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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시진핑, 장쩌민의 ‘상하이방’도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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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조사 확대… 정국 격랑

세계일보

중국 사정당국의 칼끝은 어디까지 향할 것인가.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에 대한 공식 조사가 본격화되면서 중국 정가가 얼어붙고 있다. 중화권에서는 ‘상하이방’의 맹주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측근 인사들이 저우융캉 파문의 후폭풍에 휩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정가의 주요 계파였던 상하이방의 몰락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현 지도부와 당 원로세력 간 권력투쟁이 진행돼왔으며, 이번 조치는 이 싸움에서 시 주석이 승리했음을 암시한다고 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자 아시아판 기사에서 “상하이시 당 관료들의 부패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감찰사정 총괄기구인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태스크포스(TF)팀이 상하이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시 주석이 상하이방 맹주인 장 전 주석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시 주석의 ‘호랑이 사냥’은 이미 오래전부터 상하이방의 정계·군부·재계 인사를 겨냥해 주도면밀하게 진행돼왔다. 횡령과 수조원대 축재, 계급 장사 등이 얽힌 중국군 최악의 부패사건으로 낙마한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부패 혐의로 조만간 처벌이 예상되는 궈보슝(郭伯雄)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은 장 전 주석의 군부인맥으로 파악된다. 아들들이 부패 루머에 휘말린 허궈창(賀國强) 전 상무위원 역시 장 전 주석의 후원으로 성장해 범상하이방으로 분류된다. 또한 장 전 주석이 1950년대 운영했던 중국 국영 광밍그룹(브라이트 푸드)의 왕중난(王宗南) 전 회장은 공금횡령, 뇌물수수 혐의로 최근 상하이 인민검찰원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정가에서는 시 주석이 당과 군대 내에 장 전 주석의 영향력이 남아 있는 것에 대해 격분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FT는 전했다. 중국 최고지도부인 중앙위원회 상무위원 7명 중 4∼5명 정도가 장 전 주석과 가까운 것으로 분류된다.

대만 연합보는 이날 ‘시진핑이 원로정치를 끝냈다’는 제목의 해설기사에서 중국 정부의 저우융캉 수사가 ‘선배 지도자’들의 정치적 공간을 축소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특히 대부분의 원로 정치인이 베이다이허(北戴河)로 하계 휴가를 떠난 상황에서 이번 발표가 나온 점에 주목했다. 중국 지도부가 통상 7월 말∼8월 초 개최되는 베이다이허 회의, 9월로 예정된 제18기 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의 협의과정 없이 수사 사실을 공개한 것은 “앞으로도 현직 지도자가 정치 원로들의 의견을 구하는 절차 없이 중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신문은 해석했다.

중국군은 당국의 저우융캉 처벌 결정을 “강력히 옹호한다”며 “일체의 행동은 당 중앙, 중앙군사위원회와 시 주석의 지휘를 따르겠다”고 밝혔다고 기관지 해방군보가 전했다. 군이 시 주석에게 충성맹세를 한 셈이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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