등 일부 참석자들이 대립했다.

결국 체념한 이 행장이 "내가 떠나는 게 맞다"며 밤늦게 백련사를 떠났고, 이틀째 일정은 화합의 핵심 당사자 중 한 사람인 이 행장 없이 어정쩡하게 진행됐다. 임 회장은 소란 후 임원들과 같은 곳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이 같은 양측의 갈등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26일 주 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오류·왜곡 보고서와 관련된 김재열 KB금융지주 전무(CIO)와 문윤호 KB금융지주 IT기획부장, 조근철 국민은행 상무(IT본부장) 등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민은행 측은 이들 3인이 지난 4월24일 이사회가 주 전산기를 유닉스로 교체하는 안건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결정의 근거가 된 보고서에 기존 IBM '메인프레임' 시스템의 교체시 위험성과 비용 등을 고의로 왜곡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최근 금감원 제재심에서도 위법행위가 인정돼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에서 위법성이 인정된 만큼, 그 후속 조치 차원에서 고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KB금융 안팎에선 "금감원장의 최종 '사인'도 나지 않았는데, 이 행장이 고발을 강행한 것은 섣부른 행동"이라며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KB금융 한 관계자는 "임 회장과 이 행장의 동반 경징계로 그룹이 화합의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불과 1주일도 지나지 않아 템플스테이에서 설전이 벌어지고, 은행은 관련자들을 고발하는 등 KB금융 내분 '2라운드'가 시작된 것 같다"며 "애초부터 화해에 대한 기대는 무리였는지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변휘기자 h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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