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대형마트 이대로 좋은가, 15년만에 첫 신규출점 '제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홈플러스·롯데마트, 올들어 신규출점 '제로'…주민들 숙원사업인데 지역상인은 무조건 반대]

머니투데이

/사진=뉴스1


"전통시장 상인들만 경주 시민인가요? 상인들이 아울렛과 대형마트 입점을 무조건 반대하는 통에 정작 경주 시민들은 쇼핑할 권리가 묵살되고 있습니다. 실생활과 밀접한 대형마트만이라도 반드시 입점했으면 좋겠어요."

경북 경주시의 주부들로 구성된 '경주시민자조모임'은 대형마트 입점 추진을 위한 시민 서명운동에 한창이다. 경주시가 대형마트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아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을 고르고 살 소비자 주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모임 회원들은 수만명의 서명을 들고 경주시 시장실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2012년부터 경주시에 신규 점포를 추진하고 있지만 경주시가 3차례나 건축허가를 반려하면서 사업이 난항을 보이고 있다.

실제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살리자는 취지로 유통산업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형마트 업계 신규 출점이 꽉 막혀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전국에 문을 연 대형마트는 3곳에 그쳤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매년 10∼30개 정도 신규 점포를 출점해왔는데 올해는 출점이 급감한 것이다.

대형마트 개장을 기다려왔던 소비자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역 시민들이 대형마트 입점 추진을 위한 대대적인 서명 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지방자치단체와 대형마트 홈페이지에 점포를 열어달라는 온라인 시위도 뜨겁다.

머니투데이

◇5년만에 출점 '제로'인 곳도…"신규사업 엄두 못낸다"=올해 새롭게 문을 연 대형마트 점포는 이마트 3곳(경기 풍산·수원점, 경남 양산점) 뿐이다. 이마트는 올 상반기 내내 한 곳도 출점하지 못하다 지난달 겨우 물꼬를 텄다. 그나마 이 중 2곳은 취급상품 종류가 한정된 창고형 할인점으로 신규 출점한 일반 점포는 단 1곳뿐이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올 들어 단 1곳도 신규 출점을 하지 못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1월 서울 상봉점이 마지막 출점이며, 롯데마트는 지난해 12월 아산터미널점을 끝으로 매장수가 그대로다.

홈플러스는 세종시에 신규 점포를 준비하고 있지만 연내 개장이 어렵다. 창립 15주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출점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롯데마트는 서울 잠실, 경기 수원, 부산 등 대형 복합쇼핑몰 안에 입점을 계획하고 있지만 독립점포 출점 계획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A대형마트 관계자는 "2012년까지는 기존에 계획했던 점포를 열 수 있었는데 지난해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신규출점이 중단되다시피 했다"며 "보유하고 있는 출점 부지도 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역 주민들이 아무리 대형마트를 원해도 상인들이 반대하면 무기한 사업을 연기해야 한다"며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신규 출점을 몇 곳이나 할 수 있을지 목표나 계획 자체가 없다"고 덧붙였다.

◇수십억 상생기금 막무가내 요구…무조건 입점 반대도=신규출점이 가로 막히면서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와 사업 예정지 지자체에는 주민들의 개장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B대형마트 관계자는 "회사 홈페이지나 해당 사업팀에 우리 동네에 마트를 빨리 지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며 "그러나 선출직인 지자체장이 주민 권리보다 이해관계가 분명한 지역 상인 입장만 대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규 출점 과정에서 전통시장 상인과 갈등 조정은 의외로 쉽지 않은 문제다. 수십억원대 상생기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아예 협상을 거부하고 막무가내로 시간을 끌기도 한다.

이 때문에 수백억원을 투자해 부지를 확보하고도 상인들 반대로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는 사업장도 많다. 현재 대형마트 3사가 보유한 전국의 신규점포 사업지는 총 20∼30곳이다. 경주시 뿐 아니라 경기 평택·군포·양평, 경남 진주, 전남 여수 등지에서도 대형마트 입점을 반대하는 지역 상인들의 목소리가 높다.

C대형마트 관계자는 "사업지 반경 1㎞ 이내에 전통시장 뿐 아니라 상권이 전혀 겹치지 않는 상인들까지 몰려와 돈을 요구한다"며 "500억원을 상생기금으로 내놓으라는 터무니 없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마트 3개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의 연매출 합계는 2012년 26조1300억원에서 지난해 25조5360억원으로 2.2% 감소했다. 지난해 12개 매장이 추가로 문을 연 만큼 매출은 더 늘어야 하지만 경기 침체와 의무휴업 등으로 매출은 되레 뒷걸음질 하고 있다.

송지유기자 clio@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