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카타르 월드컵 노동자 ‘현대판 노예’ 신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열악한 숙소에 1년 넘게 체불

가디언 “족쇄 채우는 제도 탓”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관한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월드컵 유치에 얽힌 뇌물 스캔들이 잠잠해지자 이번에는 건설현장에 투입된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8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월드컵 관련 시설 건설에 참여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1년 넘게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의 열악한 환경을 집중 조명했다. 임금 체불은 기본이고 허락 없이는 숙소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현대판 노예’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도하의 랜드마크인 ‘알 비다 타워’ 건설현장이 대표적인 착취 현장이다. 건물 38층과 39층에 들어선 월드컵 준비위원회 사무실은 초호화판으로 꾸며졌다. 하지만 이 사무실을 만든 네팔, 스리랑카, 인도 출신 노동자들은 13개월 동안 약속된 임금을 받지 못했다. 이들을 데려온 파견업체가 도산한 탓에 근로계약서상 정해진 하루 6파운드(약 1만원) 임금 대신 0.5파운드만 손에 쥔다. 이들은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바퀴벌레가 우글대는 좁고 더러운 방에서 7명이 함께 생활한다. 증빙서류 없이는 외출도 불가능하다.

사막에서 경기장을 건설 중인 이주노동자 65명도 수개월째 임금이 체불됐다. 수도설비가 없는 숙소에서 8명이 한 방을 쓴다. 한낮 온도가 50℃까지 올라가지만 냉방설비는 꿈도 꾸지 못한다.

카타르 정부에 따르면 절망적인 현실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이만 56명에 달한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으로는 ‘카팔라 시스템’이 꼽힌다. 이주노동자의 체류 여부를 결정할 전권이 고용주에게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직장을 바꾸지도, 카타르를 떠나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