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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삼성ㆍLG, ‘이별 손수건’ 흔든 PDP TV…한때는 평판TV 최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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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이어 LG전자도 사실상 시장 철수 천명

브라운관 TV 몰아내고 평판 TV 시대 연 주인공

시장 나온지 20여년만에 LCD에 밀려 퇴출 신세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그’의 시작은 창대했고 성장 속도는 무서웠다. 한때 무럭무럭 자라난 ‘그’는 충년(沖年ㆍ10세)도 안돼시장의 법칙을 바꾸며 게임 체인저(game changerㆍ판세를 바꾸는 중대한 인물ㆍ제품ㆍ사건)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수명은 여기까지였다. ‘그’는 이제 약관(弱冠ㆍ20세)을 겨우 남긴 나이에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그’는 바로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다. 1993년 처음 세상에 선보인 PDP 패널 TV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TV와 경쟁에서 밀리며 4년 뒤인 2017년께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PDP 시장점유율 세계 1위 삼성SDI는 지난달 옛 제일모직과 합병한 직후 “수요 감소에 따라 PDP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2위인 LG전자도 같은 달 2분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PDP TV 사업 중단 여부를 놓고 내부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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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사업을 접겠다고 천명한 것과 다름 없는 발언이어서, 점유율 1ㆍ2위가 빠져나간 PDP TV 시장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때 PDP에 회사의 명운을 걸었던 파나소닉(일본)은 지난해 일찌감치 ‘2014년 말까지 시장 철수’를 선언한 상황이다.

PDP는 ‘배불뚝이’ 브라운관(CRT) TV를 몰아내고 평판 TV 시대를 연 일등공신이었다. TV 화면 유리판 사이에 형광물질을 넣은 뒤 고압의 전기를 흘려 넣으면 나타나는 플라스마(기체 방전) 현상을 이용했던 PDP는ㅌ 대형화가 용이하다는 장점을 등에 업고 1990년대 당시 사실상 혁명을 일으켰다.

벽걸이 TV도 PDP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PDP TV 덕에 ‘다이(台ㆍだい)’라는 일본어로 불리던 TV 받침대와 TV 브라운관 보호용 미닫이 장이 거의 사라졌다. TV는 가전제품에서 인테리어의 한 요소로 발돋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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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세계 1위 삼성SDI에 이어 2위 LG전자까지 PDP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평판TV 시대’를 열고 한때 시장 강자로 군림했던 PDP TV의 퇴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업계는 4년 뒤 PDP TV 시장점유율이 0%에 수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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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PDP TV의 ‘권세’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었다 . 대형화에 성공하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TV용 패널로 급속히 보급된 액정표시장치(LCD) 때문이었다. TV 시장에서 일본 업체에 밀려 있던 삼성그룹과 LG그룹은 LCD에 전력했고, 이 전략은 주효해 LCD는 시장 최강자가 됐다. LCD는 PDP와 비교해 가격은 싸면서 밝기와 소비전력은 우수했다.

이후 PDP는 시장의 지배자 자리에서 빠르게 내려왔다. 2000년대 중반 시장의 8할을 차지했던 PDP는 LCD에 밀려 지난해 점유율이 4.7%(LCD는 95.3%ㆍ디스플레이서치 기준)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새로운 패널이 등장하면서 PDP의 퇴조는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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