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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교황 "네 형제, 일흔일곱 번 용서하라" 개신교 "일곱 번씩 일흔 번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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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한 기간 제기된 궁금증들

'용서 횟수'는 라틴어 번역 차이…

마리아 호칭은 '하느님의 어머니'… 예수, 성부와 동일한 神性 지녀

諡福, 신앙 귀감으로 삼자는 것

"'일흔일곱 번'이라고? '일곱 번씩 일흔 번' 아니야?"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한국을 떠나기 전 서울 명동성당 미사 강론을 통해 신약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네게 죄지은 형제를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했다. 가톨릭 성경에는 '일흔일곱 번'이지만, 개신교 성경에는 '일곱 번씩 일흔 번'이다. 왜 그럴까. 교황 방한 기간 제기된 사소한 궁금증들을 정리했다.

용서, 가톨릭은 77번, 개신교는 490번?

결론부터 말하면 라틴어 번역본의 해석 차이. "완전히" "끝까지"라는 본래 의미의 차이는 없다. 교황이 인용한 것은 가톨릭 성경 마태오 복음서 18장 22절.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홍보국장 이정주 신부는 "가톨릭 성경 번역의 저본인 라틴어 불가타(Vulgata) 본에서 이에 해당하는 'usque septuagies septies'는 '일곱 번씩 일흔 번까지'(개신교 개역개정)와 '일흔일곱 번까지'(가톨릭 성경) 등 두 가지 해석이 모두 가능하다"고 했다. 개신교 개역개정판 성서에는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할지니라"고 돼 있다.

성경은 전승 번역되는 과정에서 여러 번역본이 나온다. 주교회의 설명에 따르면, 이탈리아어 성경은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다. 영미권에서 널리 쓰이는 NRSV본은 "seventy-seven times", 즉 '일흔일곱 번'이다. 총신대 신학과 이상일 교수(신약신학)는 "예수 당시 팔레스타인에서 7은 완전수(數)로, 실제 몇 번이냐가 아니라 '완전히', '끝까지'를 뜻하므로 두 해석에 의미상 차이는 없다"고 했다.

예수가 아닌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

15일 대전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는 성모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라 부른 호칭도 화제였다. '예수의 어머니' 아니냐는 것이다. 가톨릭은 마리아에 대해 여러 호칭과 의미 규정을 둔다. 서울대교구 가톨릭용어사전 '마리아'의 ④번 항목은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호칭에 대해 "마리아에 관한 여러 호칭 중 '천주의 모친'은 가장 탁월하고 위대한 것으로 이미 3세기에 교회에서 쓰였고, 에페소 공의회(431년)에서 공적 신앙으로 선포됐다. 마리아에게서 난 예수는 하느님의 아들로서 성부와 동일한 신성(神性)을 지닌 만큼 마리아는 하느님의 모친"이라고 규정한다.

복자·성자는 왜 정하나?

전례에 밝은 서울대교구의 한 신부는 "구원받고 거룩한 삶을 살았거나 순교한 사람들이 하늘나라에서 하느님과 영원한 복락을 누리고 있다는 믿음과는 별개로, 시복(諡福)·시성(諡聖)은 공(公)교회가 지역·수도단체·국가 등에서 공경 받을 사람을 '복자(福者)', 전 세계적으로 공경 받을 사람을 '성인(聖人)'으로 정해 신앙의 귀감으로 삼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위인전을 읽히듯 그들의 행적을 조사하고 알려 본받도록 하는 것"이라는 설명. 가톨릭에서는 하느님께만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예배 행위를 '흠숭(欽崇·adoration)'으로, 성모 마리아 등 다른 성인들에 대한 것을 '공경'으로 엄격히 구분한다.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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